[에너지학개론] 제1강. 석유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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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석유의 정의
2. 고대에는 석유가 신비로운 물질이었다?!
3. 석유, 등불의 원료가 되다
4. 휘발유, 수송기관 연료로 사용되다
5. 주고 또 주고, 아낌없이 주는 석유

에너지학개론

석유의 정의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불에 타기 쉬운 액체를 원유 또는 광유라고 하며 이를 증류와 같은 정유 공정을 통하여 정제하여 만들어진 제품을 모두 일컬어 석유라고 한다. 탄소와 수소로 구성된 다양한 화학성분의 혼합물인 석유는 증류 공정에서 각 구성 성분의 끓는 점 차이에 의해 비슷한 물리 화학적 물성을 지닌 성분들이 혼합물에서 분리되어 액화석유가스(LPG), 납사(naphtha), 휘발유(gasolin), 등유(kerosene), 경유(light oil), 중유(heavy oil), 윤활유(lubricating oil), 아스팔트(asphalt) 등으로 각각 모이게 된다. 이러한 성분들은 대부분 연료로 사용되며, 이중 납사는 연료로 사용되기보다는 촉매전환 공정을 통하여 구성성분의 화학구조가 변경되어 각종 가전제품, 가구, 자동차, 스포츠용품, 완구, 주방용품, 사무용품, 합성세제, 화장품, 의약품, 인공장기 등의 원료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석유화학제품으로 전환된다.

고대에는 석유가 신비로운 물질이었다?!

이러한 석유는 오래전부터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여 왔다. 오랫동안 ‘역청’으로 불리며 액체, 고체 또는 기체로 변하며 사람을 현혹하는 마법의 물질이자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물질인 석유는 상당히 신비롭고 주술적인 대상이었으며 석유를 ‘죽은 고래의 피’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는 ‘유황이 농축된 이슬’의 일종으로 보기도 하였다. 성서에도 이 불가사의한 물질에 대해 기술되어 있다. “모세가 보니 분명히 떨기나무는 불이 붙어 있었으나, 불타고 있는 것은 없었다.”(출애굽기) 또한, 역청이 노아의 방주에 방수용으로 쓰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B.C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수메르인은 이미 아스팔트를 재료로 조각상을 만들었고, 바빌로니아인도 아스팔트를 건축에 접착제로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다. 또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싸는 천에도 아스팔트를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석유를 상처에 발라 피를 멈추게 하거나 발열을 멈추게 하는 등 ‘만병통치약’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석유 용도는 대체로 약용, 도장용, 포장용이나 종교적인 의식에 사용되는데 불과하여, 말하자면 호기심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리고 기원전 2000년경 수메르의 마법사는 석유의 분출과 자유로이 발산하는 가스를 이용하여 미래를 점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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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등불의 연료가 되다

이러한 석유가 위에서 언급한 주술적이거나 단순한 재료 용도 이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어둠을 밝히기 위한 등불의 연료이다. 로마제국, 페르시아, 일본, 인도,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석유를 등불의 원료로 사용한 기록들이 있다. 요한 홀크는 1625년 석유를 증류하여 분리정제 한다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잠재성이 있는 원료라는 주장을 하였으나 이러한 주장이 일반화되기까지는 200여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유럽에서는 아마씨 기름, 올리브유 같은 식물로 오랫동안 어둠을 밝혔으나, 1850년 전후하여 석유로부터 램프유를 얻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어 등유를 제조하기 위한 제유소가 유럽과 미국에 많이 등장하였다. 미국에서는 등불 연료로 18세기 이후 고래기름이 사용되었다. 당시에는 고래기름이 가장 우수한 연료로 인식되었고, 고래가 바다에서 소멸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고래기름 가격이 점차 상승하고, 동식물유 및 석탄을 건류하여 얻어진 석탄유 등 대체연료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에서 1859년, 에드윈 L. 드레이크가 미국에서 조명용 램프 연료를 구하기 위해 땅을 굴착하여 석유를 발견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가 석유를 최초로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최초의 유전(油田) 굴착자로서 유전 개발을 통한 석유 대량 공급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석유에서 얻어진 등유가 등불 연료용으로 우수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등유 램프의 사용이 19세기 말에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됨에 따라 땅속에서 채취한 석유를 증류하여 등유를 생산하는 석유 정제 산업이 등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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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수송기관 연료로 사용되다

석유가 등불 연료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사용되게 된 계기는 1885년에 독일의 고트리프 다임러가 ‘폭발기관’이라고 부르는 휘발유로 작동하는 내연기관을 완성하여 특허를 신청하면서이다. 처음에는 가치 없고 귀찮은 석유의 부산물로 간주되던 휘발유는 불과 수년 사이에 원유에서 가장 많이 요구되는 석유제품이 되었다. 그로부터 7년 뒤에 루돌프 디젤이 중질유의 분사작용에 의한 디젤엔진의 특허를 신청하면서 석유의 용도가 더이상 등불 연료가 아닌 수송 연료 생산을 위한 원료로 인식이 되면서 각종 용도의 석유제품이 값싸게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석유를 연료로써 사용할 수 있는 기계의 개발이 촉진되었으며, 이에 따라 자동차, 항공기, 선박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수송산업이 탄생하였다.

그러나 석유 연료가 경제성과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각국에서 열렬하게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영국이나 독일과 같이 산업 경제력, 나아가서 정치적인 기반을 광산자원 위에서 확립시킨 석탄이 풍부한 유럽의 각국은 딜레마에 빠졌다. 신연료인 석유는 먼 나라에서 구해와야 하는 대신에 석탄은 자국 내에 풍부하게 존재하고, 광부의 일자리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나라는 현존하는 자원과 설비를 이용한다는 정책을 유지하면서 석유로의 전환을 반대하였다.

그러나 당시 해양 대국이었던 영국이 선박용 연료에서 다른 나라보다 신연료 도입이 지연된다면 자국의 해군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껴 ‘석유위원회’를 설치하고 왕립해군에 중유 버너를 채용함과 동시에 석유매장량 확보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것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난 것이 1913년에 해군 장관이 된 윈스턴 처칠이 ‘앵글로 페르시안 석유’(후에 BP로 개칭)의 주식 과반수를 취득하여 안정적인 석유 공급원을 확보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영국 해군은 신연료 도입지연을 만회하는데 커다란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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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 헨리 포드가 포드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고, 라이트 형제가 12마력의 휘발유 엔진에 프로펠러를 장착한 글라이더로 비행에 성공함으로써 휘발유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였다. 특히, 원유에 열을 가하여 끓는점에 따라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를 차례로 생산해내는 최초의 현대식 정유공장이 1912년 미국에 건설되면서 다양한 종류의 석유제품 공급이 가능해졌다.

석유산업은 램프용 기름을 공급하기 위해 출발하였지만, 자동차 연료라는 수요의 출현에 의해 획기적인 성장의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1차 세계대전은 대량 생산과 생산 효율이라는 과제를 산업계에 부여하였으며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하여 관련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기 시작하였다. 20세기에 발생한 대부분의 전쟁에서 자동차, 선박, 비행기가 무기체계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석유가 매우 중요한 전략 물자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제트엔진의 등장은 프로펠러 비행기의 퇴장을 의미하는 것임과 동시에 항공기 연료로서 등유의 사용이 증가하게 되는 매우 중요한 기술적 전기가 되었다. 당시 제트엔진은 효율에 있어서 피스톤엔진의 60%에 불과했지만 무게가 1/4밖에 되지 않아서 보다 빠르고, 보다 높이 날 수 있는 비행기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수송엔진의 발달에 따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석유 제품이 기계적 마찰을 감소시키는 윤활유이다. 기존의 어떠한 동식물성 기름에 기반한 윤활유도 현대적 기계 운전에서 필요로 하는 물성을 만족시킬 수 없었지만 석유로 부터 생산된 윤활유는 이러한 물성 요구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어서 기계 운전에 있어서 연료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현대 산업의 다양한 발전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산업계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석유화학제품의 물성을 개선하려는 석유산업의 노력이 경주되면서 현대 석유산업의 눈부신 발전이 1950년 이후 전 세계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주고 또 주고, 아낌없이 주는 석유

이제 석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연료는 물론, 각종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소재를 제공하는 등 우리들의 의식주와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매일 대하는 식탁에서도 석유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하여 생산된 화학비료로 재배한 채소, 과일과 같은 식품과 석유 연료를 이용하여 요리한 음식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거주하는 공간에서 주위를 둘러보아도, 모든 것이 석유에서 비롯된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매일 접속하는 인터넷과 컴퓨터, 텔레비전, 냉장고 등을 비롯한 각종 가전제품, 가구, 자동차, 스포츠용품, 완구, 주방용품, 사무용품, 합성세제, 화장품, 의약품, 인공장기 등 많은 일상의 제품들이 석유를 원료로 한 것들이다. 이렇게 볼 때 석유는 고대 인류로부터 현생 인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인류와 함께해온 소중한 인류 발전의 도우미이자 인류의 소중한 자산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후손을 위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석유 관련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효율을 향상시켜 미래 사회에도 중요한 역할을 다양한 분야에서 석유화학 공정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사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 본 콘텐츠는 한양대 화학공학과 상병인 교수로부터 기고를 받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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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학개론] 제1강. 석유의 역사 | profile 상병인

상병인 교수 - 한양대 화학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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