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X’ 가속화…융합·확장으로 경쟁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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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X’ 가속화…융합·확장으로 경쟁력 키워야 | magazine ces 2022 01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로 구현한 현대자동차 디지털 트윈 공장 개념도 (출처: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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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5~7일(현지시각) 열린 세계 최대 IT쇼 ‘CES2022’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는 ‘코로나19(Covid19)’였다. 검사 키트를 개발한 제약회사 애보트(Abbott)가 기조연설을 맡았고, 주요 전시장인 LVCC 노스홀에는 코로나19 관련 서비스·제품이 가득했다. 전시장 안에 PCR 검사소가 마련됐으며 관람객 전원에게 무료 자가 진단 키트가 배포됐다.

이런 풍경은 ‘일상을 넘어(Beyond the everyday)’라는 행사 주제를 더 와닿게 만들었다. 뉴 노멀(New Normal·새롭게 부상한 표준)이 되어버린 팬데믹을 이겨내겠다는 굳은 의지. 오미크론 변이 위험 속에서 대면 전시 방식으로 개최된 CES2022는 그 자체로 강력한 의지의 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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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2 주제 : 비욘드 더 에브리데이 (Beyond the everyday) (출처: CES 공식 홈페이지)

기존 산업 성장률 둔화…패러다임 시프트 온다

흥미로운 건 CES2022에 참석한 기업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는 점이다. ‘일상을 넘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코로나19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전통 제조업, 인터넷·모바일 혁명 기반으로 성립된 경제·산업 구조를 넘어서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변화를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현재 사업 기반, 토대가 넘어서야 할 ‘일상’이었다.

실제로 기술·벤처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기술·산업 트렌드를 볼 때 변화가 일어날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지난 1990년대는 PC(개인용 컴퓨터) 및 관련 소프트웨어 산업이 크게 발전했고, 페이스북(2004년), 아이폰(2008년)이 등장한 2000년대 중반은 모바일 앱 생태계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아크 인베스트, 앤드리슨 호로위츠 같은 기술 중심 투자회사들은 그로부터 15년가량 흐른 ‘2020년대’를 새로운 시작점으로 본다. AI(인공지능), 블록체인, 에너지, 유전자 기술의 발전으로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 펼쳐질 수 있다는 논리다. 소프트웨어만의 얘기가 아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AR/VR 디바이스, 자율주행차가 다음 바통을 이어받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에어비앤비, 코인베이스, 스트라이프, 크루즈 같은 고성장 기업에 투자한 샘 알트만 오픈AI CEO(전 와이컴비네이터 사장)는 이와 관련해 “2020년대 VC(벤처캐피털)는 2010년대 VC 대비 수익률이 저조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 패러다임 전환 분야를 제외하면 투자 수익률이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다. 모바일을 포함한 기존 산업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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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CES 2022에서 공개한 전기차 (출처: Sony)

소니, 현대차의 융합·확장… ESG·친환경 부상

위기를 감지한 기업들은 융합 및 확장 전략을 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분야가 메타버스(Metaverse)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CES2022에서 모빌리티와 메타버스를 융합한 새로운 개념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를 제시했고,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TV에 NFT(대체불가토큰) 플랫폼을 탑재해 전시, 주목을 받았다.

농기계에 AI 기술을 융합한 존디어,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한 GM도 융합·확장 관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친환경 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스마트 홈 디바이스, 스마트 시티, 푸드테크 등 다양한 산업 전반에 친환경 기술이 융합돼 있었다. 곰팡이균 발효 기술로 유제품과 대체육류를 개발, 자원 소모를 줄인 ‘마이코테크놀로지’, 물 소비를 80% 절감할 수 있는 샤워기를 개발한 ‘레인 스틱’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따르면 미국 대표 지수 ‘S&P 500’에 포함된 에너지 기업 80% 이상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목표를 경영진 보상과 연결했다. 구글 등 IT 기업의 ESG 성과 연동도 급증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에 따르면 ESG 요건을 고려한 글로벌 지속가능투자 시장 규모는 2012년 13조2000억달러(약 1경5721조원)에서 2020년 말 35조3000억달러(약 4경2042조원)로 2.7배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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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디지털 트윈 공장 이미지 (출처: Nvidia)

디지털 트윈으로 효율 높여…상용화 진행 중

물론 일각에서는 이런 융합·확장 시도를 ‘베이퍼웨어(vaporware, 실체가 없는 상품)’로 치부하기도 한다. 가능성을 부풀려 마케팅 용도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CES에서 주요 기업이 보여준 비전은 이런 비판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제시한 메타모빌리티의 핵심은 ‘디지털 트윈(가상 환경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인데, 이를 적용하면 가상 환경에서 공장 기기를 조작해 실제 공장 설비의 위치를 바꾸거나 사물을 옮길 수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디지털 트윈 분야 전문성을 갖춘 게임 엔진 개발업체 유니티와 MOU(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오는 2022년 말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완공에 맞춰 세계 최고 수준의 메타버스 기반 디지털 가상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이미 이 분야에서 실질적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물리 법칙이 적용되는 완벽한 가상 공간인 ‘옴니버스 플랫폼’을 구축해 상용화에 나섰다. 옴니버스 플랫폼을 이용하면 실시간 3차원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시뮬레이션(모의실험) 할 수 있다.

BMW는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을 활용, 디지털 트윈 공장을 운영 중이며 공장 근로자까지 디지털 휴먼으로 생성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BMW는 이를 통해 생산 효율을 30%나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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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거래소 오픈씨에서 거래 중인 ‘아이린다오(IreneDAO)’ (출처: OpenSea)

NFT, 디지털 자산의 경계를 확장하다

NFT(대체불가토큰)도 올해 CES에서 새로운 기술 트렌드로 추가되며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산업 분야 및 기술에 NFT를 융합,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NFT 플랫폼이 탑재된 스마트TV 라인업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NFT 플랫폼이 탑재돼 있어 NFT 예술 작품을 미리 보거나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전기차 업체 빈페스트는 이번 CES에 참가해 신형 전기차를 사전 예약으로 구매하는 고객에게 NFT 인증서를 발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NFT를 활용하면 소셜 미디어에서 흔히 공유되는 ‘셀피(Selfie)’ 같은 디지털 이미지도 예술품처럼 거래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암호화폐(Crypto) 업계 인플루언서인 아이린 자오(Yuqing Irene Zhao, 28세)는 최근 자신의 사진으로 만든 NFT를 발매해 큰 인기를 얻었고, 인도네시아 대학생 고잘리(Ghozali, 22세)은 5년 동안 찍은 셀피 이미지 기반 NFT로 100만달러(약 12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CES 컨퍼런스에 참여한 NFT 거래소 ‘아트블록(Art Blocks)’의 CEO 에릭 칼데론(Eric Calderon)은 “디지털 아트 형태의 NFT는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소프트웨어”라며 “NFT 사용 및 판매 방식 측면에서 시장 저항이 가장 적다”고 설명했다. 기존 예술 작품의 유통 질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록체인 크리에이티브 랩스(Blockchain Creative Labs)는 미국 프로레슬링 경기 주관 단체인 WWE와 파트너십을 맺고 레슬러들의 이미지 사진, 영상 등을 이용한 NFT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콧 잔헬리니(Scott Zanghellini) WWE의 신사업 부문 대표(head of new revenue)는 이번 CES 컨퍼런스에서 “WWE 기념품을 사던 팬들의 습관이 디지털 시대, 온라인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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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기술이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 (출처: Ark Invest)

메가 트렌드 주목… 과감한 도전 나서야

올해 CES에 등장한 융합·확장 트렌드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인접 산업, 전후방 산업을 흡수하는 과거의 ‘수직 계열화’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관련성이 떨어지는 이종 산업, 새로운 기술 분야까지 받아들이는 ‘비욘드X’가 가속화됐다.

특히 메타버스, ESG·친환경 산업은 효율성 향상, 소비자들의 관련 제품·서비스 선호 트렌드에 힘입어 모든 분야를 빨아들일 기세다. 이 변화는 기존 제조·에너지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많은 글로벌 기업이 ESG 성과를 경영진의 보상에 연동했다. ESG가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존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시대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융합·확장을 위한 과감한 도전에 나설 때다.
‘비욘드X’ 가속화…융합·확장으로 경쟁력 키워야 | profile 박원익

박원익 - 더밀크 뉴욕플래닛장

실리콘밸리 테크&경제 트렌드,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더밀크에서 더밀크 코리아 부대표를 거쳐 현재 뉴욕에서 뉴욕플래닛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데일리, 조선비즈에서 글로벌 테크 기업과 국내외 스타트업을 취재해 기사를 썼고, 실리콘밸리 특파원을 지냈다. 현재 월간 신동아 및 동아닷컴에 기고 중이며 저서로는 <중국 증시 투자 입문서 ‘중국 주식 1억이 10년 만에 175억(제2의 텐센트를 찾아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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