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부탄올, 폐목재・볏짚에서 휘발유가?, 환경친화 ‘甲’에 인권도 배려

‘바이오매스(BioMass)’를 직역하면 ’생명체 덩어리‘ 쯤으로 해석된다. 의역하면 ‘에너지로 전환 가능한 생물체 자원’ 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사실 바이오매스는 원래 에너지였다. 다만 바이오매스가 에너지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그런데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바이오매스에서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게 됐다. 19세기 후반, 땅콩에서 기름을 추출해 자동차를 달리게 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바이오매스 종류도 다양하다. 콩은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내고 사탕수수로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한다. 미생물이나 해조류를 활용하는 기술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가축 분류나 음식물 쓰레기는 바이오가스로 탈바꿈된다. 폐목재는 바이오부탄올 원료가 된다. 모두가 바이오매스이다. 바이오매스의 가장 큰 특징은 유한한 화석연료와 달리 영속적인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이오에너지 원료가 되는 콩이나 사탕수수는 매년 수확해도 또 자란다. 해조류는 육상 식물보다 성장력이 훨씬 높고 미생물을 배양하면 화수분에 가깝다. 산림 자원이 존재하는 한 버려지는 폐목재는 차고 넘칠 수밖에 없다.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다양한 바이오에너지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최근에는 국내 기술로 세계 최초의 바이오부탄올 상용화가 모색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오부탄올이 무엇이고 어떤 용도로 사용되며 지구 환경에는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들여다본다.

수송에너지 시장에도 복고 바람 불고~

대표적인 수송 연료인 ‘디젤(Diesel)’이 당초에는 땅콩에서 유래됐다는 것은 이제는 많이 알려진 얘기이다. 독일 과학자인 루돌프 디젤(Rudolf Christian Karl Diesel)이 1900년 어느 날 열린 세계박람회에 출품한 고효율 엔진은 발명가의 이름을 따서 ‘디젤 엔진’으로 불리고 있다. 당시 이 엔진에는 땅콩에서 추출한 기름이 사용됐다. 이후 화석연료의 경제성에 밀려 자취를 감췄지만, 디젤의 원조는 땅콩이었다. 세월이 흘러 화석연료의 대기 환경 위해성이 부각되면서 식물 기반 에너지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고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콩, 팜 등에서 추출되는 바이오디젤(Bio Diesel)이나 사탕수수가 원료인 바이오에탄올(Bio Ethanol)이 남미나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상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경유에 3%의 바이오디젤이 의무 혼합되고 있다. 수송에너지 시장에서도 ‘복고(復古)’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그런가 하면 버려지던 폐기물이 친환경 바이오에너지로 재탄생되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영역으로 해석될 수 있다. 폐목재나 볏짚 등에서 추출한 당과 박테리아를 이용해 만든 액체 연료인 바이오부탄올(Bio Butanol)이 그것이다. 바이오에너지는 크게 3가지가 구분되는데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과 더불어 바이오부탄올이 꼽힌다. 이중 바이오부탄올은 철저하게 비식용 폐자원을 원료로 생산된다는 점에서 환경친화 기여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경제성을 확보한 바이오부탄올 상용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국내 기술에 의해 개발됐고 최근 실증 단계에 돌입하면서 이 분야 세계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이오부탄올은 철저하게 비식용 폐자원을 원료로 생산된다는 점에서 환경친화 기여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려지고 폐기 과정 거쳐야 했던 것들이 에너지로!

합판, 종이, 폐가구, 건설 폐목. 바이오부탄올 생산 원료들이다. 사탕수수나 옥수수대, 볏짚, 밀대로도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할 수 있다. 나무 톱밥도 바이오부탄올 연료가 된다. 옥수수나 벼는 식용 작물이지만 그 알갱이를 지탱하던 대는 버려지는 폐기물이다. 폐가구나 합판은 버려지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폐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들 폐기물 원료들이 화학적인 전환 과정을 거치면 자동차를 움직이는 수송 연료가 되고 잉크와 페인트의 점착제로 사용되며 환경에 유해한 반도체 세정제를 대체할 수도 있다.
바이오부탄올 생산 원리는 간단하다. 폐목재나 볏짚 같은 비식용 바이오매스에 존재하는 포도당, 목당 같은 혼합 당을 미생물로 발효하면 바이오부탄올이 생산된다. 여기까지는 쉬운데 경제성을 확보한 상용화의 길을 멀고도 험했다. 한 종류의 미생물은 한 종료의 당(糖)만 발효하는 특성이 있어 포도당과 목당을 분리해 별도의 반응기에서 발효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런데 단일 미생물로 혼합 당을 동시에 발효시키는 기술이 국내 기술로 개발되면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바이오부탄올 대량 생산도 어려웠는데 미생물 성질을 조작하는 ‘시스템 대사공학’ 기술을 접목해 생산량을 3배 이상 끌어 올렸고 분리∙정제공정의 에너지 소비량도 70% 이상 줄이면서 세계 최초의 상용화 길이 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송 연료・반도체 세정・화장품 착향료로 사용, 팔방미인

바이오부탄올의 가장 큰 쓰임새는 수송에너지이다. 휘발유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탕수수 같은 식용 작물로 생산되는 바이오에탄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고연비를 실현할 수 있어 그만큼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바이오부탄올은 잉크나 본드, 페인트 등에 쓰이는 점착제로도 활용된다. 잉크나 페인트는 다양한 색 염료를 물 등에 희석한 것인데 바이오부탄올이 점착제 역할을 하면서 염료와 물이 번지거나 흩어지지 않고 본래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 반도체 세정제로 사용되는 오존층 파괴 물질도 대체할 수 있다. 생소한 명칭인 염화불화탄소(HCFC)는 에어컨 냉매를 떠올리면 된다. 반도체나 정밀기계의 세정제로도 사용되는데 오존층을 파괴해 지구온난화를 가속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제적으로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염화불화탄소 감축 로드맵을 설정하고 2013년부터 실행에 돌입한 상태로 2040년에는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그런데 반도체와 정밀기계를 세정하는 염화불화탄소의 역할을 바이오부탄올이 대체할 수 있다. 식품이나 비누, 화장품 등에 두루두루 사용되는 착향료로도 활용되니 바이오부탄올은 팔방미인 에너지・화학제품인 셈이다.

바이오부탄올은 수송 연료・반도체 세정・화장품 착향료로 사용

 

환경친화적인데 인권까지 배려됐다는…

바이오부탄올은 바이오에너지 중에서도 특히 인간과 환경에 친화적이라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탄소 저감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은 세계 인권 기구나 환경 단체 등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왔다. 가장 큰 이유는 식용 자원의 에너지화 문제이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제3세계 국가에서는 여전히 기아로 굶어 죽는 인구가 많은데 식량 자원을 원료로 에너지로 생산하는 것이 인도적으로 바람직하냐는 지적을 받아 왔다.
환경 파괴를 유발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작물의 경작지 조성을 위해 열대 산림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메탄가스가 발생해 지구온난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들 바이오에너지 생산 원료로 폐유지나 비식용 작물이 사용되면서 논란의 여지가 크게 줄고 있다. 그런 면에서 바이오부탄올은 뼛속부터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버려지거나 별도의 폐기 과정이 필요한 폐목재, 볏짚을 원료로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바이오부탄올의 생산, 저장, 사용 과정에 추가적인 인프라 설치나 별도의 개조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바이오에탄올은 휘발유와 혼합될 때 상분리가 발생하면서 바이오에탄올을 담거나 수송할 전용 시설을 갖춰야 한다. 자동차 엔진의 금속 부품 부식을 유발하는 부작용도 상용화의 걸림돌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부탄올은 물에 대한 용해도와 부식성이 낮아 일반적인 휘발유 저장 시설과 자동차 엔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저장시설이나 엔진 개조 없이도 휘발유를 대체한 에너지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화이트 바이오산업의 ‘갑 오브 갑’

연간 국내에서 버려지는 폐목재만 3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국내 기술을 적용하면 폐목재에서 약 3억 리터의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370만 번 왕복 가능한 연료를 버려지는 폐목재에서 매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볏짚이나 옥수숫대, 나무 톱밥 같은 또 다른 바이오매스까지 감안하면 더 많은 바이오부탄올을 뽑아낼 수 있다. 버려지는 폐목재가 친환경 휘발유를 생산하는 유전(油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바이오케미컬 분야의 수요도 향후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중 바이오부탄올의 역할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잉크・페인트 등의 점착제, 반도체 세정제, 합성수지 가소제 등의 케미컬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한 해 약 400만 톤 규모에 달하며 6조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 중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중 상당 부분을 바이오부탄올을 비롯한 바이오케미컬이 대체할 수 있고 특히 반도체・정밀기계 세정제 등의 수요는 퇴출이 예고된 염화불화탄소 대신 바이오부탄올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1세기 들어 특히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산업은 화이트, 레드, 그린 바이오 등 3가지 산업으로 구분된다. 보건, 의료 분야와 접목된 분야를 레드 바이오산업으로 표현하고 식량・자원 분야는 그린 바이오산업에 해당한다. 바이오에탄올, 바이오가스, 바이오부탄올 같은 환경・화학・에너지 분야 산업은 화이트 바이오산업으로 일컬어지는데 비식용・폐자원 원료를 활용해 친환경 수송에너지와 화학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화이트 바이오 분야의 ‘갑(甲) 오브 갑’으로 바이오부탄올이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바이오부탄올 상용화 기술을 우리 기업이 선점하고 있으니 세계 화이트 바이오산업의 ‘갑 오브 갑’ 역시 우리나라 기업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industrial writer GS칼텍스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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