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언제까지 지속되나?

사우디 및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 경쟁을 전제로 한 저유가 장기화 내지 고착화 주장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 2017년 초부터 사우디는 왕세자의 강한 의지로 감산에 앞장섰고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둘째, 셰일자원의 제약으로 셰일오일의 증산이 한계에 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석유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대하지만, 공급 투자 부진으로 공급 불안은 높아지고 있다. 2016년 배럴당 45달러로 바닥을 찍은 유가가 회복 사이클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 수년 내 배럴당 100달러의 고유가 시대를 다시 맞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 수년간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저유가 구도가 장기화 내지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셰일혁명으로 불리는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이 무한정 계속되리라는 가정하에, 유가의 회복은 곧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으로 인한 과잉공급 상황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제 저유가 구도는 장기적으로 고착화된다는 논리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낮은 사우디 등 산유국들은 미국 셰일 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하여 대응 증산을 할 것이기 때문에 유가 회복은 요원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사우디 및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 경쟁을 전제로 한 이러한 저유가 구도 장기화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먼저, 사우디는 2014-15년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으로 시장의 과잉공급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감산은커녕 시장 지분(M/S)을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증산 경쟁을 벌였고, 이로 인해 시장 재고는 많이 늘어났다. 이것이 지난 수년간 저유가가 지속된 핵심 원인이다. Mr.Everything으로 불리는 사우디 왕세자는 OPEC 감산 회의에 참여한 나이미(Ali al-Naimi) 석유상을 전격 불러들이는 파격을 부리면서 사우디를 증산 경쟁으로 내몰았었다. 평균생산비가 훨씬 낮은 사우디가 증산으로 유가를 폭락시켜,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높은 셰일회사들을 고사시키려는 것이 그 배경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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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유가 폭락으로 부분적으로 석유회사들의 파산 및 생산증대억제는 이루어졌지만, 사우디도 엄청난 재정적 타격을 받았다. 석유에 재정을 의존하는 사우디의 유전생산단가는 매우 낮지만, 재정균형유가는 셰일생산단가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더구나, 지속적인 기술혁신으로 셰일회사들의 손익분기유가(BEP)는 더욱 낮아지면서, 유가 하락에도 오히려 셰일오일 생산량은 소폭이나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사우디로서는 막대한 재정손실에다가 셰일산업을 고사시키기는커녕 경쟁력만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구나, 왕위계승을 앞둔 무하마드(Mohammed bin Salman) 왕세자는 야심 찬 “비전2030”, “아람코 IPO” 등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도 유가 회복은 필수적이었다. 마침내 Mr.Everything이라 불리는 사우디 왕세자는 그동안의 미숙한 시장대응을 반성하면서 감산으로 돌아섰다. “We will do whatever we can do to raise oil prices” 2017년 초부터 사우디는 왕세자의 굳건한 의지에 따라 가장 앞장서서 감산을 실행했고 주도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셰일혁명이 계속되리라는 환상이다. 미국 타이트오일 생산량은 2010년 80만 B/D에서 4년 사이에 480만 B/D로 급증하였다. 셰일오일 생산기술 발전과 이에 따른 코스트 하락으로 촉발된 셰일 개발 붐은 마치 서부시대의 금광개발만큼이나 치열하였다. 셰일오일 생산회사들은 일확천금을 쫓는 중소형 회사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이 역시도 사모펀드(Private Equity) 등에서 공급한 자금이 대부분이었다. 광란의 개발 붐 중에는 셰일회사들의 주가가 수배나 급등하면서 개발 붐을 부추겼다. 그러나 2014년 이후 과잉공급으로 유가가 폭락하면서, 셰일업체들은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향후 유가가 회복되어도 2010~2014년에 있었던 셰일 붐이 재현될 수 있을까는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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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로는 첫째, 기술혁신의 비용효과도 둔화되리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코스트를 상대적으로 크게 인하시키는 기술혁신은 이미 구현되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며, 오히려 저유가 시기 중 대폭 서비스비용을 낮추었던 서비스회사들은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체로 수익성과 생산성이 높은 지역(sweet spot) 순서로 개발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남아 있는 지역은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둘째, 셰일은 더 이상 금광 개발 같은 노다지가 아니다. 셰일업체 대부분 유가 폭락으로 쓴 경험을 했다. 특히 지난번 셰일 붐의 핵심주도세력인 사모펀드(private equity) 자금들은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기성 자금으로 유가가 회복되어도 다른 투자 효율성이 높은 분야로 이동할 수 있다. 유가 변동의 불확실성도 높고 상대적으로 수익성도 높지 않은 셰일보다는 바이오나 4차 산업혁명 같은 곳으로 투자자금이 집중될 수 있다. 여기에 셰일혁명의 지속을 뒷받침해줄 인력 및 인프라 제약도 문제이다.

또, 미국의 에너지정보청은 자국의 셰일오일의 TRR(기술적으로 회수 가능한자원량으로 매장량은 아님)의 기준시나리오를 약 1,000억 배럴로 추정한다. IEABP사는 미국의 매장량을 500억 배럴 정도로 추정하는데, 이중 전통원유를 제외하면 타이트오일의 매장량은 엄청난 규모는 아니라고 추정된다. 물론 경제적 기술적 진전 상황에 따라 실제 생산량은 이보다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공급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채워줄 수 있는 화수분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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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셰일자원의 제약 때문에 셰일오일 증산의 한계에 관한 주장도 퍼지고있다. 결국 셰일 자원의 피크가 올 수밖에 없고 그것도 머지않은 미래에 온다는 것이다. 우드맥, IEA나 OPEC 등 주요기관들은 공공연히 셰일의 피크가 2023~2025년쯤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미국의 에너지정보청이 미국 셰일오일 증산에 대하여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하여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주장(MIT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향후 수년간 유가 회복에 따라 셰일오일 생산이 증가하기는 하겠지만, 증가 폭은 둔화되고, 결국은 피크에 도달하리라는 것이다. 또한, 이 정도의 증산 폭(연간 50-100만 b/d 규모)은 개도국 중심의 지속적인 수요 증대를 감안하면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들의 결심 여하에 따라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다.

세 번째, 석유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최소한 향후 20년간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전기차의 빠른 확산으로 석유 수요 피크가 조기 도래하며, 석유 시대의 종료도 멀지 않았다는 황당한 주장도 한다. 그러나 현재 보급된 전기차는 200만대 수준에 불과한데 세계 자동차 수는 10억대를 훨씬 넘는다. 최근 IEA 보고서(World Energy Outlook 2017)는 전기차가 2040년까지 낙관적인 시나리오(new policy) 하에서 2.8억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는 2040년 자동차의 15%에 불과하며, 2040년까지 수요 대체효과도 250만 b/d(연평균 10만 b/d로 수요의 0.1%)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한다. 석유수급 구도에 영향을 미치기는 미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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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저유가로 E&P 투자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상 유전의 자연 감모율을 6~7%로 보는데, 현재의 공급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엄청난 투자가 지속되어야 하며 더군다나 미래 수요 증대분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선행 투자가 필요하나 저유가로 매우 부진한 상황이다. 이는 곧 중장기적으로 공급 능력 부족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제는 시장 환경이 바뀌었다. 사우디는 감산으로 돌아섰고, 재고는 감소 추세에 있다. 셰일 증산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셰일 피크 시점이 거론되고 있다.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공급투자 부진으로 공급불안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시장의 완충 역할을 하던 적체 재고는 감소 추세에 있고, 여유 생산능력은 역대 최저수준이다. 시장 완충역량의 약화로 사우디, 이란 등 지정학적 불안은 이미 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 현재의 시장구도이다.

유가는 2016년을 바닥으로 상승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2014년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던 유가는 15년 배럴당 53달러로 반 토막이 났고, 16년에는 배럴당 45달러로 바닥을 찍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를 반영하면서 17년 유가는 전년 대비 이미 20% 상승했고, 18년 유가도 이 연장선에서 17년보다 10% 정도 상승한 배럴당 60달러 내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유가 회복에 따른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 속도, OPEC의 감산준수율, 재고 감소 속도 등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유가가 회복 사이클에 접어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또 셰일 피크에 대한 인식이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거나, 완충역량이 낮은 상황에서 중동 등의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될 경우 수년 내 배럴당 100달러의 고유가 시대를 다시 맞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구자권 센터장

본 콘텐츠는 대한석유협회 석유협회보 <석유와 에너지>에 기고된 글에서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본 콘텐츠의 IP/콘텐츠 소유권은 대한석유협회에 있으며 Reproduction을 제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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