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점령하고 있는 플라스틱 필름 이야기

일상을 점령하고 있는 플라스틱 필름 이야기

 여러 해 전의 일입니다. 한 대학에 강연을 하기 위해 영국 방문길에 교수 친구의 연구실을 찾았습니다. “Bob, 그 필름 좀 볼까?”하고 묻자, “무슨 영화?”라며 말이 엇나갑니다. “영화는 무슨 영화, 당신이 만든 플라스틱 필름을 좀 보여 달라는 이야기야!” 순간 예전에 영어단어를 공부한 기억이 머리를 스칩니다. 우리는 영화를 movie라고 배웠지만, 영어권 국가에서는 film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쓴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필름과 영화는 어떤 관계를 지닐까요?

폭발성을 지닌 영화필름

 우연하게도 1846년경 몇몇 과학자들이 셀룰로오스를 질산.황산 혼합물과 반응시켜 니트로셀룰로오스(nitrocellulose)를 만들었는데, 이로부터 필름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장뇌(camphor)를 가소제로 사용하면 유연성이 큰 필름을 제조할 수 있었습니다. 이 필름은 1933년까지 X선촬영과 1957년까지 영화필름에 사용되었습니다. 필름의 대량생산은 미국의 이스트먼 코닥(Eastman Kodak)사가 1889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러분들은 '필름'하면 어떤게 먼저 떠오르시나요C-:
러분들은 ‘필름’하면 어떤게 먼저 떠오르시나요C-:

이전부터 면을 질산화시켜 면(綿)화약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으니, 화약필름을 만들어 판매한 셈입니다. 때문에 니트로셀룰로오스 필름은 영화 상영 중 영사기 과열로 발화되어 화재의 원인이 될 위험성을 항상 안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1926년 아일랜드의 한 극장 화재는 48명의 인명을 앗아갔고, 1929년 스코틀랜드의 한 극장에서도 69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후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필름으로 대체했으나 수명이 짧은 단점 때문에 1990년대에 들어서는 페트(PET, polyethylene terephthalate) 필름이 이들을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셀로판 플라스틱 필름

 플라스틱 필름 이야기를 하려면 셀로판 필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플라스틱 필름이 바로 셀로판 필름으로 담배나 사탕을 포장하는 필름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셀로판은 셀룰로오스를 가공해서 만들기 때문에 흔히 재생 셀룰로오스 제품이라고 부릅니다. 합성 플라스틱과 달리 100% 생분해성 친환경 제품으로 환영받고 있으며, 앞서 말한 니트로셀룰로오스로 코팅하면 수분투과력을 낮아짐에 따라 응용성이 커집니다.

특수 플라스틱 필름

 여기서 잠깐, 도대체 얼마나 얇아야 필름이라 부를까요? 흔히 1.5-300 마이크로미터(1μm=10-6m) 두께를 지닌 피막을 필름이라 부르지만, 이 숫자가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현재 플라스틱 필름의 용도는 참으로 다양한데요. 식탁보, 비옷, 우산, 각종 테이프, 놀이기구, 버블, 인조가죽, 포장, 쇼핑백, 자루, 랩, 각종 코팅지 등이 쉽게 눈에 띕니다. 이 중에서 흥미로운 몇 가지 예를 설명하려 합니다.

경질PVC와 연질PVC

 폴리염화비닐(PVC, polyvinyl chloride)은 가소제를 포함하고 있지 않은 경질PVC와 가소제가 포함된 연질PVC로 나뉩니다. 경질PVC는 내유성이 크고, 산과 알칼리에 잘 견딥니다. 기체 차단성이 높아 산소(공기)가 잘 투과되지 않으므로 식품의 산패방지에 사용됩니다. 그러나 가공 시 열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열안정제의 독성여부에 주의해야 합니다. 이에 비해 연질PVC는 부드럽고 투명성이 우수합니다. 여기에 여러 가지 첨가물을 넣어 인조가죽용 필름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이 때 사용하는 가소제와 첨가제들의 유해성에 조심해야 합니다.

플라스틱 랩

 랩을 이야기하자면, 미국 다우(Dow)사의 식품포장용 랩인 사란랩(Saran Wrap)이 생각날 정도로 이 제품은 많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초기에는 많이 쓰인 폴리비닐리덴 클로라이드(PVDC, polyvinylidene chloride) 는 기체투과율이 매우 낮아 음식 냄새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동시에 공기 출입을 막아 산화부패를 지연시킬 수도 있는데요.

이 외에도 연질PVC,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low density polyethylene) 등이 랩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이들은 PVDC에 비해 달라붙는 특성이 약해 분자량이 낮은 폴리아이소부틸렌(PIB, polyisobutylene), EVA수지(ethylene vinyl acetate) 등을 첨가합니다.

투과방지용 필름

 박물관의 전시상자들은 전시물 보존 및 보호를 위해 공기와 수분 등의 출입을 막는 적층구조의 특수필름으로 내부피복을 합니다. 또 필요에 따라 전시상자 공기를 질소로 대체하면 전시품에 있는 곤충류나 호기성 미생물을 절멸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는데요. 재질이 다른 고분자로 적층구조를 만들기도 하며, 알루미늄 등 금속막으로 적층구조를 만들기도 합니다. 금속박막대신 PVDC, 불화비닐수지(PVF, polyvinyl fluoride) 등이 유사 목적으로 폴리에틸렌(PE, polyethylene) 필름층 사이에 사용됩니다.

기타 플라스틱 필름

 통조림 캔 내부는 매우 얇게 코팅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플라스틱 필름 코팅입니다. 흔히 캔 내부에 내용물을 넣고 봉한 후에는 가열 멸균소독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필름 코팅은 꽤 고온에도 견딜 수 있는 재료여야 하는데요. 그래서 내열성이 우수한 폴리이미드(PI, polyimide)를 사용합니다. 진공포장용으로는 앞서 설명한 PVDC 이외에 흔히 나일론이라고 부르는 폴리아미드 섬유(polyamide), 폴리카보네이트(PC, polycarbonate) 등이 탁월합니다.

통조림 내부의 플라스틱 필름 코팅은 고온을 견딜 수 있는 폴리이미드(PI)를 사용합니다.
통조림 내부의 플라스틱 필름 코팅은 고온을 견딜 수 있는 폴리이미드(PI)를 사용합니다.

최근 옥수수와 같은 냉동식품이 들어있는 작은 플라스틱 주머니를 직접 끓는 물에 넣어 조리하는 레토르트 파우치(retort pouch)가 자주 눈에 띕니다. 폴리프로필렌(PP, polypropylene)과 PET가 이 용도로 중요한데요. 이 밖에도 쓰임새에 따라 폴리스티렌(PS, polystyrene), 폴리에틸렌 이오노머(polyethylene ionomer), 폴리우레탄(polyurethane) 필름이나 박막 코팅이 널리 쓰입니다. 또 소비자들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커짐에 따라 광분해성, 생분해성 고분자 포장지 및 필름의 개발도 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