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수출, 그 안에 석유제품 있다

꾸준한 증가세 보이는 석유제품 수출 실적

수출이 지난해 11월부터 7개월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4개월 연속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달 들어 증가 폭이 3.4%로 줄었지만 긴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든 탓이다. 뛰는 것을 넘어 그야말로 나는 수준의 좋은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수출 호조세를 이끌고 있는 1등 공신은 다름 아닌 ‘석유제품’이다. 올해 1분기에는 또 한 번의 신기록을 세웠다. 국내 정유업계는 1~3월에 1억1778만배럴을 수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나 증가한 것이자 역대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석유제품 수출 단가도 오르면서 수출액도 74억58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66% 늘었다.

한국무역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석유제품의 올해 1~4월 수출 기여도가 전체 수출 증가율 17.2% 중 3.8%포인트(p)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출 증가율이 46.8%에 달했다. 이에 힘입어 석유제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주요 13대 수출품목 순위에서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 자동차에 이어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6 국내 정유업계 석유 수출량

석유제품이 전통적 수출 효자 품목이지만, 최근 실적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계가 수출한 석유제품이 4억5524만배럴에 달한다. 이는 2015년보다 0.7% 수출량이 늘어난 것이자 역대 최대치다. 2013년 이후 연속 4년 동안 증가세를 보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수출 상대국 수도 2014년 55개국에서 2015년 66개국으로 20% 증가한 뒤 지난해에도 67개국에 수출하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대 수출국은 중국으로 전체 수출량의 19%인 약 8700만 배럴을 수출했다. 이어 싱가폴(16%)과 호주(10%), 일본(9%), 대만(6%), 미국(6%) 등의 순이다.

특히 중국에서 수출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더욱 고무적이다. 올해 1분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관련 경제보복이 이어졌음에도 경유 수출은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11개 대도시에서 경유의 황 함량 기준을 10ppm으로 강화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중국으로 수출한 국산 경유는 1012만 배럴로 2015년 275만 배럴에 비해 약 2.7배 늘었다. 당초 값싼 중국산 경유가 국내로 유입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고품질 국산 경유가 수출 역습을 하는 기회가 됐다.

정유업계, 수익성에서도 강세 보여

수익성 면에서도 석유제품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수출 효자였던 자동차업계와 비교하면 지난해 정유업계가 수출로 거둔 영업이익이 자동차업계가 수출로 올린 영업이익보다 41% 더 많았다. 수출액만 놓고 보면 자동차업계가 정유업계보다 더 많지만 수익성은 정유업계가 더 좋은 셈이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S-OIL)·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평균 영업이익률인 13.14%를 적용하면 정유업계가 수출로 거둔 영업이익은 3조4447억원으로 추정된다. 자동차 수출의 주요 축인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 5.08%를 적용하면 자동차업계의 수출 영업이익은 2조4393억원으로 정유업계보다 적다.

세계 조선시장의 70%까지 장악했던 조선업계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 대형 조선3사가 거둔 수주액은 64억7000만달러(7조5233억원) 수준에 그쳤다. 당초 세운 수주 목표액(400억달러)의 16%를 달성하는데 그쳤다.

이는 가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의 쾌거라 할만하다. 한국은 익히 알려져 있듯 유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원유 전량을 수입해 쓰는 구조다. 1962년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할 때만 해도 고가의 석유제품 전량을 수입해 쓰던 터였다. 하지만 한국은 반세기 만에 중동 산유국까지 포함해 전 세계 67개국에 석유제품을 당당히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의 쾌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의 쾌거

한국의 석유산업에 대해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에서 온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한국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세계 6위 규모의 원유정제시설을 갖추고 세계 5위의 석유수출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1963년 13개월에 걸쳐 울산정유공장이 처음 생기고 석유산업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한국의 원유 정제 능력은 하루 3만5000배럴에 불과했지만, 불과 64년 만에 300만배럴로 약 100배 뛰었다.

한국의 석유산업이 이처럼 발전하기까지는 각고의 노력이 따랐다. 원유 공급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다 보니 글로벌 석유 메이저 기업들과 합작을 해야하는 한계가 있었다. 대한석유공사는 걸프사와, 호남정유주식회사는 칼텍스사와, 경인에너지는 유니언오일사와 합작하는 형태였다. 경영권은 물론이고 원유 공급부터 판매까지 막대한 이익을 독점 당해도 별다른 방안이 없었다.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각 사들은 노력을 통해 지분과 경영권을 차츰 회수했다.

석유산업이 국가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석유산업이 국가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현재 우리나라가 조선, 철강, 석유화학 부문에서 세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데에는 석유의 원활한 공급이 뒷받침이 됐다. 경제와 산업의 성장에 따라 주종 에너지원인 석유의 소비도 함께 확대됐고, 국내 정유사들은 이 같은 산업의 성장에 근간이 되는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국가 세수에 기여하는 측면도 크다. 정유와 석유화학업계 주요 사들이 지난해 영업이익 15조원을 넘긴 것을 감안하면 법인세만 따져도 3조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은 적자를 기록했던 2014년을 제외하고 최근 5개년의 연간 법인세 납부액이 약 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가가 벌어들이는 법인세수의 약 1.5% 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정부의 주도적 석유산업 발전 정책 마련의 필요성

정부의 주도적 석유산업 발전 정책 마련의 필요성

석유산업과 관련해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J노믹스)에 대해서는 우려가 드는 측면이 있다. 미세먼지를 잡겠다며 경유세 인상과 경유차 퇴출을 추진하는 등 화석연료를 줄이는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중시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 분위기에 따르는 것이긴 하지만 국가 산업 및 경제발전에 기여해 온 석유산업이 한순간에 도심 오염의 주범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 아쉬운 측면도 있다.실상은 중국 등 국외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 요인이 70%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도 많다.

정부는 당장 결과를 보여주려 급급하기 보다는 석유산업의 중요도와 역할 등을 신중하게 따져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석유산업을 이끌어 온 정유업계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부작용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면 안된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지만 국내 석유산업은 유전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고 갈 길이 멀다. 석유산업이 초호황을 누리기엔 저유가 시대가 가시화 됐고, 수익성도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석유산업을 중장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중점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


GSC IL MH 20170717 writer GS칼텍스 에너지, 에너지칼럼
남형도 머니투데이 산업부 기자

본 콘텐츠는 대한석유협회 석유협회보 <석유와 에너지>의 콘텐츠 제휴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