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올 뉴 쏘렌토’의 선루프 프레임이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만들어졌다?!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한 복합수지

흔히 두 가지 이상의 재료를 복합화한 소재를 ‘복합소재’라고 합니다. 복합소재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는데요. 가령 진흙과 밀짚으로 만든 벽돌은 진흙으로만 만든 벽돌보다 훨씬 내구성이 좋아집니다. 이처럼 두 가지 이상의 재료들이 더해져 각각의 재료들보다 성능과 기능이 뛰어난 구조를 가질 때 우리는 이를 복합소재라고 부릅니다. 복합소재는 접합재료의 역할을 하는 기지(Matrix)와 강화제 역할을 하는 충전제(Filler)로 구성됩니다. ‘고분자 화합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인 수지(樹脂)가 기지(Matrix) 역할을 하는 복합소재를 ‘복합수지’라고 부릅니다. 하나의 고정된 형태가 아닌 수지와 충전제, 첨가제, 가공기술의 다채로운 조합으로 무궁무진한 변형이 가능한 복합수지는 왜 필요한 것일까요?

우리가 사용하는 수지는 중합되어 나오는 그 자체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이상의 물성이 요구될 때는 충전제(Fillers)와 첨가제(Additives)를 추가함으로써 필요한 물성을 구현해낼 수 있습니다. 가령 폴리프로필렌(PP)이라는 수지의 강성(외부의 힘에 견디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리섬유를 첨가합니다. 유리섬유가 콘크리트 속 철근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강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죠. 또한 폴리프로필렌은 불에 잘 타는 소재이기 때문에 난연제라는 첨가제를 추가함으로써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만들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복합수지가 적용되고 있는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보여줍니다.

자동차 부품

복합수지가 이렇게나 다양하게 우리 실생활에서 쓰이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셨을 겁니다. GS칼텍스가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는 그레이드는 500여 종. 소재로 분류하면 450여 종이 폴리프로필렌을 베이스로 하는 복합수지이고, 최종 용도로 분류하면 400여 종이 자동차, 나머지가 가전제품이나 건축자재 등에 쓰인다고 합니다. 이처럼 복합수지는 각 원료의 특성들을 잘 조합해서 원하는 용도에 맞게 적합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만능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합한 소재를 선정하고, 소재 간의 배합비를 산출하고, 이를 스마트한 가공기술로 조합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최적의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이 폴리머기술개발팀의 주된 역할입니다.

탄소섬유 복합수지 개발에 성공하다

최근 차량 고급화에 따라 각종 편의사양장치 추가로 중량은 증가하는 반면,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전세계 연비규제는 강화됨에 따라 부품 경량화가 자동차 업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금속보다 가벼우면서도 금속에 비해 강도와 탄성이 뛰어나며 내열성, 내충격성이 뛰어난 탄소섬유를 활용한 자동차 소재 개발에 GS칼텍스가 큰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입니다. 이전에도 탄소섬유를 활용한 복합수지가 경주용 자동차나 전기차 등 특수차량에 일부 적용된 사례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까다로운 기술과 높은 가격이라는 두 가지 장벽 때문에 양산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탄소섬유의 높은 시장성과 잠재력을 꿰뚫어본 회사는 탄소섬유 복합수지 적용을 자동차 업계에 선제적으로 제안했고, 때마침 현대기아동차가 탄소섬유 복합소재 과제를 발의함에 따라 지난 2012년 말, 회사는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쏘렌토의 썬루프

접착성, 비중, 기계적 물성이라는 기본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외부원료를 활용, 수많은 조합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가공기술을 최적화시키고, 최적의 탄소섬유를 선정함으로써 1차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이후 부품변형과 품질안정성 항목에서 경쟁사 대비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받음으로써 단독공급업체로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탄소섬유, 나일론 등 열 가지 이상의 원료를 가지고 최상의 조합 비율을 찾아내는 기술이 핵심이었습니다. 10㎜의 탄소섬유들을 다른 원료와 섞어 적절히 배열하자 금속보다 강성은 뛰어나면서도 무게가 가벼워 친환경 차량용 소재로 적합해졌습니다. 특수 가공기술을 접목시켜 강성과 내충격성을 향상시킨 동시에 부품의 후변형을 억제하고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의 부품을 빠른 시간에 제작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진천에 위치한 GS칼텍스 생산설비에서 수율과 물성 측면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해결, 각 단계별 운전조건을 최적화시킴에 따라 우수한 생산효율성과 품질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마침내 고객사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관련 기사와 수상내역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탄생한 ‘탄소섬유 복합수지’는 지난해 기아차의 최신모델이었던 ‘올 뉴 쏘렌토’의 파노라마 선루프 프레임에 적용되었습니다. 탄소섬유를 이용한 소재가 연간 10만 대 이상 대량 생산되는 차량에 적용된 것은 세계 최초의 사례였습니다. 이를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자동차용 플라스틱 부품 중 가장 혁신적인 제품을 선정하는 ‘SPE 오토모티브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상업생산에 실제로 적용된 가장 획기적인 제품을 시상하는 저명한 상인 만큼 그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은 회사의 브랜드를 널리 알림과 동시에 회사가 복합수지 분야의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쉼 없이 달려온 지난 2년 6개월. 현재 ‘올 뉴 소렌토’를 포함 총 3종의 현대기아차 차량의 파노라마 선루프 프레임에 회사의 탄소섬유 복합소재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2016년까지 총 10종의 차량에 추가 적용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달콤한 선점효과를 누리는 것도 잠시, 해외 완성차 업체 및 파노라마 선루프 모듈업체와 접촉을 시작하며, 미국과 유럽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비전 달성의 의지가 만들어낸 작품

연간 18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GS칼텍스 폴리프로필렌 사업. 공장을 신증설하지 않는 이상 절대적인 생산량은 늘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복합수지 사업은 외부로부터 수지, 충전제, 첨가제를 소싱받고 새로운 가공기술을 접목해서 새로운 처방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확장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GS칼텍스 폴리머 사업부문은 미래 먹거리를 찾아 사업을 키우고, 글로벌 화학회사로 나아가자는 비전을 향해 한 마음으로 움직여왔고, 이러한 신뢰와 의지가 금번 탄소섬유 복합수지 개발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원료를 외부에서 조달, 조합하겠다는 창의적인 발상과, 고객사와 밀착 대응함으로써 파악한 니즈를 제품 개발과정에 오롯이 녹여낸 점, 한가지 목표를 향한 기술, 영업, 생산조직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핵심적인 성공요인으로 꼽힙니다.

창의적 사고, 선제 대응, 상호협력

‘슈퍼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 시장은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연평균 10% 이상의 고성장을 통해 2020년 788조원, 2030년에는 1559조원까지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주행 안정성과 연비 개선을 위해 우선 차량 윗부분인 선루프 부품에만 적용됐지만 향후 다른 자동차 부품에도 광범위한 적용이 기대됩니다. 기존 자동차 소재로 쓰이는 철이나 유리섬유를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소재로 평가 받고 있는 만큼 세계 시장을 널리 내다보고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 전세계 탄소섬유 복합수지 시장에 한 획을 긋는 큰 ‘사고’를 친 폴리머사업부문. 이들의 의지와 열정이 앞으로 또 어떤 ‘사고’를 칠지 한껏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