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유가 급락, 석유∙가스업계에 닥친 두 개의 태풍이 몰고 올 변화

전 세계 경제와 일상을 마비시킨 ‘코로나19’와 2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한 ‘유가하락’으로 석유∙가스업계가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차원의 에너지 전환 움직임까지 맞물려 업계가 삼중고에 빠진 형국이다. 현재 업계가 직면한 위기의 실체와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고민해본다.

 

코로나19로 인한 석유∙가스업계 변화와 대응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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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가스업계에 유례없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엄청난 파급력을 품은 태풍급 사건이 연이어 몰아치면서 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첫 태풍은 글로벌 차원의 장기적 에너지 전환 추세에 따른 것으로, 2019년 말 석유∙가스업계에는 이미 공급 과잉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여기에 올해 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두 번째 태풍이 시차도 없이 업계를 덮쳤다. 이로 인해 생산설비 가동을 비롯한 산업계 활동은 물론 여행, 외출, 출퇴근 등 기타 석유 에너지가 필요한 다양한 활동들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수요 쇼크가 발생했고, 이는 유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3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감산 합의가 무산되면서 유가는 20여 년 만에 최저점을 경신했으며,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다급해진 글로벌 산유국들이 뒤늦게 감산에 합의하긴 했으나 공급 과잉을 막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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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한 단계별 대응계획을 수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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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업계가 맞닥뜨린 위기는 그 파급력과 범위를 고려해 볼 때 유가, 시장, 산유량, 재무구조, 자본계획, 대량 생산설비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전례 없는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종식에 대한 예측은 ‘여름이면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과 ‘가을에 다시 유행할 것’이라는 의견이 서로 엇갈린다. 저자본 투자와 저가격 환경에 대한 업계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므로 OPEC+(OPEC과 비OPEC 산유국의 협의체)의 공급 조정 결정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몇 분기가 지나야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상황들을 감안할 때 석유∙가스업계는 아래와 같이 단계별 대응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 현금 확보를 위해 임의지출 항목(예: 연구개발비) 축소
  • 자본지출 연기
  • 협력업체 및 인프라 관련 비용 재협상
  • 디지털화 가속화 및 업무방식 효율화 방안 지속 도입
  • 지속가능성과 경쟁우위를 보유한 자산 중심으로 장기 포트폴리오 우선순위 조정

 

코로나19가 가속화한 원유 수요하락 추세,
가능한 모든 안전장치 마련해야

국내 석유∙가스업계는 2014년에도 급격한 유가하락으로 인한 긴축운영을 실시한 바 있다. 2020년 현재 여건상 어떤 조치들은 6년 전에 비해 그 실행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와 원활한 경영을 위해 더욱 강력한 조치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첫째,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직원과 고객의 건강을 보호하는 안전 조치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시행한다. 육상 및 해상 설비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교대 패턴 및 투입 수준 등을 조정하고, 특히 작업 전후나 작업 동선에 이동이 있는 직원들 경우 안전 점검에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직원에게 건강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지속적인 설비 운영이 불가능할 수 있고 기업의 핵심 역량에도 장기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둘째, 이번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수요 하락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원유 공급은 이미 과잉 수준이었다. 일부 생산 및 가공 설비는 가동률을 낮추거나 가동 중단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대부분 협력업체들이 이미 과거에 큰 폭의 가격인하를 단행했기 때문에 이번 위기에 가격 재협상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일부 협력업체들은 파산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들의 고객 입장에서 공급망과 핵심 역량 유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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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몇 달간 석유∙가스업계는 유동성 확보 및 효율적 자원 배치를 위한 단기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새로운 환경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고려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들을 감안할 때, 가능한 방안과 계획을 최대한 수립하는 것이 안전장치이자 경영진의 의무다.

당장의 생존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이지만, 그럴수록 과거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단기적 관점에 사로잡혀 장기적 비전을 간과하는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 즉 장기적으로는 방어뿐 아니라 성장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반등 및 회복에 대비한 마케팅 실행과 변화하는 고객 트렌드 파악을 통해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 핵심 인재 보호 : 운영자금 압박으로 인해 인재 확보 및 유지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성급하게 인력 감축에 나섰다가 몇 분기 만에 다시 인재 확보에 나서는 비효율적 행태를 보여서는 안된다. 무급 휴가나 MBA 지원 등 기업 내 인재를 유지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혁신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동시에 타사의 정리해고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신규 인재 확보 기회를 포착한다.

 

  • 디지털화 가속화 : 새로운 디지털 업무 방식 도입은 비용절감뿐 아니라 현금흐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위기 동안 많은 기업들이 자원의 재배치와 신속한 업무 방식으로의 혁신을 이뤘으며, 위기 이후 더욱 디지털화된 모습으로 변모되어 있을 것이다.

 

  • 지속가능성 노력 지속 : 그동안 에너지와 천연자원 분야에서의 지속가능성 노력은 대부분 효율성 증대와 폐기물 감축에 집중돼 왔다. 이제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성 강화와 더불어, 갈수록 엄격해지는 규제 리스크를 줄이는 데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저금리 환경을 감안할 때 지금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적합한 시기이기도 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 될 뉴 노멀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종식되면 우리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사업에 장기간 차질이 있었던 만큼 우리의 인식과 습관도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던 변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온라인 미팅, 온라인 교육, 온라인 쇼핑 등 원격 환경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늘면서 특정 분야의 수요 감소가 장기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염 방지를 위한 지역 봉쇄 및 격리 조치 등은 불필요한 여행에 대한 경계심을 더욱 높일 것이다. 이러한 모든 요인들이 석유 수요와 에너지 전환 가속화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코로나19라는 태풍이 지나간 후, 석유∙가스업계 기업들이 맞게 될 ‘뉴 노멀’은 훨씬 효율적이고 애자일하며 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하는 기업의 모습일 것이다. 또한 유가 및 상품가격 리스크에 더 이상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탄소 배출량은 현격히 줄어들 것이고, 고객에게 한 층 더 다가가는 한편, 지속가능한 에너지 제품 및 솔루션 제공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는 매우 힘겨운 과정이 되겠지만, 우리 기업들의 자원과 혁신, 그리고 고객우선이라는 절대 가치가 결합해 결국은 업계가 원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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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중 파트너 | 베인 & 컴퍼니 코리아

현재 베인 & 컴퍼니 서울 오피스 소속으로 에너지와 천연자원, 산업재, 하이테크 부문 전문가이다. 2016년 베인 & 컴퍼니 입사 후 재생 에너지, 항공, 방산, 자동차, 조선, 철강 및 다양한 산업재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특히, 전사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과 M&A, JV 등 성장 전략, 전략 실사 및 가치 창출 전략 등의 주제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학부 졸업 이후 시카고 대학교에서 MBA를 이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