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꿀벌로 보는 조직의 힘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누구나 아는 속담입니다.

어떤 일이라도 여럿이 함께하면 더 쉽게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이죠. 백지장을 둘이 함께 들면, 한 사람이 들어 올려야 하는 무게는 백지장 무게의 절반이 됩니다. 혹은, 둘이 함께 들면 혼자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의 두 배를 들 수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현실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조직을 이루면 이보다 훨씬 더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서로 연결되어 소통하는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각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의 단순한 총합보다도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아니, 파편화된 개인이라면 꿈꿀 수도 없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매일 접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금 휴대폰 화면에서 읽은 최근 뉴스가 여러분에게 전달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스 현장을 취재한 기자, 기자가 컴퓨터에 기사를 입력하기 위해 사용한 소프트웨어 제작사, 그 컴퓨터를 만든 회사, 기사가 전달된 컴퓨터 네트워크를 만들고 유지하는 사람들, 휴대폰에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중계한 통신사, 휴대폰의 수많은 부품을 만들고 조립한 그 수많은 사람들.

이 모든 과정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사람은 단연코 단 한 명도 없지만, 연결된 여럿이 함께 만들어낸 놀라운 성취를 우리는 매일 매일 이용하고 있습니다.

 

gs칼텍스, gs칼텍스사보, 조직의힘오늘 이야기는 여럿이 함께하는 ‘조직’의 힘에 대한 것입니다.

한 마리의 지적 능력은 보잘 것 없지만, 사회를 이뤄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곤충인 개미와 꿀벌의 이야기를 먼저 소개해 보겠습니다.

 

1. 개미가 보여주는 놀라운 집단행동

개미는 꿀벌과 함께 대표적인 사회적 곤충입니다. 전체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놀라운 이타성을 보여주기도 하죠. 한 마리 개미의 인식능력은 아마도 정말 보잘 것 없을 겁니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 하면 놀라운 집단행동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개미 집단 전체가 보여주는 복잡하고 효율적인 행동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개미 집단은 집에서 먹이를 향해 나아갈 때 놀랍도록 효율적인 길을 만듭니다. 심지어 빈 공간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스스로의 몸을 서로 엮어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 있습니다.

개미 한 마리는 정말 간단한 규칙을 따라 단순한 행동을 하더라도, 개미 집단 전체는 현실의 문제를 놀랍도록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미의 놀라운 집단행동이 어떻게 단순한 행동규칙으로 만들어 질 수 있는 지, 몇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개미집단은 집에서 먹이를 향해 나아갈 때 놀랍도록 효율적인 길을 만듭니다. 심지어 빈 공간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스스로의 몸을 서로 엮어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다리를 구성하는 개미들은 자신의 자리에 얼어붙은 듯 가만히 머물러, 동료 개미들이 자신의 등을 밟고 나아가는 것을 돕습니다. 그러다 등위를 지나 먹이를 나르는 동료가 줄어들면, 다리를 저절로 해체해 집으로 돌아옵니다. 정말로 흥미롭고 대단한 집단행동이죠. 그런데, 이런 놀라운 행동이 놀랍도록 단순한 행동규칙으로 쉽게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개미가 나아가다 움푹 패여 더 이상 갈 수 없는 빈틈을 만나면 그 주변을 머뭇거리게 됩니다.

이 개미 뒤에는 연이어 여러 동료가 다가오고 있죠. 멈춰있는 개미의 등을 밟고 이제 친구 개미 몇 마리가 올라섭니다. 이 때, 아래에 있는 개미는 아주 단순한 행동규칙을 따릅니다. 바로, “등 위에 동료 개미가 두세 마리보다 많으면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멈춘다”입니다. 이렇게 꼼짝하지 않고 제자리에 멈춰 있는 여러 개미의 등위에는 또 다른 개미들이, 그 위에는 또 다른 개미들이… 이렇게 여러 개미가 여러 층의 구조를 만들면 맨 위의 개미는 아래를 받치고 있는 친구 개미들의 도움으로 빈틈을 가로질러 건너편에 도달할 수 있게 됩니다.

즉, 개미들이 몸을 서로 이어 엮어 다리를 만들게 되는 거죠. 목적지의 먹이를 모두 집으로 나른 뒤에는 몸을 이어 만든 다리가 저절로 없어지는 현상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등위를 지나는 개미의 숫자가 줄어들면 이제 다리의 맨 위층의 개미부터 차례차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 다리가 해체되는 거죠. 실어 나를 먹이가 줄면 이제 개미들은 다리를 스스로 허물어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같은 행동규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다른 현상도 있습니다.

장마로 인해 강물이 불어 개미집이 침수되면 개미들이 서로 몸을 이어 엮어 뗏목을 만들어 다른 장소로 전체가 함께 이주하는 현상이 관찰된 바 있습니다. 개미 뗏목도 위의 개미 다리처럼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자주 하는 사고실험의 형식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여러 마리의 개미를 공처럼 동그랗게 뭉쳐서 물위에 내려놓았다고 한번 상상해 보세요.

공모양의 아래 부분의 개미는 자기 등위에 많은 개미들이 있으니, 앞에서 개미다리에서 얘기한 행동규칙을 따라 제자리에 가만히 있습니다. 한편, 공 모양의 맨 윗부분의 개미는 자기 등위에 개미가 없으니 옆으로 움직이게 되죠. 즉, 시간이 지나면 공 모양의 윗부분에 있는 개미부터 시작해서 개미집단은 옆으로 퍼지게 됩니다.

빈대떡 비슷한 모양의 뗏목이 되는 거죠. 이 개미 뗏목은 점점 더 얇아져 결국 개미 모두가 흩어지게 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약, 개미 뗏목의 두께가 개미 한 마리 정도로 얇아졌다고 한번 또 상상해 보시죠. 이처럼 두께가 얇은 개미 뗏목에서 가장자리에 있는 개미는 물을 향해 헤엄쳐 나가지는 않을 테니, 바로 안쪽의 친구 개미의 등을 밟고 돌아오려 하겠죠. 이렇게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돌아오는 친구 개미 두세 마리가 올라서면, 뗏목의 가장 아랫부분의 개미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가만히 있다는 것이 바로 개미 한 마리의 행동규칙입니다.


자, 간단한 사고 실험을 함께 진행해 봤습니다. 사고 실험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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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모양으로 동그랗게 뭉친 개미집단은 물 위에서 옆으로 퍼져 빈대떡 모양의 뗏목을 이루고, 뗏목의 두께는 개미 몸의 두세 배 정도가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뗏목을 이용해, 개미 집단 전체는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 적당한 위치에 물가에 닿으면 그 곳에 정착해 다시 개미집을 건설할 수 있게 됩니다. 개미 집단이 보여주는 놀라운 집단현상의 예를 들어보았습니다. 전체의 복잡한 합리적 행동이 개체의 행동의 복잡성을 뜻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것, 정말로 단순한 행동규칙을 따르는 개미라도 여럿이 함께 모이면 전체는 질적으로 다른 놀라운 합리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2. 꿀벌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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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도 개미와 마찬가지로 놀라운 사회적 곤충입니다. 꿀벌의 집단행동 중 흥미로운 사례가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집단을 구성하는 꿀벌이 너무 많아지면, 새로 여왕벌이 등장해 전체의 절반 정도를 이끌고 새로운 이주지로 집단이주를 단행합니다. 집단을 이끌고 이주했는데 그곳의 환경이 좋지 않다면 집단 전체는 큰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이주지를 고르는 것은 집단의 생사가 걸린 무척 중요한 일임에 분명합니다.

자, 어디로 이주할지, 꿀벌 집단은 어떻게 결정할까요? 먼저, 꿀벌집단은 여러 곳으로 정찰병을 보냅니다. 정찰을 나간 꿀벌은 집으로 돌아와, 동료 앞에서 일종의 춤으로 자기가 보고 온 곳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 위치를 알려줍니다. 집에서 그곳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춤의 길이와 형태로 표시하는 거죠. 각기 다른 곳을 다녀온 정찰병 꿀벌은 다음에는 다른 친구가 추천한 장소를 또 가봅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처음 간 곳보다 새로 방문한 곳이 더 좋으면 마음을 바꿔 이제 그곳을 춤을 통해 추천하고, 처음 방문한 곳이 더 좋으면 원래의 의견을 유지하고요.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되고 결국 만장일치로 합의하면, 드디어 그곳으로 꿀벌집단이 이주하게 됩니다.

새 이주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꿀벌이 보여주는 행동으로부터 우리가 배울 점이 많습니다. 먼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꿀벌은 자기의 의견이라고 고집을 부리지 않습니다. 친구가 추천하는 곳을 다녀오고 그 곳이 더 좋다면 얼마든지 자기의 의견을 바꾸죠. 처음 가진 생각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 우리 사람보다 훨씬 더 열린 마음을 지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다 상대의 의견에 설득되어 자기 생각을 바꾸는 사람을 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토론회에서 상대를 논리로 굴복시키는 것보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사람이 꿀벌에게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꿀벌에게 배울 점은 더 있습니다.

한 연구자가 꿀벌집단이 만장일치에 이르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최종 의견에 합의하기 이전의 중간 과정에서는 최종 의견이 소수의견일 때가 있었습니다. 즉, 꿀벌은 소수의견이라고 무시하지 않았고, 결국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한때의 소수의견이 결국은 다수의 의견이 된 거죠. 우리 사회의 소수는 숫자가 적다는 이유만으로도 피해를 입을 때가 많습니다.

소수에 대한 배려는 어쩌면 장기적으로는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업에서의 혁신도 결국은 소수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생겨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수의견의 존중은 기업이 미래의 길을 찾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사회 전체나 한 기업 안에서나, 꿀벌의 민주적인 의사소통으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참 많습니다.

 

3. 꿀벌과 개미에게서 배우는 조직의 힘

현재 지구에서 가장 성공적인 생물종은 다름 아닌 사람과 개미입니다. 개미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구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개미 전체의 무게를 모두 더하면 우리 사람 전체의 무게와 비슷할 정도라고 합니다. 이처럼 지구에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두 종이 가진 공통점이 바로 ‘사회성’입니다.

다른 동물에 비해 신체적 능력에서 딱히 나을 것 하나 없는 인간은 조직된 사회를 구성하고 그 안의 다른 이와의 연결과 소통을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겁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럿이 모여서 소통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같은 수의 개인이 따로 따로 할 수 있는 일의 단순 합과 같다면, 우리는 굳이 기업을 만들어 경제활동을 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각자가 자기 집에서 따로 따로 일하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현대의 모든 나라에서 수많은 기업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조직과 소통, 그리고 연결의 힘을 보여주는 명확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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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한 꿀벌과 개미의 집단행동에서 배울 수 있는 기업의 조직 운영의 형태에 대한 약간의 조언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복잡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 사람이 하는 일은 단순하더라도 효율적으로 연결된 소통의 사슬을 통해 기업은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민주적인 의사소통도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입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소수의견으로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수와 다른 소수의 의견이라도 토론의 테이블에 함께 올리고, 의견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의견 자체의 내용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판단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해야겠죠. 머리는 차갑게, 귀는 얇게.


김범준 교수 |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스웨덴 우메오 대학교와 아주대학교에서 교수로 근무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이사와 한국 물리학회 대중화 위원회의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있습니다. 170여편의 학술 논문을 출판했으며, 전공인 통계물리학의 시선으로 우리 일상을 생각해보는 저서 ‘세상물정의 물리학’으로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겨레, 조선일보 등에 칼럼을 연재했고 ‘어쩌다 어른’, ‘세바시’등에 출연해 과학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