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시대에 필요한 메타선택의 지혜

파리기후협정 이후 에너지 신산업은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요소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에너지 신산업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문제해결형 산업이라는 점입니다. 이처럼 에너지산업에서의 시대적 전환기에 더욱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메타선택(meta-selection)’의 지혜가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선택하는 기술의 핵심요소, 메타선택

 

메타선택메타선택은 ‘선택을 위한 선택’을 뜻하는 말로서,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꼭 필요한 사고과정입니다. 여기에서 ‘메타’라는 표현은 특정한 개념에 똑같은 개념 그 자체를 반복해서 적용하는 경우에 사용되는 접두어입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리더들은 예외 없이 메타선택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은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는 데 여섯 시간을 준다면, 나는 도끼를 가는 일에 처음 네 시간을 쓸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도 세계를 구할 시간이 1시간 주어질 경우,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규정하는데 55분을 쓰고, 해결책을 찾는 데는 단 5분만 쓰겠소.”

–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선택하기 위해 기준을 정할 때 요구되는 사고방식은 과정 자체에 내재한 사고 과정과는 다릅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때는 형식적이고 언어적인 지식이 필요한 반면에, 무엇을 선택하든지 간에 그것을 ‘왜’ 선택해야 하는 지를 고민할 때는 행간의 의미를 다루는 암묵적인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직의 경우, 리더는 단순히 선택을 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리더는 ‘선택을 위한 선택, 선택 위의 선택’, 즉 메타선택을 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직원을 선발할 때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는 것은 인사 담당 직원의 몫인 반면 어떤 인재를 언제, 어떻게, 왜 뽑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메타선택을 위해서는 어떤 사고가 필요할까요?

 

메타선택을 방해하다, 안다는 느낌과 실제로 아는 것의 차이

일반적으로 메타선택 과정에서는 자기 생각을 스스로 모니터링 하는 능력인 ‘메타인지(meta-cognition)’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공자(孔子)의 표현을 빌리자면, 메타인지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메타인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능력 중 하나는 바로 ‘안다는 느낌(feeling of knowing)’입니다.

사실, 우리의 뇌에서는 ‘실제로 알고 있는 것’과 ‘스스로 안다고 느끼는 것’ 사이에 단절이 존재할 때가 많습니다. 보통 우리들은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많은 부분을 의식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안다는 느낌’은 우리의 삶을 함정에 빠트리기도 합니다.

삶에서 우리를 문제에 빠트리는 ‘안다는 느낌’에 관해 직접 체험해 보기를 원한다면, 다음의 질문에 답해 보기 바랍니다.

 

 

‘안다는 느낌’에 관해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예 중 하나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차선을 변경하는 과제입니다.

메타선택“당신이 만약 운전자라면 오른쪽으로 차선을 변경하기 위해 핸들을 어떻게 조작하겠습니까?”

먼저 눈을 감고 자신이 차를 운전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차선 변경을 위해 핸들 조작을 시도해 보기 바랍니다. 만약 지금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안다고 느꼈다면, 속단하지 말고 실제로 한번 답해본 다음, 뒤에 이어지는 설명을 끝까지 읽어보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과제를 위해 먼저 핸들을 잠시 오른쪽으로 꺾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한다고 응답합니다. 하지만 만약 운전자가 실제로 핸들을 그렇게 조작하면, 자동차는 도로를 벗어나 인도를 향하게 될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믿기지 않으면, 한번 직접 시도해보기 바랍니다. 차선을 오른쪽으로 변경하는 정확한 조작법은 먼저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은 다음 다시 중앙 쪽으로 돌렸다가 왼쪽으로 그만큼 꺾은 후 다시 한번 더 중앙으로 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방향 전환 문제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전형적으로 지식착각에 해당되는 답변을 합니다. 지식착각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잘 모르면서도 자신이 잘 안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점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마음읽기의 오류는 ‘일상의 착각(everyday illusions)’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중요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Eric Hoffer)는 이러한 메타선택의 세계에 눈 뜨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가장 바쁘고, 정말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없을 때 가장 탐욕스러우며, 결코 도달할 수 없을 때 가장 조급하고, 돌이킬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를 때 가장 독선적이다.”

– 미국의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Eric Hoffer) –

 

메타선택의 기술,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하라

세상에는 바꿀 수 없는 것이 있고, 또 바꿀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유능한 리더의 핵심 요건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을 지혜롭게 구분하는 메타선택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텔의 CEO로서 ‘실리콘 밸리의 제왕’이라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앤드루 그로브(Andrew S. Grove)는 메타선택의 기술을 잘 활용한 대표적인 리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앤드류 그로브는 기업이 제 갈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순간을 `전략적 변곡점`이라고 불렀습니다.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으로 불리는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회사가 전략적 변곡점에 처했을 때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재치 있게 설명했습니다.

“영민한 경영진이 수익성이 악화된 사업과 씨름할 때 그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명성은 그저 손해를 면하는 것뿐이다.”

다시 말해 제 아무리 유능한 CEO라 할지라도 전략적 변곡점에 진입한 사업 영역에서 수익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전략적 변곡점은 CEO가 바꿀 수 없는 대표적인 영역에 해당됩니다.

인텔은 1968년 컴퓨터 메모리칩 제조사로 출발했습니다. 그 후 인텔은 1970년대 초반까지 사실상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에 이르자 인텔은 메모리칩의 가격 하락과 일본 메모리칩 제조사들의 맹추격으로 인해 사면초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인텔이 전략적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죠.

하지만 1985년 그로브는 과감하게 메모리칩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습니다. 앤드류 그로브가 보기에 인텔의 메모리칩 사업은 생존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앤드류 그로브는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면, 이전에 알고 있던 모든 것을 잊어버려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메모리칩 사업을 폐기하기로 선택한 후,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에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그 길도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1994년 인텔의 컴퓨터 칩에 기술적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 컴퓨터 칩을 리콜할 경우 무려 5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이 문제를 덮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이 사안을 바꿀 수 없는 문제로 인식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앤드류 그로브는 이것을 바꿀 수 있는 문제로 보았습니다.

그는 과감하게 리콜을 선언했습니다. 그의 이러한 조치는 소비자들이 인텔 칩에 대해 신뢰감을 갖도록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소비자의 신뢰를 이끌어낸 후 앤드류 그로브는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마케팅 전략을 펼쳤습니다. 인텔의 칩을 사용하는 컴퓨터 본체에 반드시 ‘인텔 인사이드’라는 로고를 필수적으로 부착하는 것이었죠.

이미지출처 : https://www.pcworld.com

이 판매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1997년 인텔은 세계 PC칩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일반적인 선택 상황에서 주로 활용되는 사고 과정과 리더가 메타선택 상황에서 주요하게 사용하는 사고 과정은 완전히 다릅니다. 앤드류 그로브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리더들의 메타선택은 기본적으로 ‘다르게 틀짜기(framing)’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틀짜기 효과(framing effect)는 질문 혹은 자료 제시 방법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과 판단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물론 메타선택의 지혜는 비단 리더들에게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중요한 메타선택 관련 질문 중 하나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 내 인생에서 단 한가지의 일만을 할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통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 사람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시대의 핵심 키워드, 메타선택

예측전문가 네이트 실버(Nate Silver)는 학술 전문 데이터베이스인 ‘JSTOR’에 등록된 논문들을 대상으로 ‘예측가능한’이라는 단어와 ‘예측불가능한’이라는 단어가 1900년대부터 2012년 사이에 각각 얼마나 많이 사용되었는지를 조사하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20세기 초에는 그 두 단어가 유사한 비율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예측불가능한’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그 후 인류 사회가 위기를 극복해 나감에 따라 ‘예측가능한’이 더 많이 사용되다가 1970년대에 정점을 찍은 후부터 다시 ‘예측불가능한’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네이트 실버의 데이터는 향후 우리의 삶에서 메타선택이 더욱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앞서 소개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앞으로 다가올 불확실한 세계에서는 자신의 미래 삶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1시간 주어질 경우, 마땅히 문제가 무엇인지를 규정하는데 55분을 쓰고 해결책을 찾는 데 5분을 할애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시대에 필요한 메타선택의 지혜입니다.


고영건 교수 |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임상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삼성서울병원 정신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로서 수련을 받았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후 한국건강심리학회와 한국임상심리학회 학술이사, 한국심리학회 총무이사 그리고 한국임상심리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멘토링상담센터장을 맡고 있다.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경영전문지인 동아 비즈니스 리뷰(DBR)에 CEO를 위한 심리학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심리학적인 연금술』, 『멘탈휘트니스 긍정심리 프로그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