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아리송한 석유제품 용어의 혼란성
“여보, 휘발유와 가솔린(gasoline)의 차이가 뭐죠? 왜 어느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1리터에 얼마라고 쓰여 있고,
다른 곳에서는 가솔린 1리터에 얼마라고 쓰여 있던데..? 미국에서는 그냥 가스(gas)라고 하지 않았나요?”
아내가 물어봅니다.
“그야 다 같지.”
저는 짧게 답해 주었습니다.
물론 유럽, 특히 영국에서는 페트롤(petrol)이라고 합니다. 가솔린이라는 단어를 잘 들여다보면 gas(가스, 기체), ol(오일, 기름) ine(뜻이 없는 어미)로 되어 있으며, 예전부터 유기화합물 이름 끝에는 화학구조에 따라 ine, ene, yne 등의 어미를 붙여왔습니다. 따라서 가솔린은 휘발성이 큰 기름(석유) 부분(휘발유)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실제로 원유의 분별증류과정에서 가스(기체) 부분 다음에 나오는 부분이 가솔린에 해당합니다. 이름에 대한 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선생님 SUV는 디젤유를 쓰지요?”
“글쎄 내 차는 경유용인데.”
아리송합니다. 우리는 경유를 때로는 디젤(유)이라 부릅니다. 왜 그렇게 다른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정유과정에서
가솔린 순으로 높은 온도에서 분류됩니다. 휘발유 대신 경유를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을 개발한 독일의 루돌프 디젤(Rudolf Diesel)의 이름에서 디젤이라는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따라서 디젤(유)과 경유는 같은 물질의 다른 이름입니다.
앞선 글에서 설명했듯이 우리나라는 석유제품 수출국일 뿐만 아니라, 그 수출양이 반도체, 기계, 자동차를 앞서고 있습니다. 정유공장에서 얻는 휘발유(가솔린)와 경유(디젤유)는 그대로 수출할 수도 있겠으나, 그 보다는 배합과정을 통해 휘발유와 경유를 승용차와 SUV 등에 연로로 사용할 때 주행거리가 향상된 양질의 연료가 되도록 몇 가지 첨가제를 넣기도 하며,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인접 분류분을 섞기도 합니다.
이 배합제품들이야 말로 고부가 제품이 되는 셈입니다. 이런 배합기술은 많은 연구개발을 필요로 하며 우리나라 석유업계는 이 기술에서 세계적 리더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은 단일공장으로 세계 4위의 시설경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앞에서 정유과정에서 가솔린과 경유 사이에 등유를 얻는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등유라면 등잔에 사용하는 기름이라는 뜻이고, 전기가 집에 들어오기 전에는 심지 있는 등잔(호롱)에 등유를 넣어 심지에 불을 붙여 방을 밝혔습니다. 하얀 사기로 되어있던 등잔불은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후에 하부에 기름통이 있고 상부에 비교적 큰 유리통 속에 조금 큰 심지가 있던 변형된 호롱을 남포 또는 램프라 칭했습니다. 지금이야 모든 전기등을 램프라 부르지만 말입니다.
호롱불 밑에서 책을 읽던 시절이 그리 옛 이야기가 아닙니다. 등잔에 사용하던 등유를 우리는 흔히 석유라 불렀습니다. 휘발유 보다는 휘발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폭발의 위험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이런 저런 화재관련 사고가 연일 뉴스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혼란스러움이 있습니다. 등유를 종종 케로신(kerosene)이라 부르기 때문입니다. 케로신은 1854년에 아브라함 게스너(Abraham Gesner)가 등록한 상품명이었으나 현재는 일반화된 이름으로 쓰입니다. 즉 케로신과 등유는 차이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끝으로 천연가스, 도시가스, 프로판가스, 부탄, 액화 석유가스, LPG, LNG는 도대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영어로 된 두 약자 속의 G는 가스(gas)를 나타내므로 이 일곱이 모두 기체를 뜻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천연가스는 메탄(CH4)기체가 주성분으로 매우 낮은 온도(-162 C)에서 액화시켜 LNG(liquified natural gas, 액화천연가스)의 형태로 인도네시아, 카타르 등지에서 수입합니다. 수송 후 다시 기화시켜 사용하는 청정 에너지원입니다.
이에 비해 LPG(liquified petroleum gas, 액화석유가스)는 원유 채굴이나 정제과정 시 얻는 탄화수 소기체 혼합물로, 프로판(C3H8)과 부탄(C4H10) 등이 대표적 화합물입니다. 프로판 제품은 취사 및 난방에, 부탄가스 제품은 주로 자동차 연료, 이동용 버너 캔, 석유 화학 연로로 쓰입니다.
부탄가스 캔을 열고 부탄가스를 흡입해 환각상태를 즐기는 청소년들의 사회적 문제가 가끔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또 이동용 캔의 안전사용에 부주의해 일어나는 폭발사고도 종종 보도됩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도시가스는 LNG, LPG와 석유 정제 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시킨 기체들을 사용합니다. 이러니 일반인들이 어찌 혼동하지 않겠습니까?! 메탄, 프로판, 부탄 등으로 통일해 사용하면 될텐데 말입니다.
진정일 - 고려대학교 KU-KIST 융합대학원장
서울대학교 화학과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뉴욕시립대학교에서 고분자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40여 년간 고려대학교 화학과에서 후학들을 가르쳐왔고,
액정 고분자의 세계적 권위자로 420여 편의 논문을 세계적 학술지에 발표했으며,
노벨상 추천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학문적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KU-KIST 융합대학원장과 한국과학문화교육단체연합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