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레포트] 한국석유공사, 중동 정세 2024년 회고와 2025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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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2024년 중동에서는 1년 넘게 이어지는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이를 둘러싸고 격렬하게 대결하는 이스라엘·이란·이란 프록시 간의 끊임없는 무력 충돌로 혼돈과 불확실성이 압도적으로 지배했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과 ‘중동 전면전’ 위기는 수니파 아랍 국가들이 시아파 이란의 군사 팽창주의를 공통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미국·이스라엘·미 중부사령부의 파트너와 함께 연대하면서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의 이란 프록시 조직인 이슬람 급진주의 단체 하마스가 자신을 한쪽 구석으로 몰아가는 역내 아랍·이스라엘 데탕트 판을 뒤흔들기 위해 이스라엘을 상대로 잔혹한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반미·반이스라엘 이슬람 혁명 수출을 국시로 삼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가자지구,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지에서 ‘저항의 축’이라 불리는 친이란 무장 대리조직을 육성했고 이들 조직은 이란을 대신해 이스라엘을 공격해 왔다. 이스라엘은 ‘제2의 독립전쟁’을 선포해 하마스 궤멸과 인질 구출을 목표로 대대적인 지상전을 시작했고 가자지구는 인도주의 재앙에 처했다.

[에너지레포트] 한국석유공사, 중동 정세 2024년 회고와 2025년 전망 | 01

2024년 4월에는 이란이 역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 330여 기를 발사하고 이어 이스라엘도 이란 본토를 정면 조준해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 전면전 위기가 급부상하기도 했다. 두 나라는 지금껏 대리조직을 통하거나 비밀작전 방식으로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으나 전례 없이 직접 맞대결을 벌였고 역내 전략적 지형은 극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다행히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상대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되 확전으로는 이어지지 않도록 신중히 처리했고 양국은 출구 전략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공격을 시작할 때 미·이스라엘·아랍 간 통합 방공체계 협력이 가동하면서 이란발 발사체 99%가 격추됐고 전면적인 군사 대결을 일단락됐다. 통합 방공체계 활약의 배경에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사이에 이란의 팽창주의 억제와 확전 방지라는 공동의 이해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2020년 수니파 아랍 국가와 유대 국가 이스라엘이 역사적인 데탕트를 이뤄 아브라함 협정을 맺은 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등은 2021년 새롭게 미 중부사령부의 파트너가 된 이스라엘을 위해 중부사령부의 통합 방위 시스템하에서 이란발 미사일의 레이더 추적 정보를 빠르게 공유했고 요격전에도 직접 참여했다. 이들 아랍 국가는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 위기로 시민들의 對이스라엘 반감이 극도로 높은 시기에 아랍 무슬림 국가의 위상이 훼손될 수도 있는 정치적 우려를 뒤로하고 이란의 위협 앞에 이스라엘과 전략적 연합을 선택했다.

9월 이스라엘은 對헤즈볼라 지상전을 시작했고 예멘의 후티 반군을 향해서도 거센 공세를 이어갔다. 10월에도 이란이 프록시 조직 수장의 연이은 암살에 대한 보복이라며 이스라엘 본토로 미사일을 또 발사했고 이스라엘 역시 같은 달 이에 대한 제한적 보복을 단행하면서 두 나라의 숨 가쁜 ‘팃포탯’에 전 세계는 소리도 못 지르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럼에도 양측 충돌이 역내 전면전으로 번지는 파국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스라엘 주도의 역내 역학 구도 재조정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군·정보 기관의 실패와 국가 안보의 평판 추락을 만회하고 對이란 힘의 우위와 억지력을 회복하기 위해 역내 역학 구도 리뉴얼에 거침없이 나설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란 및 이란 프록시를 상대로 전방위 공세를 벌일수록 중동 내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임에도 가자지구에서 최악의 인도주의 침사를 초래한 데에 대해 최대 우방국 미국과 국제사회의 비난 수위는 높아질 것이다.  또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성향의 정부 엘리트는 휴전 협상 회피와 생존 인질 100여 명의 귀한 실패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국민 다수의 강한 압박을 받을 것이다. 결국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피로한 소모전을 끝내고 힘의 평판 회복에 진전을 이룰지라도 국제적 이미지 추락, 미국과의 신뢰 훼손, 국내 정치 양극화와 사회 분열을 극복하고 해결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2023년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소규모 키부츠 24곳과 뮤직 페스티벌에서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민간인 900여 명, 군인 300여 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250여 명을 납치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완전 궤멸을 목표로 가자지구 지상전을 시작했다. 2024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2년째로 접어들면서 가자지구 인구의 90%인 190만 명이 피란길에 올랐고 75%가 적어도 3번 이상 거처를 옮겼으며 절반 이상이 가족과 친척을 잃었고 95%가 기아 위험에 처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2만 6,000여 명, 하마스 대원 1만 4,000여 명이 사망했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에 따르면 하마스 전투원의 60%가 죽거나 다쳤다. 아무리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썼다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시가전 역사상 비전투원 사상자 비율이 높은 부끄러운 전쟁으로 평가받고 있다.1

하마스와 전쟁 중인 남부 전선이 잠잠해지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새로운 질서(New Order)’ 작전으로 이란 프록시 수뇌부를 참수해 역내 힘의 구도를 완전히 재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9월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대규모 공격 움직임을 포착했다며 전투기 100대를 띄워 선제 타격했다. 이어 헤즈볼라의 호출기와 무전기를 동시다발로 폭발시켜 통신망을 와해한 후 핵심 사령관과 수장 하산 나스릴라를 표적 공습해 폭사시키고 레바논 남부에서 지상전을 시작했다. 헤즈볼라 수뇌부는 전멸했고 일반 대원의 50%가 제거됐다. 이에 더해 7월 하마스의 알카삼 여단 사령관 무함마드 데이프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폭사하고 하마스의 최고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 역시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가 보안이 삼엄하다는 테헤란 안가에서 이스라엘의 비밀작전으로 암살당했다. 10월에는 하마스 군사 조직의 수장이자 기습 공격의 설계자 야히아 신와르도 사망했다.

가자지구에 이어 레바논 남부마저 인도주의 위기에 처하면서 이스라엘은 국제사회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이스라엘이 무차별 공습으로 민간인까지 ‘집단 처벌’했다고 국제사회는 분노했다. 5월 국제형사재판소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신와르 하마스 군사 수장 모두에게 전쟁 범죄를 이유로 동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노르웨이·스페인·아일랜드는 이스라엘에 항의하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가장 큰 압박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가 심각한 레임덕에 처함에 따라 이스라엘은 적어도 11월 미 대선 전까지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판단해 對이란과 이란 프록시를 향한 공격의 기세를 더욱 몰아갔고 휴전 협상을 정면으로 무시했다.

그러나 가자지구의 남부 전선과 레바논 접경지대의 북부 전선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군과 정보국 엘리트 및 시민사회로부터 인질 생환 실패에 따른 거센 비난을 받고 사임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 이란 프록시 지도부 제거의 연이은 성공으로 총리의 입지가 잠시 강화될 수 있으나 70%에 달하는 압도적인 기세의 퇴진 여론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2 군과 정보국 지도부는 하마스의 완전 궤멸이 불가능하다고 총리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으나 인질 귀환을 위한 휴전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가 ‘갈등 요소 완전 제거’라는 전략 리뉴얼에 나섰으나 시민들은 여전히 총리가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전쟁을 장기화하고 둘도 없는 우방 미국과 날을 세운다고 믿고 있다. 사실 중도 성향의 엘리트와 시민사회는 전쟁 이전부터 포퓰리즘과 배타적 민족주의를 선동해 국민 편 가르기에 앞장서고 법치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네타냐후 총리 퇴출을 요구해 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역사상 최초로 시기, 배임, 뇌물수수 혐의로 형사 기소된 현직 총리이며 전쟁을 이어가며 구속을 피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랍 걸프 사유국의 경제 실용주의에 기반한 레버리지 쌓기

이스라엘·이란·이란 프록시 간의 전쟁이 잦아들면 전쟁 직전 활발하게 진행되던 수니파 아랍 걸프 국가와 이스라엘의 데탕트 흐름이 다시 살아나고 미국 중재의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국교 수립 논의가 부상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에트·바레인 등은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가자지구 공습을 비난했지만,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단절하거나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서구에 거세게 항의하지 않았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경제 실용주의에 기반해 파격적인 개혁개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에 이란 프록시의 약화, 이스라엘과 미국과의 협력 심화가 절실하다. 단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의 국교 수립 협상에서 ‘두 국가 해법’을 강력히 내세우며 이스라엘의 강경 우파를 압박할 것이다. 나아가 미국에게는 업그레이드된 방위 공약과 핵 프로그램 지원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동시에 이들 아랍 걸프 국가는 이란에 직접 맞서지 않고 러시아를 고립시키거나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은 채 중립 위치를 지키며 자국의 레버리지 키우기에 몰두할 것이다.

수니파 대표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청년 세대의 인식 변화에 맞춰 정권의 사활을 걸고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으며 최대 우방국 미국의 탈중동 정책과 최대 라이벌 이란의 군사 모험주의를 개혁 성공의 걸림돌이자 정권 생존의 방해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이란의 핵무기 개발 시도는 실존적 위협에 직결된다고 여긴다. 이미 2020년 아랍에미리트의 선도로 바레인, 모로코가 시아파 이란의 팽창주의 행보에 맞서고 미국의 공백에 대비하고자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과 데탕트를 맺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앞으로 열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협상에서 이슬람 성지 수호국의 위상을 앞세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인도주의 재앙에 처한 팔레스타인을 위해 이들의 독립 국가 건설 약속을 양보할 수 없는 조건으로 강하게 주장할 것이다. 동시에 소다자주의 등을 내세워 경제 실용주의 정책에 집중할 것이고 글로벌 사우스를 이끄는 중견국임을 강조할 것이다. 또한 중재국 미국에게 북대서양조약기구나 한미동맹 수준의 상호방위조약 체결과 민간 핵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허용 등을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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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는 산업 다각화 및 외교 다변화를 위해 ‘룩 이스트’라는 아시아 지향 정책을 선언한 후 과학기술, 5G 인프라, 원자력 기술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했고 대미 방위 협정 협상에서 자국의 레버리지 카드로서 중국과의 적극적인 군사 및 핵기술 협력 가능성을 비쳐왔다. 이에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공격형 무기 판매 금지 해제, 민간 핵 프로그램 적극 지원을 제시하면서 협력을 끌어내려 노력해 왔다. 하지만 중국의 적극적인 기술 협력 제안에도 사우디아라비아는 기술적으로 더 뛰어나고 안전한 미국을 선호할 것이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수니파 아랍 국가들은 아브라함 협정으로 마련된 미·이스라엘·아랍 통합 방공체계의 가치를 이란과 이스라엘의 첫 직접 충돌에서 절감했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이란 프록시 조직인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대비해 조기 경보와 효과적인 격추 능력을 제공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통합 방위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시스템의 같은 일원인 이스라엘과도 투명한 정보 공유와 협력 과정을 확장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 아랍 걸프 국가는 2023년 중국의 중재로 이룬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 역시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려 할 것이다. 2024년 10월 이스라엘 對이란 보복 공격이 임박하자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초조해하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표면적으로나마 환대하며 역내 안정화와 이슬람 국가 간의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 걸프 국가는 이란 프록시 조직의 자국 석유 시설 공격을 두려워하기에 미국에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 공격을 막도록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전 시나리오를 가장 두려워하는 이들 나라는 이스라엘과 협력 관계는 물론 이란과의 관계로 얻은 데탕트 역시 흔들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란의 이스라엘과의 정면 대결 회피와 러시아 밀착

이란은 하마스의 궤멸과 함께 최대의 전략자산이자 최고의 프록시 조직인 헤즈볼라의 붕괴 앞에서 당분간 이스라엘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한발 물러서 전략적 인내를 감내할 것이다. 이란은 단기적으로 위험 회피 전략을 취하면서 특히 이라크의 프록시 조직인 이슬람 저항군 강화에 집중해 ‘저항의 축’ 대리조직의 재정비를 꾀하고 동시에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며 러시아·중국 반미연대에 더욱 의존할 것이다. 이란은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자체 개발 드론에 이어 미사일까지 대량 생산해 전폭 지원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 긴밀해질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는 하마스를 공개 지지하고 반유대주의 발언을 쏟아낸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앞으로 더 악화할 것이다.

이란은 ‘큰 사탄’ 미국과 ‘작은 사탄’ 이스라엘의 타도를 내건 이슬람 혁명을 중동 전역에 수출하고 역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무장 프록시 조직을 육성해 왔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비국가 무장 단체인 헤즈볼라를 통해 레바논 국내 정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도 수행했다. 헤즈볼라는 로켓과 미사일 15만-20만기를 보유해 나토보다도 뛰어난 화력을 자랑하며 시리아 내전에서 수년간 전투 경험을 쌓은 베테랑 전투원 2만 5,000여 명도 보유하고 있다.3 이란은 헤즈볼라·하마스 등의 무장 프록시와 자체 생산 저가 미사일이 오랜 제재로 취약해진 이란의 군사력을 보완하고 패권 추구의 동력이 될 거라 여겼다.

그러나 2024년 9월 이스라엘이 역내 역학 구도 재편을 위한 ‘새로운 질서’ 작전을 개시해 헤즈볼라의 거점 지역을 무차별 폭격할 때 이란은 전력을 다해 프록시를 돕지 않았다. 조직의 궤멸을 앞둔 헤즈볼라가 긴급 도움을 요청했을 때조차 이란은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라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당시 이란은 온건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대통령을 앞세워 유엔총회에 참석해 핵합의 복원 협상과 제재 해제를 위한 유화 제스처를 선보였다.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초기에도 이란은 자국의 하마스 기습 공격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하며 하마스를 위해 전쟁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4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따른 경제 파탄과 히잡 강제 착용 반대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이 가져온 민심 이반 앞에서 이란의 강경 보수파 지배층은 대리조직의 운명보다 정권 생존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란은 전쟁의 대가를 치룰 수밖에 없는 확전을 원치 않고 이들에게 이제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전략적 자산이 아닌 부담으로 전락했다. 최고 종교 지도자가 투표 참여를 적극 독려했음에도 2024년 3월 총선과 7월 보궐 대선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해 성난 민심이 드러났다.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집권 시기 리알화 가치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인플레이션은 40%이상으로 치솟았으며 국민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역내 프록시 조직에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는 정권에 격렬히 항의해 왔다.5

앞으로 이란은 당분간 프록시 재정비에 돌입하며 러시아와의 협력에 더욱 의존할 것이다. 이란은 러시아에게 드론을 꾸준히 대량 공급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 끈끈해졌다.  러시아는 자국에 드론은 물론 미사일도 공급할 계획인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에 말려 들어갈 것을 우려해 이란에 대이스라엘 직접 보복에 신중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6 한편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미국 주도의 對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도 공격용 무기가 아닌 레이더 장비만 제공했으나 러시아는 이스라엘을 맹렬히 비난했고 두 나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 10년여 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을 응징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결단력을 칭송했으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는 하마스를 공개 지지했다. 하마스는 러시아에 대한 감사를 공개적으로 표하면서 가자지구에 있는 러시아제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총알 제조 공장의 존재를 공개하며 양국의 밀착 정도를 과시했다.7 2024년 이란·중국·러시아는 2018년 이후 5번째로 오만만과 아라비아해에서 3국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긴밀한 군사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의 경제적 어려움에 큰 도움을 주지 않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대이란 투자보다는 아랍 걸프 국가와의 경협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란은 반미연대와 빠르게 밀착하는 동시에 핵개발에 집중해 자국의 對미 레버리지로 삼을 것이다.

나가며

2025년 중동에서는 역내 질서 리뉴얼을 둘러싸고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등 주요국들의 발 빠른 전략 재구성이 이뤄질 것이다. 한편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을 압박하는 미국을 패싱하고 미국의 對이스라엘 제동력을 약화하면서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탈중동 정책과 중동 안정화 사이의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탈중동 정책은 초당적 의제이기에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 중부사령부 주도의 지역 방위 시스템 제도화에 박차를 가하며 이스라엘과 아랍 걸프 국가 등 역내 우방국이 미국의 공백을 함께 준비하며 안보 불안을 해소하도록 도울 것이다. 또한 중동 지역 내 러시아·중국·이란의 반미연대에 맞서 여러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이 안보 협력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과정에서 미 중부사령부도 헌신하겠다고 강조할 것이다. 더불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겸 전 대통령 모두 이스라엘이 전쟁을 끝내길 원한다고 밝힌 만큼 2025년에는 가자지구의 전후 재건 사업이 미국의 중요한 중동정책 의제로 떠오를 것이다.


  1. “Has the war in Gaza radicalised young Palestinians?,” The Economist, October 3, 2024; Atlantic Council experts, 2024, “One year after Hamas’s October 7 terrorist attacks, here’s how the region has changed,” MENASource, Atlantic Council, October 4. ↩︎
  2. Dina Kraft, 2024, “‘Enough is enough’: In Israel, rationale for war trumps distrust of leaders,” 2024, The Christian Science Monitor; Michael Scollon, ”Israel ‘Very Polarized’ One Year After October 7 Attack,“ 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 October 07, 2024. ↩︎
  3.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Editors, 2024. “What Is Hezbollah?,” Backgrounder, October 29. ↩︎
  4. Arash Reisinezhad, 2023 “The 7 Reasons Iran Won’t Fight for Hamas: A close look at Tehran’s thinking about escalating the war in Gaza,” Foreign Policy, December 4 ↩︎
  5. “Iran election hopefuls struggle to offer fix for economic woes,” Reuters, June 26, 2024; Andreas Becker and Thomas Kohlmann, 2024, “Iran and the cost of a war with Israel,” DW, October 2. ↩︎
  6. Nikita Smagin, 2024, “Iran Shouldn’t Expect Russia to Come Riding to Its Rescue,” Carnegie Politika,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October 14; Patrick Wintour, 2024, “Putin reportedly
    calls for Iran to limit damage in any retaliation against Israel,” The Guardian, August 2024.
    ↩︎
  7. Anna Borshchevskaya, 2023, “Russia’s Relationship with Hamas and Putin’s Global Calculations,”
    Policy Analysis, the Washington Institute for Near East Policy; Ronen Zvulun, 2024, “Israeli forces

    say they locate large underground weapons factory in Gaza,” Reuters, January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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