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강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도와주려는 사람이 많은 사람, 그리고 인덕이 많은 사람일 것입니다. 그 사람이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이 많고 응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 자체로 이미 성공한 사람입니다. 관련한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맹자가 얘기한 득도다조(得道多助)입니다. 도를 터득하면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럼 자연스럽게 성공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 말의 반대는 독불장군입니다. 혼자 잘 났다고 으쓱거리지만 아무도 그를 보지 않습니다.
지금 앞서 서술한 것은 바로 ‘재정의’ 과정인데요. 이처럼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일에 대한 재정의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확하게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죠. 이를 재정의 혹은 리프레임이라고 부릅니다. 남들이 아닌 나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프레임은 나만의 시각, 나만의 틀을 뜻합니다. 다른 사람의 통념이나 시각 대신 나만의 새로운 틀과 시각을 갖자는 겁니다. 내 눈에 나만의 렌즈를 새롭게 장착하고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자는 겁니다.
그렇다면 재정의와 리프레임이 왜 필요할까요?
첫째, 재정의는 본질을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사업을 들어보겠습니다. 사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업의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후지 필름이란 회사가 있습니다. 원래는 필름 만드는 회사였지만 지금은 화장품·바이오 사업을 하는 회사입니다. 대부분 필름회사는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산업전체가 붕괴되었습니다. 업계 1위 코닥 역시 사라졌지만 이 회사는 생존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성장한 비결은 바로 핵심역량을 ‘재정의’ 혹은 ‘리프레임’한 덕분입니다. 필름재료인 콜라겐과 사진 변성을 막는 열화방지 기술을 피부재생 및 노화방지 전문화장품으로 활용한 겁니다. 이는 후지필름이 가진 핵심역량을 새롭게 재정의한 덕분입니다. 다들 불황이라고 힘들어하지만 불황을 재정의하면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불황은 기존의 상품, 서비스, 유통경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다는 것은 다른 말로 변화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 입니다. 이때 던질 질문이 우리 업을 재정의하는 겁니다. 업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겁니다. 여러분 업의 본질은 무언가요?
둘째, 리프레임은 모든 일의 출발점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먼저 던질 질문은 Why, 다음은 What, 마지막은 How입니다. 공부를 예를 들어보지요. 공부를 왜 해야 하나요? 답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물어야 합니다. 그 다음은 공부를 재정의해야 합니다. “미래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과 현재 나의 모습 사이의 갭을 줄이기 위한 모든 행동과 노력”입니다. 마지막 어떻게는 각자 생각해서 실행하면 됩니다. 요즘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육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育兒(육아)는 育我(육아)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성장한다는 말입니다. 즉,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결국 나 자신을 키우고 성장시키는 과정이라는 의미입니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나 자신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험이 바로 육아의 본질이라 생각합니다.
셋째, 리프레임은 언어의 통일 과정입니다. 같은 단어를 쓰더라도 그 단어에 대한 백인백색이다보니, 종종 서로 다른 생각과 갈등이 생깁니다. 우리의 언어는 하나이지만, 각자 나름대로 재정의된 언어를 사용하다 보니 힘을 모으기가 어렵습니다.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자주 쓰는 언어와 그 의미에 대한 통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인테그리티(Integrity)’라는 단어를 보시지요. 흔히 성실로 번역되지만, 이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재정의하면 성실뿐만 아니라 정직과 꾸준함까지 포함됩니다. 여기서 특히 정직의 비중이 큽니다. 이처럼 단어에 대한 새로운 정의는 소통과 협력을 더 원활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렇다면 리프레임, 즉 재정의는 단지 언어의 문제에서 그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리프레임은 개인의 삶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재정의는 단발성이 아니라 꾸준해야 하고, 이를 통해 우리는 머리를 맑게 하고 시야를 넓힐 수 있습니다. 남들이 내려준 정의가 아니라 나만의 재정의를 내릴 수 있을 때, 우리는 후회를 줄이고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언어의 통일이 공동체의 힘을 키운다면, 개인적인 리프레임은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열쇠가 됩니다.
재정의와 리프레임 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하지만 재정의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많이 공부하고, 깊이 생각하고, 이를 호소력 있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정한 경험과 이에 대한 남다른 생각의 결합물이며, 언어에 대한 감각도 필요합니다. 은유, 비유, 모순어법에 대한 이해도 깊어야 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언어의 유래를 찾는 겁니다. 그 말이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목표입니다. 목표에 대한 얘기는 자주 하지만 정확하게 목표가 무엇인지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목표가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재앙이란 뜻의 영어 Disaster가 그 결과물입니다. 이 단어는 ‘사라진다’는 뜻의 dis와 ‘별’을 뜻하는 aster의 결합물입니다. 별이 사라지는 게 재앙이란 말입니다. 영어로 재앙은 목표 상실이란 말입니다.
둘째, 기회입니다. 흔히 준비와 기회가 만나 성공을 한다는 말을 합니다. 그렇다면 기회는 무엇일까요? 기회의 영어는 Opportunity인데 ‘~으로부터 떨어진다’는 의미의 op와 ‘항구’라는 의미의 port의 결합입니다. 항구로부터 떨어졌다는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예전 항구는 접안시설이 없어 고기를 잔뜩 잡은 후에 함부로 접근할 수 없었지요. 썰물 대신 밀물에 맞춰 배를 대야 했습니다. 즉, 기회는 준비한 사람에게만 온다는 말입니다. 성공도 그렇습니다. 전 “더 이상 나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상태”로 재정의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무엇일까요?
셋째, 窮理(궁리)입니다. 궁리의 窮은 동굴 穴, 몸 身, 활 弓으로 되어 있습니다. 몸을 활처럼 펴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는데 더 이상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당연히 궁이 들어간 단어는 부정적입니다. 궁색하다, 궁지에 빠지다, 궁하다 등 그러나 뒤에 理致(이치)를 뜻하는 理(이)가 있습니다. 궁할 때 이치를 깨우친다는 말입니다. 즉, 어려울 때 성장한다는 뜻입니다. 관련해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란 말도 있습니다. 힘이 들고 궁색할 때가 변할 때란 말입니다.
넷째, 痛快(통쾌)입니다. 아플 통에 쾌할 쾌입니다. 아픈 후에 오는 쾌감이 진짜 쾌감이란 말입니다. 계속 이기는 야구보다는 9회말 역전하는 야구경기가 재밌다는 말이고 이는 사람에게도 해당합니다. 초년에 성공하는 것보다 초년에는 고생을 하더라도 후반에 성공하는 게 나은 이유입니다. 영어로는 Bitter sweet란 말도 비슷한 의미입니다.
다섯째, 문제입니다. 문제의 영어는 Problem이고 이는 앞을 뜻하는 pro와 던지다를 뜻하는 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던지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문제는 앞으로 던져야 해결된다는 말입니다. 혼자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것보다는 사람들에게 문제를 알리면 해결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자주 쓰는 단어 몇 개를 리프레임 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보고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조직 내에서 보고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 왔으며, 다양한 개선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만으로 보고문화가 본질적으로 달라지긴 어렵습니다. 보고문화를 진정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보고 자체를 재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보고란 무엇일까요? 보고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조직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소통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보고받는 사람과 보고하는 사람 모두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보고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보고받는 사람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을 알고 싶고,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요청하면, 보고를 준비하는 시간과 전달 과정이 훨씬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러이러한 점이 궁금하니, 이에 대해 준비해달라”는 명확한 요청이 있다면, 준비와 소통의 과정에서 서로의 노력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고하는 사람 역시 주어진 요청을 충실히 이해하고, 핵심 정보를 명확히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보고는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상호 협력의 과정이라는 점을 모두가 인식할 때, 보고문화는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보고를 통해 소통이 강화되고, 조직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제 보고를 단순한 업무 절차가 아닌, 조직의 성장과 협력을 위한 중요한 기회로 재정의해보는 건 어떨까요?
둘째, 포용입니다. 요즘 자주 쓰는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포용의 재정의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같은 편 사람을 포용하는 건 포용이 아닙니다. 서로의 생각과 철학은 다르지만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셋째, 예측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예측은 무엇이 일어날지 알아내거나 맞히는 과정이 아닙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예측은 로또 숫자를 맞추는 것 보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재빨리 알아내고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과정입니다.
넷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요즘 많은 기업과 조직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그 의미와 방향을 명확히 설명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제가 생각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재정의는 “몸이 출근하는 대신 머리가 출근해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고 사고방식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단순히 물리적인 변화가 아니라, 일의 본질에 대해 다시 질문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찾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업무를 줄이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거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일환이 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업무 방식을 최적화하고, 기술을 통해 조직이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조직이 새로운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전략입니다.
다섯째, 차별에 대한 재정의입니다. 차별은 단순히 누군가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제가 정의하는 차별이란 “개인을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보는 것”입니다. 즉, 한 사람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바라보는 대신,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이나 배경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태도에서 차별이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직업군, 성별,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한 사람을 판단하거나, 집단의 특성을 이유로 그 사람을 대하는 것이 차별입니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한 사람을 독립적이고 소중한 인격체로 바라보고, 그 사람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개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차별을 없애는 첫걸음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일 잘하는 사람은 재정의를 잘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기만의 의견이 있고, 자기만의 프레임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차별화도 가능하고, 앞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질에 접근하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한 본질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재정의는 재정의가 아닙니다. 재정의 혹은 리프레임을 통해 일과 가정에서 혁신이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 본 콘텐츠는 한스컨설팅 한근태 대표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