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칼럼] 트럼프 2.0 시대 에너지 시장 변화와 석유산업의 대응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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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국제 에너지 시장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트럼프는 과거 집권 당시에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에너지 패권(Energy Dominance)을 내세워 자국의 석유·가스 개발을 장려한 바 있었는데, 이번 2기 행정부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다시 등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주요 정책 과제로 ‘인플레이션 종식 및 생활비 인하’, ‘미국 노동자를 위한 감세’, ‘국경 안전 강화’, ‘힘을 통한 평화’ 등을 꼽고 있으며, 특히나 ‘에너지 패권 회복하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다.

트럼프의 이러한 에너지 정책 방향은 기후 위기를 우려하는 국제 사회의 흐름과는 대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정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전기차 보급 정책 축소 등 세계 주요국의 탄소중립 목표에 반하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흐름이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에 의해 급격히 뒤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점검하고 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에너지 패권 가시화와 변화하는 에너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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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럼프 2기 에너지 정책의 특징

가장 먼저 주목할 점은 트럼프가 앞세우는 에너지 패권(Energy Dominance) 구호다. 그의 1기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산 화석연료의 생산·공급 확대와 이를 위한 규제 완화를 주요 정책 수단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전기차 시장을 육성해 온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와는 크게 상반되는 흐름이다. 지금까지의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특징을 살펴보면, ▲화석연료 및 원전 활용 확대 ▲기후변화 협약 및 환경 규제에 대한 반대 ▲석유·가스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자국 우선주의 기조 하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꼽힌다. 그는 이미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강행했고, 전기차 의무 보급 확대 등 ‘그린모빌리티’ 정책에 부정적 의견을 거듭 표명해 왔다.

2)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가격 하락 시나리오의 현실 가능성

미국산 화석연료 생산·공급 확대에 집중하는 트럼프식 에너지 정책은 세계 석유 수급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사실은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민간 석유업체들의 경제적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철저히 기업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낮은 유가에서는 증산이 쉽지 않다. 즉 유가가 충분히 상승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할 때, 미국 석유업체들이 증산에 나설 것이며, 반대로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거나 혹은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는 미국 화석연료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여야 한다.

국제 유가가 만약 트럼프 행정부 1기 평균 유가인 배럴당 $53 수준까지 떨어질 경우, 오히려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의 경영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에너지 정책은 단순히 “무조건적인 값싼 석유”를 추구하기보다 국제 시장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적정한 균형점을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석유 정책과 시장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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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급 측면 – 드릴, 베이비, 드릴!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구호를 외쳤다. 이는 자국 내 석유 생산 확대를 통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물가를 안정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그의 핵심 논리는 국내 석유 공급을 늘림으로써 자국 소비자들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 자립(에너지 안보)을 핵심 화두로 삼아, 중동이나 러시아 등 해외 원유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 효과를 유도하려 할 것이다. 이렇듯 무제한에 가까운 화석연료 개발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국제 유가가 낮을수록 경제 전반에서 물가 안정 효과가 나타난다는 트럼프식 접근이 깔려 있다. 다만 이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국제 유가의 움직임과 생산량은 내생적으로 연관되어 있기에 자국산 화석에너지 생산 확대 목표가 얼마나 잘 구현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2) 안보 측면 – 에너지 안보와 공급 충격 대응

석유·가스 등 전통 에너지를 중시하는 정책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어 있다. 트럼프는 과거부터 ‘미국의 에너지 안보가 곧 세계 안보 질서를 좌우한다’는 인식을 내세워 왔다. 물리적인 공급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자국 내 충분한 석유·가스 매장량을 활용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유전 개발에 대한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원자력 발전소도 부활시키는 등 다양한 형태의 자립형 에너지 공급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3) 수요 측면 – 자국 중심 정책과 규제 완화

석유 수요의 증대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과제다. 대표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에서 강조했던 전기차 의무 생산 규제나, 연비 기준 강화 등 탄소 저감 정책들이 대폭 완화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인프라를 강화함으로써 석유 소비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이를 통해 미국 내부의 석유 산업을 더욱 활성화하고자 하는 구상이다. 이런 방향이 현실화된다면, 바이든 정부가 그간 축적해 온 수송부문의 탄소중립 전환 속도는 더뎌질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석유업계는 단기적 이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적 기후 대응 흐름에서 뒤처진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4) 잠재적 영향 – 관세 및 보호무역주의

트럼프는 1기 행정부 시절부터 관세 인상 등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동원해 왔다. 2기에서도 캐나다, 멕시코를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경우 여러 국가 간 상품·서비스 교역이 위축되면서, 기업 활동이 둔화되고 소비가 위축되는 세계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조치는 단기적으로 석유업계의 이익을 늘릴 수 있지만, 글로벌 수요 위축이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 내 우리의 대응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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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산 원유 구매 확대 검토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한 압박 카드를 꺼내 든다면, 우리는 미국산 원유·가스 구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미국산 원유 도입 물량은 약 16.5% 수준으로 현재 우리가 미국산 원유 구매를 더 늘릴 수 있는 여지는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추가적인 비용이다. 미국산 원유를 들여오려면 해상 운송비가 추가로 발생한다. 미국산 에너지와 중동산 에너지가 갖는 성상 차이도 결코 작지 않은 비용적 요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추가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정책적 인센티브가 제시된다면, 우리 기업들은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것이라 생각된다.

2) 탄소중립 기조와 병행할 저탄소 전환 노력

트럼프 2.0 시대에도 탄소중립을 향한 전 세계적인 거대한 흐름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제권은 이미 재생에너지·수소·원전 등 저탄소 에너지 확대에 수십 년 치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안에서도 주(州) 차원에서 친환경 정책을 지속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에너지 기업과 정부는 단기적으로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거나 무역교섭력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탄소 배출 저감과 에너지 효율화 등과 같은 저탄소 전환 노력도 균형 있게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3) 국내 정책의 유연성 확보

우리 정책 당국은 ‘트럼프發 화석연료 확대’와 ‘장기적 탄소중립’ 흐름이 공존하는 복합적이고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국내 에너지 정책을 국제 에너지 시장의 흐름에 맞게 일부 조정하되, 기존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 역시 안정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유연한 에너지 정책의 수립”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전통 에너지의 재부상과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점을 찾을 수 있어야만 국내 산업 경쟁력과 환경 지속성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기존 저탄소 경제체제 전환 정책들은 추진 동력을 다소 상실했으며, 전통 에너지의 회복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제 석유 수급과 가격 변동뿐만 아니라, 세계 에너지 정책 기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후퇴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전통 에너지 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는 동시에 저탄소·친환경 기술 경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 석유업계가 글로벌 최상위 경쟁력을 유지하고,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 기회를 만들어가길 염원한다.

※ 본 콘텐츠는 에너지경제연구원 김태환 실장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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