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전남 동부권은 정말 K-러스트벨트로 스러질까? :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전환 제안

GS칼텍스 -

1. 석유화학산업과 여수국가산단의 위기

석유화학산업의 중추 거점이자 지역경제의 주춧돌인 여수국가산업단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2년 1분기부터다. 기초화학물질 제조업과 합성고무 및 플라스틱물질 제조업 생산지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지금도 부진을 기록하고 있다. 2024년 들어 기저효과로 어느 정도 호전된 듯 보였으나 실상 업계의 매출 부진과 수출 감소는 2025년 들어 더욱 커진 상황이다.

기초화학물질/합성고무 및 플라스틱 물질 제조업 전국생산지수 동향

이러한 상황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이슈가 되었고, 석유화학산업과 철강산업이 집적된 전남 동부권을 일부 정치권에서 이른바 ‘K-러스트벨트’라는 용어로 지칭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중서부의 쇠락한 제조업 도시들을 뜻하는 Rust Belt처럼, 대한민국에도 ‘녹슨 벨트’가 생겨났다는 경고이자,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방증한다고 할 것이다.

여수국가산단은 대한민국 산업화 시대의 상징 중 하나다. 그러나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다시 중국으로 석유화학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의 우위가 이동하면서 여수를 비롯한 전남 동부권은 수출 감소, 고용 정체, 청년층 유출, 시설 노후화, 탄소중립 압박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반영하여 이른바 ‘K-러스트벨트’라는 이름이 등장했으나, 이는 단순히 이 지역의 쇠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이면에는 “우리가 잊혀진 것이 아닌가?”, “이대로 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지역 공동체의 불안과 우려가 어렴풋이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K-러스트벨트’라는 용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중요한 것은 부정적 어감 그 자체가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미래를 덧입히는 일이다. 미국의 ‘Rust Belt’가 한때의 영광을 추억하는 단어이자 새로운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처럼, K-러스트벨트도 K-그린벨트나 K-이노베이션 벨트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여수 지역과 기업, 정부가 함께 전환의 서사를 써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로 볼 때 석유화학 산업단지는 필연적으로 구조조정과 질적 전환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축적된 산업 기반과 기술 역량, 인재의 힘을 활용한다면 친환경 탄소중립 순환경제로 전환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GS칼텍스를 포함한 여수산단의 기업들은 이미 탈탄소, ESG경영에 앞장서고 있는바, ‘녹슨’ 벨트가 아닌 ‘재도금된 벨트’, 나아가 ‘빛나는 벨트’로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역 사회와 기업이 위기를 기회로 인식하고 머리를 맞댄다면 ‘K-러스트벨트’를 넘어서 ‘K-그린벨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 기로에 선 여수국가산단

여수국가산단은 국내 최대 석유화학 집적단지이자,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해온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이다. 2024년 기준 전국 국가산업단지 생산액의 12.1%(87.7조 원), 수출액의 13.6%(319억 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는 물론 지역경제에서 뻬놓을 수 없는 산업 거점이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첫째, 하나의 업종에 상대적 집중도가 높은 산업구조가 지역 경제의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최근 통계인 2023년 광업제조업조사에 따르면 여수 지역 제조업에서 석유정제업 및 화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종사자의 67.4%, 부가가치의 96.3%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석유화학산업의 위기는 곧바로 플랜트건설, 인근 음식점업, 식자재업, 물류운송업 등으로 광범위하게 파급된다. 전남 동부권의 집적화된 중화학공업이 산업화시대의 효자였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오히려 범위의 경제를 가져오지 못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석유화학산업의 주도권이 이동하고 있다. 과거 석유화학산업은 일본이 선두주자였던 시절이 있었으나, 2000년대 들어 한국이 수출 시장을 석권하였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중국의 거센 추격과 중동의 대규모 증설로 인해 석유화학산업의 중심이 바뀌고 있다. 중국과 중동의 생산량 증가는 곧바로 수출 시장에서 저가 공세로 이어져 여수국가산단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기에 이르렀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가 급격한 편인데, 최근 중국산 석유제품 수출금액이 한국과 거의 동일한 수준까지 따라잡은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이나 중동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수출과 내수시장을 지켜 나가야 한다.

한국, 중국, 일본 석유제품 수출 추이

셋째, 국제적으로 탈탄소 전환, 탄소중립 기조 강화라는 거대한 흐름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흐름은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두 가지 위기를 발생시키는데, 수요감소와 생산방식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로 대별할 수 있다. 우선,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 확산에 따라 화석연료 사용이 감소할 전망이다. 시나리오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 수요가 과거보다는 일정 수준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기존의 석유화학산업, 특히 원유 정제업에서는 상당한 수요 감소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에 단순히 탄소중립에 대응하거나 적응하는 것을 떠나 생존을 위해 산업군 전체의 중장기적인 구조전환이 필수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편, 석유화학산업의 전통적인 생산방식은 막대한 에너지 투입과 다량의 탄소배출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저에너지, 저탄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중국이나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의 연구개발 확대와 실증을 위해 정부 예산은 물론 기업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지원과 업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주요국의 탄소중립 이행 방안을 벤치마킹하고 더 분발해야 할 상황이다.

이러한 복합위기 속에서 여수 지역의 고용은 양적,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고, 지역경제도 타격을 입고 있다. 플랜트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연쇄적으로 플랜트 건설 업종과 물류, 기계, 장비 등 사내하청 경영도 악화되고 이에 따라 고용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청년이 여수를 떠나고 인구가 감소하는 등, 여수 국가산단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3. ‘K-러스트벨트’의 양면성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를 전국적으로 알리고 주의를 환기하는 데 있어 ‘K-러스트벨트’라는 수사가 일정한 역할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석유화학산업의 위기에 대해 문제의식을 각인시키고, 지역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지난 5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수사는 동시에 부정적 이미지로 인한 ‘낙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과도 같다. 쇠락하는 지역, 성장이 멈춘 산업지대라는 인식이 굳어지면, 오히려 투자를 유치하기 힘들고 인재 유입도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지역 주민들에게는 희망보다는 무기력감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위기라고 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일이다. 지역의 위기, 산업의 위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부와 국민들에게 알려진 상황이다.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산업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자치단체,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산업 전환, 여수의 새로운 미래 설계

4. 산업 전환, 여수의 새로운 미래 설계

석유화학산업의 위기이자 여수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산업 구조의 고도화, 다양화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 석유화학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 플라스틱이나 수소 에너지, 첨단 소재와 같은 친환경·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산업생태계를 같이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분업 구조를 혁신해 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GS칼텍스는 바이오부탄올의 상업적 생산, 폐플라스틱의 열분해 기술 개발, 수소 충전소 인프라 구축 등 에너지 전환과 업종 다변화를 위한 미래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 이 때 GS칼텍스와 협력 관계에 있는 중소업체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연구개발에 동참하고 고부가가치 연관 제품을 개발하는 등 동반 성장한다면 산업생태계의 건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생산 방식의 혁신도 중요한데,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여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AI 기반 공정 최적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디지털 유지보수와 통합 제어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생산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임으로써 과거의 낡고 위험한 중화학공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마트 화학소재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면 인재를 양성하고, 양성된 인재가 떠나지 않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석유화학산업은 자본집약적 산업이라서 자칫 인력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있지만, 노동집약적 산업보다도 전문인력의 중요성은 더 크다고 할 것이다. 지금의 위기 속에서 청년 인구가 지속적으로 떠나고 있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시급히 대응해야 할 문제다. 청년들이 더 이상 학업과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도록 정주 여건을 확충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특히 석유화학산업에 꼭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려면 전문계 고등학교를 활용하거나 지역 대학교의 산학연계 맞춤형 교육과정을 통해 일과 학업 병행을 더 확대해 나간다면 청년들의 유출을 줄이고 지역경제의 활력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통해 정부가 지원하게 되었으므로, 이를 계기로 산업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자치단체와 업계가 협력하여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면 여수 국가산단은 다시 한번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 여수국가산단, ‘K-러스트벨트’가 아닌 ‘K-그린벨트’로

위기(危機)의 어원에는 위험(危)과 기회(機)가 공존한다는 설이 있다. 여수국가산단에는 그동안 축적된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가 아직도 건재하며, 숙련된 기술 인력과 경쟁력 있는 기업이 석유화학산업생태계를 굳건하게 지탱하고 있다. 변화의 전환점을 맞이해 생태계의 역동성을 되찾고, 지속가능한 전통 에너지산업으로서 지역사회와 함께 힘을 합친다면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K-러스트벨트’가 아니라 ‘K-그린벨트’라는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할 시간이다. 그 중심에 여수시와 여수국가산단이, 그리고 전라남도와 광양만권 주민이 모두 함께 서 있다. 산업화 시대의 주역이 4차 산업혁명 시대, 탄소중립 전환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희망의 멜로디를 만들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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