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보조금으로 큰 재생에너지에... '마이너스 전기료' 확산 1 보조금으로 큰 재생에너지에... '마이너스 전기료' 확산](http://gscaltexmediahub.com/wp-content/uploads/2025/08/img01.png)
1950년대 중반 전 세계는 핵에너지에 대한 낙관론으로 들썩였다. 루이스 스트로스 당시 미국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은 “원전으로 인해 전기를 계량할 필요도 없을 만큼 전기료가 싸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80여 년이 지난 요즘, 유럽과 중국, 미국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는 상황이 한층 더 극적으로 변했다.
이제는 발전사업자(핵에너지·태양광·풍력 발전소 운영 기업 등)들이 전기를 내다 팔 때 오히려 전력도매시장 운영자(전력거래소 등)가 돈을 내야 하는 ‘마이너스 도매 전기 가격(일명 마이너스 에너지·negative price)’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는 태양광과 풍력처럼 재생가능하고 특정 시간대에 대량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자원으로 만든 전기가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칼럼] 보조금으로 큰 재생에너지에... '마이너스 전기료' 확산 2 '마이너스 전기료' 주범은 재생에너지](http://gscaltexmediahub.com/wp-content/uploads/2025/08/img02.png)
‘마이너스 전기료’ 주범은 재생에너지
전기 도매가격이 0원 이하로 떨어지면, 발전사업자는 전력을 공급하면서 오히려 전력도매시장 운영자에게 돈을 내야 한다. 이 돈은 전력망에 전기가 과잉으로 흘러 들어와 주파수·전압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비용으로, 사실상 시장이 발전사업자에게 “생산을 줄이라”는 경고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발전량을 강제로 끊지 않고도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장치로 작동하는 셈이다.
도매가격이 마이너스라고 해도 일반 가정이나 기업이 전기요금을 돌려받는 일은 없다. 이런 현상은 주로 낮 동안 태양광 발전이 한꺼번에 늘어나거나, 바람이 강해 풍력 발전이 급증할 때처럼 특정 시간대에 재생에너지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할 때 나타나는데, 날씨가 흐리거나 밤일 때는 발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하루나 월평균 단위에서는 마이너스 가격이 상쇄된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빠르게 늘어난 일부 지역은 전력 공급이 상시 과잉 상태라, 마이너스 전기 가격이 일상화되고 있다. 특히 2023년 이후 유럽 전역에서 이런 현상이 확산되고 있으며, 올해 4월 대정전이 발생한 스페인이 대표적 사례다. 스페인은 2023~2024년에 독일 다음으로 많은 태양광 발전 용량을 추가한 나라로, 현재 등록된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만 약 5만 4,000개에 이른다.
보조금 먹고 큰 재생에너지
그 결과 봄철에는 스페인 전력의 최대 60%가 태양광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는 전기가 수요보다 훨씬 많이 생산돼 가격이 0유로 이하로 폭락한다. 스페인 전력망 운영사 레드 엘렉트리카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도매 전기료의 10%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25년 5월 한 달 동안은 3분의 1이 마이너스였으며, 그중 5월 11일에는 메가와트시(MWh)당 -15유로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비정상적인 보조금 체계는 마이너스 전기료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부 유럽 국가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량만큼 고정 보조금(feed-in tariff)을 지급한다. 예컨대 시장 가격이 킬로와트시(kWh)당 -10센트여도 보조금이 +30센트라면, 발전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이익이 남는다. 도매 전기료가 마이너스여도 전기를 계속 생산·판매하는 이유다.
또 다른 원인은 출력제한(출력 제어) 보상 문제다.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할 때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강제로 멈추게 한다. 몇몇 국가는 이런 경우 일정 부분 손실을 보전해 주는데, 북부 스코틀랜드의 풍력발전소들은 올해 상반기 전체 발전량의 37%를 가동하지 않고도 1억 1,900만 파운드(약 2,000억 원)의 보상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이런 상황은 에너지 전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며 “출력제한 보상 규모가 커지면 전체 전력 생산 비용이 오르고, 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여론도 악화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에너지칼럼] 보조금으로 큰 재생에너지에... '마이너스 전기료' 확산 3 한국도 마이너스 전기료... 수요 관리 시급](http://gscaltexmediahub.com/wp-content/uploads/2025/08/img03.png)
한국도 마이너스 전기료…수요 관리 시급
향후 전기 소비가 늘어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이 본격화되면 전력 공급 과잉 문제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핵심이다.
송배전선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전력망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뿐만 아니라 ‘수요관리’도 병행돼야 한다. 예컨대 실시간 가격 변동에 따라 전기가 남을 때 더 쓰고, 부족할 때 덜 쓰도록 유도하는 ‘동적 요금제(dynamic pricing)’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확대로 도매 전기료 변동성이 커진 현실에 대응해야 한다. 에너지 트레이딩 회사 액스포 관계자는 “에너지 다소비 기업은 전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간대를 활용해 생산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생산의 1%만이라도 전기 도매가가 마이너스일 때 맞춰 돌리면, 1메가와트시(MWh)당 1,000유로를 내야 할 상황보다 엄청난 절약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마이너스 전기 도매가격은 지난해 6월 한국에서도 발생했다. 제주 지역에서는 2024년 6월부터 ‘하루 전 전력시장’이 시범 운영 중이다. 이 시장에는 재생에너지 입찰제, 실시간 시장, 예비력 시장이 포함돼 있으며, 과도한 재생에너지 공급 상황에서 도매가(SMP·계통한계가격)가 자연스럽게 마이너스로 내려가도록 설계됐다.
운영 첫날 도매가는 kWh당 –75.58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제주 지역 전력 거래 시간 중 3.6%가 0원 이하 가격으로 집계됐다. 다만 발전사들은 도매시장 외에도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등을 판매해 전체적으로 손실은 보지 않았다.
글 – 김리안 한국경제 기자
※ 본 콘텐츠는 한국경제 김리안 기자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