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동시에 LNG 공급 확대와 해운 연료를 둘러싼 규제 환경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시장에서는 설비 확장과 함께,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변화하는 수요와 규제, 조달 환경에 맞춰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2026년을 앞두고 전력과 LNG, 해운 연료를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살펴봅니다.
AI와 데이터센터, ‘양’보다 ‘운영 안정’

AI 확산과 데이터센터의 증가는 전력 수요 증가라는 문제를 넘어, 같은 설비 조건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라는 논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4년 약 415TWh에서 2030년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입니다.[i] 연평균 증가율은 약 15%내외로, 전체 전력 수요 증가 속도를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ii]
이 같은 증가의 배경에는 AI 연산 특성이 있습니다. 대규모 병렬 연산을 수행하는 GPU 기반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하며, 서비스 특성상 24시간 가동이 필요합니다. 계절이나 경기 변동에 따라 수요가 달라지던 기존 전력 소비와 달리, 일정 수준 이상의 전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구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열 관리는 데이터센터 운영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동일한 설비 내에서 처리해야 할 연산이 늘어날수록 발열 제어의 중요성도 커지기 때문인데요. 기존 공랭 냉각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액침냉각이나 직접액체냉각처럼 기존 설비 안에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GS칼텍스는 이러한 흐름에 주목해 기존 윤활유와 정제 기술을 바탕으로 액침냉각유와 직접액체냉각유를 개발하며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새로운 설비를 구축하기 보다, 데이터센터 운영 과정에서 중요해지는 효율과 안정성을 기존 기술로 보완하려는 접근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편,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5년 대비 약 6배 증가할 전망입니다.[iii] 다만 데이터센터 입지가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 집중되면서, 전력 공급 총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구축된 전력망 안에서 수용 능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주요 과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력 시장 역시 ‘운영 안정’이 핵심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은 글로벌 전력 공급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내 역시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25년 기준 36.4GW로, 전체 발전 설비의 약 23.5%를 차지합니다.[iv] 이는 최근 10년 사이 네 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출력 변동성에 따른 전력망 운영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를 기존 중앙 발전기와 유사한 방식으로 관리하기 위한 통합 관제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전 설비 증설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함께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력 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될 경우, 충분한 발전 설비가 있더라고 이를 필요한 곳으로 원활히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깁니다. 송전망은 단기간에 확장하기 어렵고, 전력망 운영은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맞춰야 하죠. 그래서 전력망 병목, 출력 조정 부담, 송전망 운영 효율 문제가 전력 시장의 주요 이슈로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전력 시장에서도 이제 경쟁의 초점은 설비 확대를 넘어,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LNG, 공급 확대가 바꾸는 조달 환경

글로벌 LNG 시장에서는 2026년을 전후로 공급 여건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카타르를 중심으로 대규모 신규 설비가 가동되면서, 2026년 LNG 공급량은 전년 대비 약 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v]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 세계 LNG 공급량이 약 50% 늘어나고,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미국에서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vi]
이 같은 공급 확대는 가격과 조달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 분석기관들은 2026년 말 이후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서 LNG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시에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주요 수입국 입장에서는 계약 기간, 물량 유연성, 가격 연동 방식 등을 둘러싼 협상 여지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력과 산업 연료에서 LNG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변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의 2023년 LNG 도입량은 4,412만 톤으로 세계 3위 수준인데요.[vii] 이에 따라 국내 논의의 초점도 단순한 물량 확보보다, 가격 구조와 조달 조건을 어떻게 설계해 운영 부담을 줄일 것인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GS칼텍스와 같은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은 공정 운영을 위해 LNG를 산업 연료로 사용하고, 열병합발전 설비를 통해 전력과 스팀을 자체 공급하고 있습니다. 2026년 이후 LNG 가격이 안정되면, 이런 기존 인프라의 가동 효율을 높이며 비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도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해운 연료, 글로벌 규제에 ‘대응 가능성’이 중요
해운 부문에서는 규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를 중심으로 탄소 규제가 구체화되면서, 해운업계에서는 장기적인 연료 전환 논의와 함께 기존 선박과 연료 공급 체계 안에서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현실적인 대응 수단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암모니아와 메탄올이 장기적인 탈탄소 연료로 검토되는 한편, 바이오연료 혼합이나 연료 효율 개선과 같은 방식이 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오연료 혼합유는 기존 엔진과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규제 초기 단계에서 운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선택지로 평가됩니다.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 당장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국내 정유업계는 바이오 연료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가운데 처음으로 바이오디젤 30%를 혼합한 ‘B30 바이오선박유’를 개발했으며, 2023년에는 해당 연료를 HMM 등의 선박에 시범 공급하는 등 바이오선박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5년 4월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B30 바이오선박유의 일반 급유선 운송을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이 승인되면서, 시장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습니다.
국내는 수출입 의존도가 높아, 해운 연료 변화가 연료 공급과 물류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규제 논의는 국내에서 꾸준히 중요한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2026년, 에너지 시장의 방향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LNG, 해운 연료 시장은 모두 단기간에 설비를 빠르게 전환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에너지 시장의 초점은 ‘얼마나 새로운 설비를 더 확보하느냐’보다,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냐’로 맞춰지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규모보다 운영 능력입니다. 수요 변화와 규제, 조달 조건이 동시에 변하는 환경에서, 설비와 계약, 운영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기업이 비용과 안정성, 규제 대응에서 차이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2026년의 에너지 시장은 이러한 운영 역량의 중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줄 것입니다.
[i] IEA, Energy and AI – Energy demand from AI (Global data centre electricity consumption: 415TWh in 2024 → ~945TWh by 2030)
https://www.iea.org/reports/energy-and-ai/energy-demand-from-ai
[ii] IEA, Energy and AI – Executive summary (Data centre electricity demand growing ~12% annually since 2017)
https://www.iea.org/reports/energy-and-ai/executive-summary
[iii] 산업통상자원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https://new.kpx.or.kr/boardDownload.es?bid=ATT&list_no=74548&seq=2
[iv]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포털(e-policy) (Renewable capacity 36.4GW, ~23.5% of total generation capacity)
https://www.e-policy.or.kr/web/lay1/bbs/S1T10C47/B/11/view.do?article_seq=4948
[v] IEA, Gas Market Report Q3 2025 (Global LNG supply expected to increase by ~7% in 2026 as new projects come online)
https://www.iea.org/reports/gas-market-report-q3-2025
[vi] IEA, World Energy Outlook 2025 – Executive Summary (Global LNG supply projected to grow by ~50% by 2030, about half from the United States)
https://www.iea.org/reports/world-energy-outlook-2025/executive-summary
[vii] 통계청, 가스(LNG) 수급 동향 (2023년 LNG 도입량 통계)
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