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와 지정학적 질서의 향방을 가늠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 다보스포럼(Davos Forum)이 2026년 1월 19일부터 23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올해 포럼의 공식 주제는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으로, 분절된 국제 질서와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갈등을 관리하고, 실질적인 협력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겼습니다.
이 같은 기조는 에너지 의제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탈탄소 전환이라는 장기 목표와 에너지 공급 안정이라는 현실, 여기에 AI 확산이 촉발한 전력 수요 급증이 맞물리며 에너지 전략의 우선순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전환의 속도와 방식, 투자 방향을 둘러싼 논의는 더 이상 환경 담론에 머물지 않고 산업 경쟁력과 국가 전략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1971년 ‘유럽경영포럼(European Management Forum)’으로 출발한 다보스포럼은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며, 글로벌 정책과 산업 전략의 흐름을 가늠하는 좌표 역할을 해왔습니다. 올해 역시 각국의 정책결정자와 기업 리더들이 모여 불확실성 시대의 전략 전제조건을 점검하고, 협력의 접점을 모색하며 향후 방향을 조율했습니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리며, 글로벌 경제 질서 변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럼에 앞서 그린 뉴딜 폐지, 석유·가스 생산 확대, 관세 강화 등 정책 기조를 예고하였으며, 특별 연사로 나서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한 ‘경제·에너지·안보 재편’ 구상을 강조했습니다.
국내 정·재계 역시 글로벌 흐름을 직접 확인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다보스에 집결했습니다. GS칼텍스 대표이사 허세홍 부회장을 비롯해 에너지, 제조, 금융 분야 주요 경영진들이 포럼에 참석해 정책 방향과 시장 변화, 기술 전환 흐름을 점검하고 중장기 전략과 협력 기회를 모색했습니다.
올해를 관통한 5가지 축: 2026 다보스포럼 핵심 의제
올해 포럼은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이라는 큰 주제 아래, 다음 다섯 가지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확장했습니다.
1. 갈등 속 협력의 필요성
보호무역과 기술 보호주의가 확산되는 환경에서, 공급망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습니다.
2. 새로운 성장 동력
AI, 에너지 전환, 전력 인프라, 첨단 소재 등의 분야를 어떻게 차세대 산업 전략으로 연결할 것인가가 집중 논의됐습니다.
3. 사람에 대한 투자
기술 전환기에 맞춰 인재 확보와 조직 역량 재설계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습니다.
4. 책임 있는 혁신
기술 혁신의 속도와 사회적 수용성, 규제와 거버넌스 간 균형 설계가 기술 확산의 핵심 과제로 제시됐습니다.
5. 지구 한계 속 번영
자원·환경 제약이 심화되는 가운데 탄소 감축과 성장 및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이 국가와 기업의 공통 과제로 부각됐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에너지 전환 관련 논의가 폭넓게 이어지며, 국내 에너지·정유 산업의 중장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사점을 던졌습니다.

보호무역 강화와 에너지 정책 전환, 산업 전략의 시험대
2026년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불확실성은 일시적인 변수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 기조가 동시에 심화되며, 글로벌 공급망은 효율 중심 구조에서 안정성과 회복탄력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관세 강화와 자국 중심 산업 정책은 에너지·화학·소재·제조 전반에 직접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기업들은 생산 거점, 투자 구조, 원가 관리 전략 전반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가격, 수급 안정성, 인프라 투자 우선순위 역시 함께 재정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에너지 산업은 더 이상 정책 환경과 분리된 독립 변수가 되기 어려운 구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산업 관점의 핵심 쟁점: 친환경과 전통 에너지, 그리고 AI가 만든 ‘전력 변수’
다보스포럼 2026에서 에너지 논의는 단일 해법이 아닌, 상충하는 과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이중 구조’로 나타났습니다. 각국 리더들은 탈탄소 전환이라는 장기 목표와 함께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전통 에너지의 역할을 병렬적으로 다뤘습니다.
전환의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전력 공급 안정성, 가격 경쟁력, 인프라 확충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공유됐습니다. 이에 따라 전통 에너지의 전략적 가치 재평가와 함께 전환 속도와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생성형 AI 확산은 전력 수요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와 연산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면서 전력 확보 역량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습니다. 전력 공급 여력의 격차는 향후 산업 지형과 투자 흐름을 좌우할 전략적 요소로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은 지속, 속도와 방식은 재설계
다보스포럼 2026이 보여준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에너지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지만, 전력 수요 확대와 공급 안정이라는 현실적 과제 역시 동시에 관리해야 합니다. 친환경과 전통 에너지의 대립 구도는 점차 ‘선택’이 아니라 ‘조합’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에너지 전환, 공급망 재편, 핵심 광물 확보 등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논의에 적극 참여하며 중장기 협력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 전환 속도와 실행 전략을 재정렬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 안정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전환의 속도와 투자 우선순위를 얼마나 정교하게 조율하느냐, 그리고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협력 네트워크를 얼마나 선제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두 축이 향후 산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