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과 비OPEC 10개 산유국 간 협의체(이하 OPEC+)가 결성된 지 만 4년이 지났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상실한 석유 시장 통제권 회복을 목표로 한 공동 대응 체제임에도 참여국 간 공조 체제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었으나, 지난해 4월 제10차 OPEC+ 회의에서 기준생산량 대비 하루 970만 배럴(이하 b/d) 감산에 합의한 이후에는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1년 3월 4일 영상 회의로 개최된 제14차 OPEC+ 회의에 참석한 석유장관들은 4월 중 생산 쿼터를 기존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하였다. 다만, 지난 1월 개최된 제13차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는 예외적으로 소폭의 생산 쿼터 상향을 허용하였다. 또한, 사우디는 2월과 3월 두 달 간 독자적으로 100만 b/d를 추가 감산하기로 한 조치를 4월 한 달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회의 며칠 전까지만 해도 증산 예상을 내놓았던 다수의 석유 시장 분석가들은 제14차 회의에서 OPEC+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면서 유가 전망치를 상향하였다. 본고에서는 제14차 OPEC+ 회의 결과를 살펴보고 이로 인한 국제석유 시장 환경 변화를 짚어보고자 한다.
1. 제14차 OPEC+ 회의 결과 : 감산 유지
3월 4일 개최된 제14차 OPEC+ 회의에서 참여국들은 4월 생산 쿼터를 기준생산량(4,385만 b/d) 대비 690만 b/d 낮은 3,695만 b/d를 유지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는 3월 생산 쿼터인 3,680만 b/d보다 15만 b/d 증가한 수준이다. 대부분 참여국은 생산 쿼터를 3월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하였으나, 예외적으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각각 생산쿼터를 13만 b/d, 2만 b/d 증대하기로 하였다.
이번 회의 결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앞서 개최된 두 차례의 회의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지난해 12월 3일 개최된 제12차 OPEC+ 회의에서 2021년 1월 생산 쿼터를 3,665만 b/d로, 2020년 8~12월보다 50만 b/d 증대하기로 결정하였고, 2월부터는 생산 쿼터를 총 200만 b/d 증대할 때까지 매월 50만 b/d 이내에서 증산 여부를 결정하기로 합의하였다. 그 결정에 따라 개최된 2021년 1월 4일 제13차 OPEC+ 총회에서는 예상을 깨고 2월뿐 아니라 3월까지 생산 쿼터를 유지하기로 결의하였다. 예외적으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2월에 7.5만 b/d, 3월에 추가 7.5만 b/d의 생산쿼터 증대를 허용하였다. 그보다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준 사건은 공식 회의 종료 후 사우디 석유장관이 2월과 3월 중 독자적으로 1백만 b/d를 추가로 감산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이번 제14차 회의에서도 제13차 회의 결과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2021년 들어 코로나 19 백신 접종의 확대로 석유 수요 증가 기대가 고조되고 있으나, 4월까지는 현 수준의 감산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제14차 OPEC+ 회의의 또 하나의 결론은 참여국들이 감산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보충 감산’을 2021년 7월 말까지 완료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당초 3월 말로 시한을 정했으나, 현재까지 일부 참여국의 보충 감산이 완료되지 않아 이를 촉구하는 측면에서 이를 연장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이지리아가 보충 감산을 완료하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2. 회의에서 나타난 특이 사항
가. 빗나간 예상
이번 회의가 개최되기 2주 전부터 OPEC+가 최대 150만 b/d의 증산을 결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석유 수요 증가 예상으로 2021년 들어서만 국제유가가 30% 이상 상승하면서 OPEC+ 참여국들이 생산량을 늘려 1년여 동안 부족했던 석유 수익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수 있다는 전망과 기대가 반영되었던 것이다.
또한, OPEC 관계자 등의 발언에서 석유생산 증대를 용인할 수 있다는 단서가 알려지기도 하였다. Mohammad Barkindo OPEC 사무총장은 3월 2일 개최된 공동 기술위원회(JTC)에서 세계 GDP와 석유 수요의 감소세가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언하였다. 올해 OPEC 의장을 맡고 있는 Diamantino Azevedo 앙골라 광물자원 석유부 장관도 원유가격이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석유 수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발언하였다. UAE 국영석유회사 ADNOC는 3월 2일 기간계약(term contract)을 체결한 아시아 정유사에 4월부터 배정물량을 증대할 것이라고 통보하였다. 2월과 3월에는 OPEC+의 감산 약속으로 당초 계약물량보다 10~15% 적은 물량을 공급하였으나, 4월에는 이를 5% 적은 물량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발표에 따라 OPEC+의 증산을 기대하기도 하였으나, 실제 회의에서는 다수 참여국이 사우디의 감산 유지 의지에 동조하면서 큰 갈등 없이 결론이 도출되었다. 증산을 주장하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는 계절적 수요 증가를 이유로 예외적으로 증산을 허용함으로써 마찰 없이 마무리하였다.
시장 분석가들이 내린 예상이 틀린 것은 사우디 등 OPEC+의 의도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OPEC+ 참여국들의 목표는 시장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겉으로 내세운 안정적인 석유 시장이라는 개념이 소비국과는 다를 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첫째 OPEC+가 석유 수요 증가를 확인할 때까지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석유 수요 통계는 생산량 통계보다 발표 시점이 한 달 정도 늦다. OPEC+의 대다수 장관들은 석유 수요 증가로 인해 석유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소비국의 우려에 대해 귀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OPEC+ 참여국 입장에서는 석유 수요가 안정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지가 더 큰 관심이다. 감산 유지 결정은 섣불리 생산을 증대하였다가 유가 하락과 석유 재고 증가로 귀결될 수 있다는 OPEC+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된다.
둘째, 사우디를 위시한 OPEC+가 석유 재고 수준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OPEC+ 회의 전 보도된 내부 자료를 보면 기준 시나리오 가정 시 올해 8월에는 OECD 석유 재고가 2015~2019년 평균 수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일부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OPEC+의 증산 결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하였으나, 사우디는 이번 기회에 석유 재고를 5년 평균 수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Abdulaziz bin Salman 에너지 장관은 인도의 증산 요청에 대해 2020년 중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해 둔 원유재고를 사용하면 된다고 기자회견에서 언급하여 재고 증가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현하였다.
나. 미국 셰일오일은 종이호랑이
이번 회의에서 드러난 한 가지 사실은 OPEC+가 그동안 우려하던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로 인한 시장 잠식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였다는 것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중반까지 이어진 고유가로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고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하였다. 2014년 유가 폭락을 가져온 셰일 혁명은 2016년 OPEC+ 결성의 계기가 되었다. 이후에도 러시아는 미국 셰일오일의 시장점유율 잠식을 우려하여 고유가를 피해야 하며 이에 따라 적정 수준의 증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여 왔다. 하지만 사우디는 최근 미국 셰일오일 생산업계에 대한 투자환경 악화로 유가 상승에도 예전만큼 생산량을 증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OPEC+ 회의 기자회견에서 미국 셰일오일의 신규 시추가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셰일오일이 사우디를 비롯한 OPEC+ 참여국의 시장점유율을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였다.
실제로 에너지 인텔리전스사는 미국 내 많은 셰일오일 생산회사들이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신규 생산을 위한 투자보다는 주주배당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팬데믹으로 유가가 급락하기 이전부터 이미 셰일오일 생산회사들의 이익이 급감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이슈로 부각되었고,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면서 주주들의 요구가 양적 성장보다는 수익성 향상과 에너지전환 등의 전략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셰일 생산회사 입장에서는 유가가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상승하였더라도 유가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되돌릴 수 있는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전까지는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는 사실이 셰일오일 생산 증가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가 상승이 OPEC+의 인위적인 감산 결과라는 점에서 언제든지 유가 하락이 재현될 수 있다는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다. 나이지리아 보충 감산 졸업
다른 특이사항으로는 사우디 장관 등이 나이지리아의 보충 감산 완료에 특별한 감사를 표하였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는 과거 만성적인 생산 쿼터 위반국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투자 부진으로 생산량이 감소하였다. 나이지리아의 석유생산능력은 약 230만 b/d로 알려졌으나, 생산량은 2019년 최고 204만 b/d를 기록 후 감소하여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 152만 b/d를 기록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2021년 1~4월 생산 쿼터가 152만 b/d이며, 이는 기준생산량(183만 b/d)보다 31만 b/d 낮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중 생산 쿼터 위반에 대해서는 최근 논란이 된 Agbami 유전에서의 생산 물량을 컨덴세이트로 분류하여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플랫츠의 보도에 의하면 Agbami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성상은 API 47.9, 황 함량 0.04%이며, 2020년 생산량은 15만 b/d 내외로 추정된다. 이를 컨덴세이트로 분류할 경우 생산 쿼터 적용을 받는 원유와는 무관하므로 쿼터를 위반하지 않은 셈이다.
일부 편법으로 보일 수 있으나, OPEC+ 참여국들의 감산을 독려해야 하는 사우디 입장에서는 나이지리아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면서 아직 보충 감산을 완료하지 않은 참여국들에 감산 이행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3. 국제석유 시장 전망
향후 국제석유 시장은 점차 참여국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제유가는 하방 경직성이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유가는 1월 초 제13차 OPEC+ 회의에서 감산 유지 결정에 이은 사우디의 자발적 100만 b/d 추가 감산 발표로 이후 두 달 간 30% 넘게 상승하였다. 제14차 회의에서 또 한 달간 감산 정책 유지를 결정하고 사우디도 자발적 감산을 유지할 방침을 밝히면서 회의 시간 중에만 약 4% 가량 유가가 상승하였다. 회의가 끝난 후 첫 주말에 사우디 동부 해안의 Ras Tanura 석유 수출터미널이 예멘 후티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3월 8일 장중 한때 Brent 선물 유가가 $71/B를 상회하기도 하였다. 이후 발표된 주요 기관의 2021년 평균 유가 전망은 전월보다 $5~10/B 내외 상향 조정되었다.
두 번째는 참여국의 이탈 가능성이 이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 산유국들이 예상외로 감산 유지에 적극 찬성하였다. 사우디가 자발적 감산을 통해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OPEC+ 참여국들이 공동 이익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3월 사우디가 증산을 통해 보여주었던 잉여생산능력의 힘을 확인시켜준 상황에서 OPEC+ 참여국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 세계 석유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경우 공급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OPEC+는 매월 또는 격월로 회의를 통해 소폭 증산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석유 수요 증가 사실과 그 폭이 확인될 수 있을 때는 이미 수요가 증가하여 공급 부족을 겪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적극적으로 해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오랜 제재로 석유생산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 이란 원유공급이 예상대로 증가할 수 있을지, 증가하더라도 빠른 시기에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세계 석유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고 있는 사우디를 비롯한 OPEC+ 참여국들이 불과 4주 만인 4월 1일 개최되는 제15차 회의에서 내릴 결정은 또 한 번 석유 시장의 향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코로나 19가 종식되지 않았지만, 곧 통제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OPEC+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이다. 특히 OPEC+가 세계 석유 수요 증가에 대해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질지, 어떤 규모의 증산을 용인할지, 얼마를 적정 유가 수준으로 간주하고 있는지, 사우디가 자발적 감산 규모를 어느 속도로 줄여나갈지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석기 차장 - 석유정보센터 석유동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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