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랩의 <오늘수거>는 모두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분리배출을 대신해주고 수익을 창출하는 흥미로운 서비스입니다. 개인이 문 앞에 모든 쓰레기를 한꺼번에 내놓으면 수거부터 선별, 재활용 처리 업체에 전달까지 한꺼번에 해결하는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다른 유사 서비스들과는 달리, 단순히 분리배출 대행 서비스가 아니라 재활용률을 높이는 등 환경적인 책임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비롯한 생활 쓰레기의 ‘배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회사, 어글리랩의 서호성 대표를 만나 지금까지의 노력과 친환경을 위한 고민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어글리랩, 쓰레기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다
회사 이름이 ‘어글리랩’입니다. 재미있게 들리는데, 어떤 의미를 가진 이름인가요?
“어글리라고 발음하니 자칫 영어 단어 ‘Ugly’를 떠올리실 텐데요. 그건 아니고요. 영어 스펠링으로 ‘Uglee’입니다. Ugly와 반짝인다는 뜻의 Glee의 합성어라고 할 수 있죠. 통상적으로 쓰레기는 지저분하고 더럽다고 여기는 부분이 많지만, 사실 그 중에는 쓸모 있는 것도 많아요. 우리가 어떤 식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쓰레기도 가치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연구 조직이 되어보자는 취지로 회사 이름을 ‘어글리랩’으로 지었습니다.
저희가 쓰레기로부터 추구하는 가치는 수익적인 측면도 당연히 있고, 환경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을 보면 돈 때문이 아니라 환경에 도움을 주는 보람 때문에 한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바로 그런 작지만 가치 있는 행동들이 모일 때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이 생기는 것인 만큼 저희도 사업을 통해 환경에 기여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오늘수거> 서비스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나요?
“우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수거를 요청하면 밤 시간을 이용해 직접 수거해갑니다. 수거된 쓰레기는 광명시에 위치한 선별장에서 분리·선별·세척 과정을 거치게 되고요. 이후 쓰레기를 음식물, 일반 쓰레기, 재활용품 등으로 분리하여 해당 물품을 처리하는 전문 업체로 전달함으로써 작업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서비스 과정 중 아무래도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과정이라면 선별 단계인데요. 선별 작업에 투입되는 인건비가 커서입니다. 이는 아직까지 쓰레기를 완벽하게 자동 선별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서인데요. 그래서 최대한 일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해 선별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냉장창고를 만든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에요. 모든 선별장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가 음식물 등에서 나오는 악취 문제입니다. 그래서 선별장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악취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데, 고심 끝에 저희가 찾은 방법이 온도를 통제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냉장창고를 만들어 그 안에서 선별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선별장 내부 온도를 4~5℃로 맞추면 박테리아 증식이 줄어들어 악취의 원인을 차단할 수 있고, 인체에 유해한 가스 발생도 줄일 수 있거든요. 이런 작은 실험들을 통해 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수거>를 비롯해, 집 앞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배출’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들은 이미 있습니다. <오늘수거>는 다른 회사 서비스와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나요?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최종 재활용을 위한 전처리 작업까지 일부 진행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저희와 비슷한 일을 하는 서비스들의 경우 분리배출만 대행해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소비자의 편익에 초점을 두고 단순히 쓰레기를 수거한 후 분류하고 버리는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죠. 하지만 <오늘수거>는 대신 버려주는 개념을 넘어섭니다. 음식물이 담긴 배달용기를 세척하고 페트병에서 라벨을 분리하는 등 일반 소비자들이 평소 번거롭게 여기던 일까지 대행함으로써 재활용이 제대로 되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나아가 조직 내부 분위기에서도 차별점이 있다고 봐요. 수거, 선별, 세척 등 작업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인력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탄소배출량을 측정해 이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게 대표적입니다. 이는 물론 고객이 느낄 수 없는 측면에서의 노력이지만, 고객의 시선 여부와 관계없이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점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근거 없는 친환경 마케팅은 오히려 경계해야
<오늘수거>는 이용자들의 시간을 아껴주는 편리한 서비스라는 메시지로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친환경이나 자원순환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은데, 대표님이 가진 친환경적 활동을 고객들에게 어필하려고 생각해보진 않았나요?
“이용자들에게 <오늘수거> 서비스를 이용해야 환경적으로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플라스틱과 같은 쓰레기들을 직접 재활용하지 못해요. 재활용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하는 것입니다. 재활용 기술과 설비를 가진 회사에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깨끗하고 좋은 쓰레기를 공급해주는 것이 최선이죠.
그런 자원순환 측면에서 보자면, 환경을 위해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이미 열심히 하고 있다고 봐요. 쓰레기를 선별하고 세척하는 저희 일과도 별반 다르지 않죠. 오히려 저희는 수거를 위해 탄소를 배출하는 측면도 있어요. 또 아직까지 환경을 위해 어떤 것들을 절감하고 있다는 명확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요. 때문에 섣불리 저희 서비스를 친환경적이라고 어필하는 것은 그린워싱이 될 수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환경에 무관심하고 어떤 쓰레기이든 종량제 봉투에 그냥 넣어서 버리는, 환경에 대해 전혀 고민이 없는 사람들은 저희 고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는 저희 고객들을 인터뷰해 본 결과 알게 된 사실인데요. 가정에서 자신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최대한 좋은 방식으로 다시 활용되길 원하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본인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분들도 있고요.
결국 <오늘수거>는 환경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고객들의 마음을 대신하여 수거된 쓰레기를 최대한 좋은 재활용 재료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표님 스스로 친환경 마케팅을 가장한 그린워싱에 대해 많이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환경과 관련하여 책임감을 갖고 별도로 기울이는 노력이 있을까요?
“친환경 분야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을 보면,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너무 쉽게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그 점을 경계합니다. 명확한 통계나 과학적 근거 없이 마케팅을 할 경우 오히려 친환경을 실천하려는 고객들로 하여금 환경에 좋지 않은 행동을 하게끔 유도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물론 저희도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실천하고자 시도합니다. 하지만 저희 서비스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등의 정확한 통계나 근거가 아직 없기 때문에 <오늘수거>을 이용하면 환경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식의 커뮤니케이션은 진행하지 않고 있어요. 친환경 마케팅을 하려면 적어도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분리배출을 할 때와 <오늘수거>를 통해 배출할 때를 비교한 결과 저희 서비스가 조금이나마 괜찮다는 점이 증명되는 게 우선이겠지요. 그때가 되어야 비로소 소비자 개인이 하는 것보다는 나은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효율적 이타주의에 근거를 둔 활동
회사 수익금 중 일부를 다른 환경단체에 기부한다고 들었습니다. 환경적인 문제 해결에 큰 의지를 갖고 계시면서도, 회사 자체적으로 환경 활동에 투자하기보다 다른 단체에 기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희 서비스가 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을 수치적으로 표현하고 환경에 좋을 것이라는 소비자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저희가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환경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에서 찾은 방법이 바로 기부입니다.
기부 단체를 선별하는 데에도 나름의 기준이 있어요. 저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효율성’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같은 돈을 기부하더라도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접근을 통해 해당 활동이 얼마나 임팩트를 가져왔는지 계산하는 등 효율성을 고심하는 단체에 지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합니다. 기부 단체도 결국 사람들이 하는 일이고 규모가 커지다 보면 조직이 점점 비효율적으로 변해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한 마디로 저의 기준은 ‘효율적 이타주의’입니다.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자는 것이지요. 물론 효율적 이타주의가 언제나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부와 같은 좋은 일을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고, 또 사람마다 해결하길 원하는 문제도 다르니까요. 그럼에도 저는 좋은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수치화 및 통계화를 통해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같은 비용으로 좀 더 큰 임팩트를 보여줄 수 있다면 더 좋은 것이니까요.”
재활용 폐기물과 같은 쓰레기 배출 방법도 나라마다 다릅니다. 미국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쓰레기를 종류별로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버리는 반면 우리나라는 분리배출이 의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불편한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대표님은 어떤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분리배출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합계가 한꺼번에 버리고 선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합보다 높다면 굳이 분리배출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어떤 방법이 절대적으로 효율적이라고 당장 결정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런 판단을 하려면 각 케이스별 비용을 정확히 계산해낼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그렇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어떤 방식이 더 좋다고 말하기 어렵네요. 제조 부분에서 혁신이 일어나 구태여 분리배출을 하지 않아도 분리가 된다면 좋겠죠. 그처럼 선별 기술이 발전해나간다면 더 이상 분리배출을 하지 않아도 될 때가 올 것이고요 하지만 그런 기술이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고, 이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실용성을 갖기까지는 상당히 오래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저희 역시, 그래서 지금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재활용률을 높이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죠. 깨끗한 원료에 더러운 것이 하나 섞이거나 다른 재질이 섞이면 재활용률이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깨끗한 쓰레기 상태로 넘기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저희의 소임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플라스틱 배출에 대해 질문하고 싶습니다. <오늘수거> 같은 서비스도 있긴 하지만, 결국 지금 상황에서 순환경제를 달성하려면 모든 소비자들이 플라스틱을 정확히 분리배출 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요. 이 점에 대해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할까요?
“플라스틱이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활용되는지, 그 과정을 투명하게 눈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금 일반 소비자들은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는지 잘 모르고 있어요. 내가 분리배출을 하는 것이 정말 효과가 있고 가치가 있는 일임을 실질적으로 보여준다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수 있다고 봐요. 그렇게 재활용 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시작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아지게 되면, 결국 이 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도 전체적으로 더 노력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재활용 시장 자체가 좋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