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30 이후, 한국이 나아가야 할 실행 가능한 에너지 정책 방향

GS칼텍스 -

국제사회의 에너지 전환 논의가 COP30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이번 기고에서 한국의 정책 환경을 분석하고 미래 방향성을 제언합니다.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산, 전력 및 산업 구조 개편 등 우리 앞에 놓인 에너지 정책의 주요 과제들을 살펴보았습니다.

COP30은 국제사회에 “목표의 선언을 넘어 실행의 설계로 가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COP30 의장단은 벨렝 정치 패키지를 언급하며 전환은 더 빠르게, 더 공정하게, 모두를 돌보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도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이 방향을 국내 제도와 시장 규칙으로 번역하고 옮겨 심는 능력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정부가 COP30에서 탈석탄동맹(Powering Past Coal Alliance, PPAC) 참여를 공식 발표한 것은 중요한 전환점이다. 한국은 석탄발전 설비 규모가 세계 7위로 상위권인 나라다. 그 한국이 더 이상 석탄 중심 전력체제에 기대지 않겠다는 국제적 약속에 합류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탈석탄동맹은 온실가스 감축 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멈추고, 기존 설비를 단계적으로 퇴출하자는 흐름을 분명히 한다.

한국 탈석탄동맹 참여 공식 발표
출처 : 헤럴드경제

그러나 가입 자체가 성과는 아니다. 가입은 출발선일 뿐, 성패는 국내 정책이 얼마나 실행 가능하게 바뀌느냐에 달려 있다. 실행 가능성의 첫 관문은 2030 국가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를 반드시 달성하도록 제도와 정책을 혁신하는 일이다. 한국의 2030 목표는 2018년 대비 40퍼센트 감축이다. 2030을 제대로 해내야 2035가 가능하다.

한국은 2035 국가 감축 목표도 확정했고,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했다. 2018년 대비 53퍼센트에서 61퍼센트 감축이라는 범위로 제시됐다. 목표치를 둘러싸고 논쟁이 이어지고, 범위가 넓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53퍼센트는 최소치일 뿐이다. 목표가 범위로 제시됐다고 해서 하한을 사실상의 목표로 낮춰 해석할 이유는 없다. 정부가 상한인 61퍼센트도 함께 제시한 이상, 정책과 제도는 61퍼센트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제 문제는 “가능하냐”가 아니라 “어떻게 실행하느냐”다. 전환은 속도만의 게임이 아니다. 전환이 흔들리는 이유는 대개 기술 부족이 아니라 규칙과 인센티브, 이해조정이 뒤처지기 때문이다. COP30이 던진 메시지처럼, 에너지전환은 비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 에너지안보의 기회이기도 하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COP30 이후 한국이 실행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설계하려면, 최소한 다음의 실행 패키지를 갖춰야 한다.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

첫째, 탈석탄의 시간표를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법과 시장 규칙으로 확실하게 설계하고 공표해야 한다. 탈석탄동맹 참여에 걸맞게 석탄발전 감축 경로를 연도별로 명확히 제시하고, 예외를 최소화해야 한다. 동시에 석탄 퇴출이 전력수급 불안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저장과 수요관리, 계통 보강, 분산자원 활용 확대 같은 유연성 자원을 선제적으로 확충하는 계획이 함께 가야 한다. 이제는 언제 어떤 설비가 어떤 방식으로 퇴장하는지를 국민과 시장이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 핵심이다. 탈석탄은 정의로운 전환의 틀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 지역과 노동이 감당할 충격을 줄이는 설계가 없다면, 전환은 지속될 수 없다.

둘째, 재생에너지 확대의 병목을 풀어야 한다. 인허가와 계통, 시장이 동시에 발맞춰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재생에너지는 의지로만 늘지 않는다. 인허가 절차 개선, 주민 수용성 제고, 송전망과 배전망 확충, 접속 대기와 출력제어 문제를 한꺼번에 다뤄야 한다. 지금 계통은 오늘의 전환을 내일로 미루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분리된 구조는 지역 갈등을 키운다. 단순히 돈을 투입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재생에너지가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 기회를 만들고, 기업 입지를 끌어당기는 힘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지역이 일방적 부담을 수용할 이유가 약해진다. 재생에너지 확산을 막는 규칙과 관행을 손보지 않으면 2030도 2035도 공허해진다.

셋째, 전력시장을 값싼 전기 중심에서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전기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여전히 원전이냐 재생너지냐의 이분법에 갇혀서는 곤란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발전원 간 우열 논쟁이 아니라, 전원 구성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시장 제도와 계통 운영이다. 빠른 출력 조정, 저장, 수요반응 같은 유연성 자원이 이익이 되지 않으면 시스템은 경직되고, 경직은 결국 전환을 가로막는다. 보조서비스 시장을 강화하고, 시간대별 가격 신호를 도입하며, 수요 반응을 확대하고, 분산 자원이 정당하게 보상받는 체계를 통해 재생 에너지가 늘수록 전력 시스템이 더 안정적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에너지 효율을 캠페인이 아니라 국가 투자로 격상해야 한다. 가장 값싼 전기는 새로 생산한 전기가 아니라 아예 쓰지 않은 전기다. 건물의 성능 개선, 고효율 기기와 설비 전환, 산업 공정 효율 향상, 난방과 산업열의 전환은 감축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하는 정책이다. 효율 투자를 가속하면 전력 피크 부담이 줄고, 그만큼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는 길도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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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산업 전환은 규제 대 산업이 아니라 전환을 선점하는 산업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2035의 감축은 산업 구조 변화와 기술혁신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달성하기 어렵다. 기업은 국내 목표의 높고 낮음에만 반응할 때가 아니다. 세계 시장은 공급망 탄소와 재생 에너지 사용, 제품 탄소발자국을 기준으로 재편 중이다. 기업이 재생 에너지 조달을 확대하고 공정을 전기화하며 저탄소 소재와 공정 혁신을 추진하는 것은 규제가 오기 전에 비용을 치르는 일이 아니라 시장을 먼저 여는 투자에 가깝다. 정부는 전환 투자의 위험을 낮추는 금융과 세제, 표준,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탄소가격과 배출권거래제의 예측 가능성도 높여야 한다. 기업 의사 결정의 최대 적은 불확실성이라는 말이 적지 않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간 공동 실행체계 필요성

여섯째, 정의로운 전환을 보조정책이 아니라 핵심정책으로 둬야 한다. 석탄의 퇴장은 지역과 노동에 구체적인 충격을 남긴다.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도 환경성 못지 않게 절차적 정당성과 결과의 공정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외면하면 전환은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다. 전환 지역의 일자리와 산업 재편, 재교육, 지역 재생 사업을 사전에 설계하고, 전기요금 구조와 계통 투자, 발전사업 이익 등 전환의 과실이 지역사회와 공유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속도는 오래 가지 못한다. 이익을 공유하는 일과 함께, 전환이 지향하는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사회적 학습과 인식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일곱째,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역할 분담을 넘어 공동 실행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목표를 제도화하고 병목을 제거하며 전환의 위험을 낮춰야 한다. 기업은 국제시장 변화에 맞춰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공급망과 제품의 탄소 경쟁력을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시민사회는 감시자에 머물지 않고, 지역 수용성의 설계자이자 전환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 이 삼각 협력이 갖춰질 때 전환은 누군가의 희생이 아니라 모두의 기회가 된다.

COPP 30 이후 에너지 정책 관련 한국의 과제

COP30 이후 한국의 과제는 분명하다. 2030 국가 감축 목표를 확실히 달성할 제도 혁신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과를 발판으로 2035의 상향 목표를 향해 정책과 시장을 재정렬해야 한다. 53퍼센트를 현실로, 61퍼센트를 수사로 두게 되면 한국은 기후위기의 위험만 떠안고 기회는 놓칠 수 있다. 기후위기는 분명 위험이지만, 준비된 나라와 기업에게는 산업과 일자리, 에너지안보를 재구성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실행 가능한 전환은 할 수 있는 만큼이 아니라, 해야 하는 만큼을 가능하게 만드는 우리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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