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라이프] 식물 호르몬부터 플라스틱 원료까지, 다양한 쓰임새의 에틸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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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닿는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화학원료 ‘에틸렌’

#석유화학산업의 지표 #식물호르몬 #플라스틱 #비닐 #운동화밑창 #마취제 #부동액
바다 건너 필리핀에서 바나나가 열립니다. 초록색의 익지 않은 바나나는 배를 타고 먼 길을 옵니다. 그리고 마트에 진열될 때쯤, 바나나의 색깔은 먹기 좋게 노랗게 변해 있습니다. 바나나를 노랗게 익혀준 물질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오늘의 주인공, 에틸렌입니다. 에틸렌은 식물이 만들어 내는 ‘식물 호르몬’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식물만 자라게 하는 줄로만 알았던 에틸렌은 어떤 물건이든지 뚝딱 만들어 내는 석유화학계의 핵심 원료로서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오늘의 주제, 에틸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에틸렌은 어디에서 나올까, 석유 or 천연가스?

에틸렌은 화학구조가 단순한 탄화수소입니다. 탄소 2개가 이중결합되어 있고 하나의 탄소에 수소가 2개씩, 총 4개로(C2H4) 이루어졌습니다. 생김새부터 단순함의 미학을 뽐내는 에틸렌은 식물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원유에서도 나올 수 있고, 또 천연가스 속에서도 나올 수 있습니다. 원유를 정제해서 얻은 ‘나프타’속에서, 그리고 천연가스에 들어있는 ‘에탄’에서도 에틸렌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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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틸렌,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데?

에틸렌으로 만들 수 있는 대표적인 물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화학을 배우지 않았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단어들이 나옵니다. 폴리에틸렌(PE), 폴리스티렌(PS), 폴리염화비닐(PVC),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EVA)입니다.

에틸렌을 활용한 다양한 물질뿌연 느낌의 불투명한 비닐봉지, 음식을 덮는 랩처럼 우리가 흔히 ‘비닐’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물건들은 대부분 폴리에틸렌 중에서도 ‘저밀도 에틸렌(LDPE)’입니다. 또 그보다는 딱딱한 재질의 화장품 용기나 페트병 뚜껑, 장난감 등에 쓰이는 것은 ‘고밀도 에틸렌(HDPE)’입니다. 에틸렌과 중합하는 물질, 또는 공정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 것 일뿐, 둘 다 폴리에틸렌입니다.

컵라면 용기와 스티로폼은 에틸렌과 벤젠을 기초로 만든 폴리스티렌입니다. 에틸렌과 벤젠, 산(acid) 촉매를 반응시켜 에틸벤젠을 만든 뒤, 여기에 수소를 하나 빼서 스티렌으로, 스티렌을 중합해 폴리스티렌(PS)을 만듭니다. 폴리스티렌은 범용 플라스틱으로 가구, 생활용품, 전자제품 등에도 사용됩니다.

또 가격이 저렴해 대량 공급이 필요한 배관 재료, 바닥재, 벽지 등 건축자재로 많이 활용되는 것은 폴리염화비닐입니다. 장화나 운동화 밑창, 텐트, 튜브, 바닥 매트 등에 들어가는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폴리비닐 아세테이트(PVAC)는 풍선껌, 본드, 페인트, 에멀전의 원료가 됩니다. 에틸렌은 에탄올도 만드는데, 이렇게 만든 에탄올은 공업용 용매로, 무연휘발유 첨가제로도 쓰입니다.

에틸렌은 이렇게 주변에 널려있는 물건들의 기초재료로서 세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물질이었습니다. 에틸렌을 세상으로 꺼내 준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에틸렌, 기름 만드는 기체로 오해받다

에틸렌 발견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669년, 독일의 화학자 요한 요아힘 베처(Johann Joachim Becher)가 자신의 책 ‘Physica Subterrana’에서 언급한 것입니다. 그는 에탄올을 황산으로 가열해 에틸렌 가스를 얻었습니다. 후에 얀 잉엔하우스(Jan Ingenhousz, 1730-1799, 네덜란드)도 같은 방법으로 에틸렌을 합성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1794년 네덜란드 화학자들은 에틸렌 기체를 염소와 반응시켜 1,2-디클로로에탄 액체를 얻었습니다. 이때 이들은 에틸렌을 ‘기름을 만드는 기체(olefiant gas)’라고 불렀습니다. 마치 에틸렌과 염소가 서로 반응할 때 기름 형태의 액체가 나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기름을 만드는 기체라는 단어에서 나온 ‘올레핀’은 현재 ‘알켄’이라 부르는 화합물의 이름으로 사용됐습니다. 그렇다면 에틸렌이 식물 호르몬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언제 발견된 걸까요? 옛날 사람들도 과일을 숙성시키고 성장을 촉진시키는 에틸렌의 존재는 어렴풋이 알고 활용해 왔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무화과를 빨리 익히기 위해 일부러 상처를 냈고, 중국의 농부들은 폐쇄된 방 안에 배를 놓고 향불을 피워 에틸렌을 촉진했습니다.

식물 호르몬으로써 에틸렌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러시아의 과학자 드미트리 넬류보프(Dmitry Neljubow)입니다. 넬류보프는 1800년대 말, 실험실에서 완두콩을 키우면서 당시 불빛으로 사용하던 석탄 가스에서 나온 에틸렌 때문에 완두콩이 ‘특이하게 자란다’고 생각했습니다. 에틸렌이 완두콩에 영향을 미쳐 줄기의 신장이 억제되고 비대 생장과 수평 생장한 것이죠. 이후 1934년 영국의 과학자 리차드 게인(Richard gane)은 사과가 만들어 낸 에틸렌을 분리해 내면서 최초로 기체 식물 호르몬을 증명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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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에 가면, 의사도 있고 에틸렌도 있고마취제로 사용되었던 에틸렌

에틸렌은 과거에는 병원의 수술실에서 널리 사용됐던 마취제이기도 했습니다. 1923년, 에틸렌이 가진 마취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개발된 뒤, 1950년대 초까지 환자를 전신마취하기 위한 ‘흡입마취제’로 사용되었습니다.

에틸렌을 마취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발견됐습니다. 1908년, 미국의 화훼업자들이 온실에서 키우던 카네이션이 꽃을 피우지 않는 이유를 식물학자들에게 물었고, 시카고 대학교의 윌리엄 크로커(William crocker)와 리 나이트(Lee Knight)는 가스등에서 나온 에틸렌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시카고 대학교의 동료 과학자였던 아르노 럭하트(Arno Luckhardt)는 이들의 연구를 보고 에틸렌이 식물에게 영향을 준다면 동물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 호기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에틸렌이 동물에게 마취 효과를 준다는 것을 발견하고, 5년에 걸쳐 마취 실험과 연구를 진행하여 1923년에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에틸렌 마취제를 개발합니다. 그러나 에틸렌의 인화성, 가연성과 폭발 위험성 때문에 1950대 이후부터는 다른 마취제들로 대체됐습니다.

과거에 에틸렌이 마취제로 활용이 됐다면, 지금의 에틸렌은 ‘에틸렌 옥사이드(Ethylene oxide)’로 변신해 의료기기 살균 가스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에틸렌 옥사이드는 에틸렌을 공기 또는 산소로 산화시켜 만들어, 통상적으로 ‘산화에틸렌’이라 부릅니다. 산화에틸렌은 살균 능력이 좋으면서 금속 부식성이 없는 특성 덕분에 의료기기 멸균 가스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산화에틸렌이 발암성과 백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제기되면서, 국소배기장치나 환기 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에틸렌

자동차 엔진이나 부속장치가 과열되지 않도록 냉각해주는 액체인 부동액 안에도 에틸렌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부동액은 물과 에틸렌 글리콜(Ethylene Glycol)을 섞어 만듭니다. 에틸렌 글리콜은 에틸렌을 산화시켜서 만든 에틸렌 옥사이드를 묽은 산 수용액과 반응시켜 만들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에틸렌 글리콜의 어는점은 영하 12도이지만, 물과 혼합하는 비율에 따라 어는점이 더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물과 섞인 에틸렌 글리콜이 수소결합에 방해를 받기 때문인데, 에틸렌 글리콜 70% 혼합액의 경우 어는점이 영하 50도까지 내려갑니다.

가끔 뉴스에서 부동액을 음료수로 착각해 마시는 사고가 보도되기도 합니다. 에틸렌 글리콜이 몸에 흡수된다면, 대사과정을 통해 글리콜릭산 혹은 옥살산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혈액의 옥살산의 농도가 증가하면 심장 발작이나 급성 신장 기능 이상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부동액을 음료수로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에틸렌을 생산하는 다양한 방법!

지금까지 에틸렌이 얼마나 다양하게 우리 삶 속에서 활용되어 왔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많은 에틸렌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에틸렌을 생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원유에서 얻는 방법과 가스에서 얻는 방법입니다. 많은 공장에서 주로 쓰는 방법은 원유를 정제해서 얻은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을 얻는 방법입니다.

나프타는 원유를 분별 증류해 얻을 수 있는데, 가장 가벼운 순서대로 메탄, 부탄, 나프타,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윤활유, 아스팔트로 나뉘어 추출됩니다. 나프타는 탄소를 다섯 개에서 열두 개까지 가지고 있는데, 이를 아주 뜨거운 열(섭씨 800도 이상)을 가해 끊어줍니다. 이 과정에서 에틸렌뿐만 아니라,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등 기초 유분도 함께 생산됩니다. 나프타를 쪼개는 이 설비의 이름은 NCC(Naphtha Cracking Center, 나프타분해설비)입니다. NCC 안에서 열분해공정, 급랭 공정, 압축 공정, 정제공정을 마치면 마침내 에틸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가스에서 에틸렌을 생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천연가스의 약 4~16%는 ‘에탄 가스’입니다. 에탄(Ethane, C2H6)은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에틸렌과 여러모로 비슷한 친구입니다. 수소 두 개가 더 붙었을 뿐입니다. 에탄에 열을 가하면 에틸렌과 수소로 쪼개지는 ‘탈수소반응’이 일어납니다. 남은 수소는 모아서 비료 제조하는 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에탄을 에틸렌으로 쪼개주는 이 설비의 이름은 ECC(Ethane Cracking Center, 에탄분해설비)입니다. ECC는 가스를 활용하기 때문에 원유의 가격이 변수로 작용하는 NCC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 원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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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산업의 지표, 에틸렌석유화학산업의 지표가 되는 에틸렌

에틸렌은 통상적으로 석유화학산업의 규모를 나타내는 ‘기준’ 혹은 ‘지표’로 많이 활용됩니다. 세계적으로도 에틸렌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일수록, 그 나라의 석유화학산업의 규모가 크다는 뜻이지요. 에틸렌의 구조가 간단하여 석유화학산업의 다양한 원천 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석유화학의 기본 원료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에틸렌의 총 생산량은 얼마나 될까요? 2018년 기준 국내에서 생산된 에틸렌의 총량은 무려 881만 톤입니다. GS칼텍스도 전남 여수공장 부지에 에틸렌 70만 톤, 폴리에틸렌 5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2.75조 규모의 올레핀 생산시설(MFC)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에틸렌의 많은 생산량에 걸맞은 대규모 프로젝트이죠. 지금까지도 많이 생산되는 중요한 물질이지만 앞으로의 성장도 기대가 되는 물질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가장 간단한 구조를 가진 탄화수소인 에틸렌을 알아보았습니다. 석유화학산업의 ‘기준’ 혹은 ‘지표’로 활용되는 물질로서 다양한 화합물로 쉽게 합성될 수 있고, 다양한 활용처가 있습니다. 동시에 바나나를 노랗게 만드는 친근한 물질이기도 한데요. 앞으로 GS칼텍스에서 만든 에틸렌이 여러분의 삶 속으로 안전하고 든든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많이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상 <에너지 라이프 에틸렌>편, I am your Energy GS칼텍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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