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입은 그 옷, 파라자일렌이 섞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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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특이한 이름의 ‘파라자일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파라자일렌으로 만든 PET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흔히 보는 페트병의 원료가 되고, 과자 봉지나 음료의 라벨 스티커에도 파라자일렌이 사용됩니다. 또한 파라자일렌을 기반으로 만든 폴리에스터 섬유는 지금 우리들이 입고 있는 옷 속에도 있는데요. 과연 어떤 물질이길래 이렇게 유용한 것인지 점점 궁금해지지 않나요? 일상 속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언제나 함께 하는 파라자일렌, GS칼텍스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를 알아볼까요?
석유화학계의 BTS는? BTX!
석유화학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세 가지 방향족 화합물의 앞글자를 따서 BTX라고 부르는데요. 이중 B는 벤젠(Benzene), T는 톨루엔(Toluene), X는 자일렌(Xylene) 입니다. 자일렌은 벤젠고리에 메틸기(CH3) 2개가 결합한 구조의 방향족 탄화수소입니다.
방향족은 벤젠고리를 가진 물질을 의미하는데, 대부분의 벤젠고리 물질들이 달콤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은 말입니다. 자일렌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o-자일렌(오쏘자일렌), m-자일렌(메타자일렌), p-자일렌(파라자일렌)으로 나뉩니다. 그중 가장 많이 생산되는 것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파라자일렌’입니다.
메틸기 2개가 육각형 꼭짓점에 연달아 붙으면 오쏘자일렌, 한 칸을 비운 채 붙으면 메타자일렌, 그리고 서로 마주 보고 있으면 파라자일렌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혼합된 경우, 혼합자일렌이라 부릅니다. 오쏘자일렌, 메타자일렌, 파라자일렌의 분자 구조상의 작은 차이는 각각의 녹는점, 끓는점, 비중 등을 크게 좌우합니다. 특히, 파라자일렌과 메타자일렌의 녹는점의 차이는 매우 큰데, 파라자일렌의 녹는점은 13.2℃, 메타자일렌의 녹는점은 -48℃입니다. 따라서 파라자일렌은 겨울철에는 적절한 보온 설비를 갖춰진 곳에서 보관해야 하지만, 메타자일렌은 겨울철에도 끄떡없습니다. 같은 자일렌이지만, 메틸기가 어디에 붙어있느냐에 따라 이렇게 큰 성질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파라자일렌, 유용한 페트(PET)로 변신
파라자일렌이 합성 섬유나 페트병과 같은 유용한 물질이 되기 위해서는 중간에 거쳐 가야 할 단계가 있습니다. 파라자일렌을 액상 산화시킨 ‘테레프탈산(Terephthalic acid, TPA)’이 되거나, 이를 다시 에스테르화해서 얻은 ‘디메틸 테레프탈레이트(dimethyl-terephthalate, DMT)’가 되는 것입니다. TPA와 DMT 두 가지 모두 에틸렌글리콜(Ethylene glycol, EG)과 중합 반응을 통해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ate, PET) 수지를 만듭니다. 이렇게 만든 ‘페트’는 주로 칩 형태로 생산되며, 폴리에스터 섬유, 폴리에스터 필름, 페트병이나 플라스틱 용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원료로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파라자일렌에서 얻은 TPA와 DMT는 전체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원료, 촉매, 공정의 운전 조건은 조금 다른 공정을 통해 페트로 중합됩니다. PET를 생산하는 중합 반응은 두 단계로 나뉘는데 먼저 에스테르화 반응에 의해 페트의 단량 체인 BHET(Bis(2-Hydroxyethyl) Terephthalate)를 생성하고, 그 다음 촉매 상에서 가열하여 축중합 반응시키는 것입니다. 이때 EG가 투입되는데, 축중합 반응을 통해 DMT 공정에서는 메탄올이, TPA 공정에서는 물이 부산물로 나옵니다. TPA 공정은 DMT 공정보다 반응 속도가 빠르고 더 낮은 온도에서도 반응하기 때문에 촉매가 적게 사용되며, 공정이 한 단계 생략돼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1970년대까지는 TPA의 정제 기술이 좋지 않아 TPA를 에스테르화하여 DMT로 전환한 후 PET로 생산했지만, 지금은 TPA 공정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리지 않고 입는 옷, 폴리에스터 섬유
최초의 합성섬유는 나일론이지만,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합성섬유는 폴리에스터입니다. 폴리에스터 역시 나일론을 만든 화학자, 월리스 캐로더스(Wallace Carothers)가 가장 먼저 고분자로부터 합성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듀폰사에서 연구를 하던 캐로더스는 알코올과 카복실산을 이용하면 고분자 중합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지만, 분자량이 4,000개 이하라고 결론짓고 폴리에스터 연구를 진전시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캐로더스는 1935년 최초의 합성섬유, 나일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1940년 미국 전역에 나일론 스타킹이 출시되면서 나일론은 소위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이를 본 다른 과학자들이 나일론에 대항할 다른 합성섬유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중, 1941년 영국의 과학자 존 와인 필드(John Whinfield)와 제임스 딕슨(James Dickson)이 캐로더스의 미완성의 연구를 지속해 최초로 폴리에스터 섬유를 개발한 것입니다. 이들은 영국의 화학회사(Imperial Chemical Industries, ICI)에 들어가 테릴렌(Terylene)이라는 이름으로 폴리에스터 섬유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폴리에스터의 가능성을 본 듀폰은 1946년 ICI로부터 폴리에스터 제조 판매권을 양도받고, 데크론(Decron)이라는 또 다른 폴리에스터 섬유를 내놓으면서 미국과 유럽 전역에 폴리에스터로 만든 의류가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폴리에스터로 만든 옷의 광고 문구는 “다림질이 필요 없는 마법의 옷”이었습니다. 폴리에스터는 PET의 특성인 초기 탄성 회복률이 높아서 구김이 적고 형태 변형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폴리에스터는 물을 거의 흡수하지 않습니다. 세탁 후 빨리 마른다는 장점은 있지만 땀을 흡수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의류용으로 폴리에스터는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 면이나 모와 혼방하여 사용되곤 합니다. 또한 폴리에스터는 의류용뿐만 아니라 베개, 덮개, 솜, 매트리스, 그리고 소방호스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의 페트병, 탄산음료 담기 위해 탄생
듀폰사의 캐로더스가 폴리에스터 고분자를 만들어 낸 이후, 1945년 듀폰사는 DMT와 EG로부터 페트를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해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1973년, 최초로 지금과 같은 페트병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미국 듀폰사에서 근무하던 연구원 나다니엘 와이어스(Nathaniel Wyeth)가 탄산음료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플라스틱병을 연구하던 중 PET를 사용한 것입니다. 페트는 복잡한 구조로 결정화도가 낮아 투명하고 가볍습니다. 또한 깨지지 않으며 당시의 다른 플라스틱병과는 다르게 내용물을 화학적으로 오염시키지 않아 깨끗하다는 장점 덕분에 시장에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페트는 선형 열가소성 수지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 크기, 색깔로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산소나 탄산가스, 수증기 등 가스를 잘 차단해 내용물을 오랜 기간 보존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페트병도 담는 내용물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양과 특징을 갖습니다. 과일 주스나 스포츠음료와 같은 경우, 고온에서 살균된 채 음료를 병에 채우기 때문에 모양이 수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축 변화를 막기 위해 열에 특별히 강한 두꺼운 두께의 페트병을 사용합니다. 또 탄산음료의 경우 다른 페트병과는 다르게 바닥의 모양이 오목하고 꽃잎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부의 온도가 올랐을 때 탄산음료가 팽창하더라도 압력을 잘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한 디자인입니다.
페트병을 사용할 때에는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페트병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에는 멸균 상태이지만, 재사용을 할 경우 미생물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페트병은 일회용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세척과 건조가 어려운 데다가, 뜨거운 물에 소독할 경우 55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페트병이 하얗게 변하거나 찌그러지는 변형이 일어납니다. 특히 한 번 입을 댄 페트병에는 세균이 쉽게 번식하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급적 페트병은 재사용하지 않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페트 필름, 과자 봉지 속에도 들어간다
파라자일렌으로 만든 PET는 길게 뽑아내면 섬유가 되지만, 평평한 시트 형태로 만들어 얇게 펴 응고시키면 필름이 됩니다. 이렇게 만든 필름은 식품 파우치나 조미료, 커피, 차, 치즈 등 일반 식료품이나 식품 포장용에 사용됩니다. 페트 필름이 봉지에 얇게 가공돼 들어가면 공기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음식의 유통기한을 길게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 산 스마트폰이나 전자제품에 붙어 있는 얇은 보호필름 역시 페트 필름입니다. 이는 페트 필름의 단면이나 양면에 실리콘을 코팅해 만들고, 제품을 보호하면서도 쉽게 떨어질 수 있도록 만든 이형 필름입니다. 또한 음료수병을 감싸고 있는 라벨지도 페트 필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산업용 스티커, 차량용 선팅 필름, 그리고 LCD에 들어가는 광학용 필름 등에도 폭넓게 활용됩니다.
파라자일렌, 중국 수출효자 상품
생활 속 밀접하게 사용되는 파라자일렌은 국내에서도 활발히 사용될 뿐만 아니라 수출용으로도 효자 상품입니다. 파라자일렌의 국내 총생산량은 자일렌의 국내 수요를 크게 뛰어넘습니다. 2018년 기준, 파라자일렌의 국내 생산량은 무려 10,647천톤입니다. 이는 다른 중간원료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생산량입니다. 파라자일렌의 국내 수요는 3,288천톤으로, 생산량의 1/3 정도입니다. 나머지 생산량은 수출에 쓰입니다. 2018년 기준 중국에 수출하는 석유화학 품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파라자일렌(37%)입니다.
또한 파라자일렌의 생산량은 파라자일렌의 모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일렌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비교를 위해 석유화학산업의 기초유분 삼대장 BTX의 2018년 기준 국내 총 생산량을 살펴보면, 벤젠이 6,877천톤, 톨루엔은 1,653천톤, 그리고 자일렌은 4,164천톤입니다. 또한 파라자일렌을 원료로 한 테레프탈산(TPA)의 생산량은 4,662천톤입니다.
파라자일렌, 원유 증류한 납사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파라자일렌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까요? 과거 방향족탄화수소는 석탄에서 제조했지만, 이는 대량생산 및 고순도의 제품 생산이 어려워 지금은 석유에서 얻고 있습니다. 원유를 증류해서 얻은 납사 중에서도 끓는점이 100도 이상인 ‘중질 나프타’를 개질시설(리포머)을 통해 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파라자일렌을 얻는 공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전처리 공정에서 원유를 증류 시 중질 납사를 얻습니다. 중질 납사에는 방향족 함유량이 적기 때문에 일부 탄화수소를 방향족으로 바꾸는 리포밍(개질) 공정을 거쳐 개질 납사를 만듭니다. 개질 납사에서 증류 공정을 통해 벤젠, 톨루엔, 자일렌을 분리합니다. 끓는점이 비슷한 자일렌은 장류로는 분리하기가 어렵습니다. GS칼텍스는 증류가 아닌 세가지 자일렌의 흡착도 차이를 이용한 분별흡착법으로 99.7%의 높은 순도의 방향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생활 밀접 형 제품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수출 상품이기도 한 GS칼텍스의 파라자일렌의 생산능력은 어떠할까요? GS칼텍스는 1990년 제1 파라자일렌 공장과 제1 BTX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으로 석유화학 사업을 시작한 이후, 여수공장에 연간 10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추가로 갖춰 현재 연간 135만 톤의 파라자일렌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오늘 공장에서 나온 파라자일렌이 내일 여러분의 일상 속에 다가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상 <에너지 라이프 파라자일렌> 편, I am your Energy GS칼텍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