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국제 유가·전기요금과 기후위기가 에너지 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개인화 소비와 가치 소비로의 소비 패턴 변화까지 더해지며, 효율적이고 맞춤형 에너지 소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젠 에너지도 개인맞춤으로 똑똑하게 소비하는, 초개인화 에너지 소비 트렌드를 살펴봅니다.

에너지 개인화 소비를 유인하는 사회 환경적 요인
최근 국제 유가와 전기 요금의 변동성이 새로운 에너지 소비 트렌드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전 세계 석유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의 변동성은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망 불안정으로 인해 지속되고 있으며, 전기요금 역시 유럽, 호주 지역에 걸쳐 전력 수요 급증과 기후위기로 인한 가격 불안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에너지 가격 변동은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파악하고 비용을 예측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높입니다. 더불어 탄소 중립 정책이 강화되고 태양광과 배터리 기술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면서 효율적이고 맞춤형 에너지 소비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에너지를 아끼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기반으로 에너지를 관리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소비 패턴도 초개인화 에너지 소비 트렌드에 일정 기여합니다. 헬스케어, 금융,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개인화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이미 맞춤형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헬스케어의 AI 기반 혈당 관리, 토스의 개인별 금융 서비스, Netflix와 Spotify의 AI 기반 콘텐츠 추천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동시에 Z세대 중심으로 안티 플렉스(Anti-Flex), 저소비 코어, YONO(You Only Need One)과 같은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환경을 고려한 실속형 소비를 추구하는 이들은 모바일 우선 소비 패턴으로 실시간 데이터와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는 특성을 보입니다.
개인화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들과 가치 중심의 소비 문화가 에너지 분야로 확산되어 맞춤형 에너지 솔루션에 대한 수요를 높입니다. 이런 사회 환경적 흐름 속에서 초개인화 에너지 소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에 효과적인 초개인화 소비
초개인화 에너지 소비는 사용자 습관, 날씨, 계절성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최적화된 에너지 사용을 제안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이는 AI와 IoT 기술의 융합으로 구현되는데, 가정 및 건물 내 IoT 기기들이 서로 연결되어 데이터를 교환하며 에너지 소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합니다. 이를 통해 전력 소비를 최적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단순 절약을 넘어 탄소 발자국 감축과 지속 가능성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글로벌은 지금 ‘에너지 초개인화’ 인프라 확대 중
초개인화 에너지 소비 트렌드를 읽은 전세계 몇 국가는 이미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개인화의 핵심은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AI 기반 분석을 통해 개인별 최적화된 에너지 사용 패턴을 제공하는 것으로, 각 국가는 자국의 에너지 정책과 시장 환경에 맞춘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EU: 중앙 주도의 초개인화 인프라 구축
유럽연합은 2019년 유럽 그린딜에 이은 2022년 REPowerEU을 통해 에너지 자립과 탄소 중립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특히, 전쟁으로 인해 위태로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면서 개별 소비자의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스마트 그리드와 스마트 미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그리드는 에너지 공급과 수요 변화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하고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 재생 에너지와 히트펌프 등 다양한 전력 자원을 통합 관리하고, 스마트 미터는 고객의 실제 에너지 소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가 에너지 흐름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자신의 소비 패턴을 기반으로 맞춤형 에너지 절약 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EU는 2020년 Eco-Bot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화된 가상 에너지 도우미를 개발했습니다. 이 챗봇 시스템은 소비자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5가지 유형(환경 이상주의자, 열망하는 환경주의자, 헌신적 절약자, 기회주의자, 무관심자)으로 분류해 각 유형별 맞춤형 절약 솔루션을 제공했으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 변화된 소비 패턴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그 결과, 가정의 행동 변화와 상업 건물의 효율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미국: 민간 기업 중심의 혁신 제품을 통한 시장 확산
이처럼 EU가 중앙 주도로 인프라를 다지고 있는 반면, 미국은 구글과 테슬라와 같은 민간 기업이 혁신 제품을 통한 개인화된 에너지 솔루션을 선도하며 에너지 개인화를 확산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Google Nest는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AI로 학습해 자동 온도 조절을 수행하며 에너지 효율성을 높입니다. Savings Finder 기능은 사용자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분석하여 지속적으로 에너지 절약 최적화 방안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수면 중 온도를 약간 조정해 숙면에 도움이 되면서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자동으로 제안합니다. Nest Renew 프로그램은 청정에너지의 비중이 높은 시간대에 자동으로 소비를 유도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입니다.
또한 Tesla Powerwall 3는 가정용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실시간 전력 가격 변동에 따라 잉여 전력을 판매하거나 저렴할 때 충전하는 스마트 기능을 제공합니다. 특히 Storm Watch 기능은 기상 예보를 기반으로 악천후가 발생하기 전에 자동으로 배터리를 완충하여 정전에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합니다. 실제 영국 맨체스터의 한 가정에서는 Powerwall 3 덕분에 지난 겨울 폭풍에 의한 정전에도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었다며,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싱가포르: 국가 차원의 상업용 냉방 개인화
싱가포르는 2050년 넷제로(Net-Zero) 목표 달성을 위해 상업용 건물 냉방 시스템의 효율성 향상과 에너지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건물 전력 사용의 30~40%를 차지하는 냉방 수요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스마트 온도 조절기와 건물 관리 시스템(BMS)을 활용해 구역 단위 냉방 최적화 및 에너지 절감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SP Group과 75F는 AI와 IoT 기반 제어 솔루션을 적용해 건물의 마이크로 기후를 최적화하며, 일부 파일럿 프로젝트에서 최대 30%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구역 냉방 시스템과 에너지 저장 기술의 도입은 피크 시간대 전력망 부담을 완화하고, 탄소 배출 저감에도 기여합니다.
초개인화 에너지, 주목해야 할 트렌드
초개인화 에너지 소비는 미래 에너지 소비 방식의 다른 국면을 열어갈 새로운 트렌드입니다. 소비자가 스마트 미터와 앱을 통해 능동적으로 에너지 소비에 참여하게 된다면, 에너지 산업 전반에 지속가능한 소비 생태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개인에게는 에너지 비용 절약과 편의성을, 사회에게는 전력망 효율성 개선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탄소 감축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개인화를 위한 기술적,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에너지 업계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관련 서비스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GS칼텍스도 에너지플러스앱과 같은 기존 사업 영역 내에서 생성형 AI와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주유 효율성을 높이며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초개인화 에너지 소비 트렌드는 환경적 필요성과 소비자 니즈의 다양화에 힘입어 계속해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며 기술과 제도적으로 대응해가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