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정유업을 향한 오해… 팩트로 본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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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파고 속에서 과거에 없던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지금,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와 투자가 필수입니다. 그러나 산업을 둘러싼 오래된 오해와 편견이 여전히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정유업은 ‘내수 과점 구조의 폭리 산업’이라는 인식 속에 불신의 시선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수출 비중이 60%에 달하는 국가 핵심 기간산업이자, 낮은 이익률 속에서도 꾸준한 설비 확충과 기술 혁신에 투자하는 산업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유업을 둘러싼 대표적인 오해와 그 이면의 진실을 짚어보고, 산업 구조와 데이터를 통해 균형 잡힌 시각의 필요성을 제시합니다.

정유업 오해 썸네일

최근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이자 기간산업 중 하나인 정유업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제마진은 최근 3년 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올해 상반기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은 모두 적자로 추정된다. 단기적으로 역내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 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도 에너지 전환의 파고가 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정유업계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수조 원에 달하는 고도화 설비 투자는 값싼 중질유를 고부가가치 경질유로 바꾸는 핵심 동력이었고, 이는 수출 증대와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제 정유산업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앞에 서 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지금,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과감한 체질 개선과 미래에 대한 투자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이 시기에도 해묵은 오해들이 여전히 정유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예를 들어, 과점 구조에 의존하는 내수 산업 혹은 기름값으로 폭리를 취하는 산업이라는 근거 없는 오해 속에서 정유업은 끊임없이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024년 기준, 정유업은 수출 비중이 매출의 60%에 달하는 국가대표 수출 산업이며, 석유제품은 반도체, 자동차에 이은 국내 4대 주력 수출 품목이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오해가 불신을 낳고, 그 불신이 국가 기간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에 기름값은 과연 어떻게 결정되는지, 정유업을 둘러싼 대표적인 오해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정유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유업에 대한 오해들 중, 가장 진부하고 오래된 오해를 꼽으라면 아마 가격 결정과 관련된 불신일 것이다. 흔히, 소비자들은 자신이 접하는 최종 가격만을 생각하며 마치 정유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을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는 한다. 하지만, 2024년 휘발유 가격을 기준으로, 정유사의 판매가격 중 원료비가 되는 국제 유가와 세금을 합치면 이미 판매가격의 91.3%에 달한다. 반면, 정제, 운송, 투자, 인건비 등에 사용되는 비용과 마진을 합친 금액은 8.7%, 리터당 약 134.0원 정도이다. 2010년에서 2024년까지 정유사 평균 영업이익률이 약 1.5%이니, 단순하게 휘발유만 판매한다고 가정하고, 이를 적용하면, 리터당 1,541.1원에 판매되는 휘발유 마진은 약 23.1원에 불과하다.

정유사 휘발유 판매가격의 구성

소비자 입장에서는 리터당 10원의 가격 인하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유사에 리터당 10원의 손실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국내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은 총 400억 리터에 육박한다. 만약 정유사들이 리터당 10원의 손실을 감수한다면, 이는 연간 4,000억 원에 달하는 큰 손실로 이어진다. 반대로 정유사들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만큼의 이익을 남긴다면, 업계의 영업이익률은 당연히 높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정유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5%에 불과하며, 이는 제조업의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럼, 왜 소비자들은 정유업에 대해 왜 이런 오해들을 갖게 될까? 몇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무래도 정보의 부재일 것이다. 국제 유가, 원유 도입, 재고, 정제, 세금, 주유소 유통 등 생산 과정과 비용 등을 소비자들이 일일이 이해한다면 불필요한 오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들 모두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앞선 간단한 가격 구조의 설명만으로도 폭리에 대한 오해는 일부 해소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소비자의 오해에 대한 두 번째 원인은 손실 회피 편향인 것으로 짐작된다. 일반적인 소비자는 이익을 볼 때의 기쁨보다 손해를 봤을 때의 고통을 더 크게 느끼는 성향이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소비자는 “휘발유 가격이 오를 땐 로켓처럼 빠르고, 내릴 땐 깃털처럼 느리다”는 가격 비대칭성이 존재한다고 확신하며, 이를 근거로 정유사가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국가유가 변동에 대한 주유소 가격 변화와 비대칭성, 5일 가상 시나리오

예를 들어, 5일 간의 가격변동 시나리오를 보면, 1일,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데 주유소 가격이 그대로면, 주유소에 저장된 휘발유가 가격 하락 이전의 것임에도, 소비자들은 비대칭성이 발생한 것으로 인식한다. 2일, 국제 유가는 상승했으나, 주유소는 전날 유가를 반영하여 가격을 유지했고, 3일에는 국제 유가가 100원 떨어졌으나 주유소 가격은 200원 하락하였다. 2, 3일 모두 반대의 비대칭성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가격 상승이 없는 한, 소비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반면, 4일과 같이, 국제유가가 400원 급등하고 주유소는 전날까지 고려하여 가격을 500원 올리는 경우 소비자들은 비대칭성을 크게 체감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5일 누적에서 비대칭성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1일과 4일, 특히 4일의 개별 경험을 통해 비대칭성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손실 회피 편향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기름값이 오를 때만 반응하는 불공정한 시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나아가 이러한 불만을 정유사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확대해 버린다. 물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주유소(소매) 단계에서는 경제학자들의 객관적인 분석에서도 대체로 비대칭성이 발견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정도는 소비자의 체감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더욱이, 정유사(도매) 가격에서는 비대칭성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경향이 있을 뿐 아니라, 일부 기간에 비대칭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유사의 이윤 증가와 연결하기에는 여전히 무리가 있다.

정유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유업에 대한 불신을 더욱 공고히 하는 또 다른 원인은 아마 과점 시장에 대한 선입견으로 보인다. 소수의 대기업으로 구성된 정유업의 구조로 인해 소비자들은 정유사들 간의 경쟁이 약할 것이라 짐작하고, 이에 따라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할 수 있다는 오해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유산업은 장치산업의 특성 상 전 세계적으로 과점 형태를 띠는 것이 보편적이다. OECD 32개국 중 절반에 가까운 국가들이 한, 두 개의 정유사만 보유하고 있을 정도이다. 더욱이, 과점이라는 구조 자체가 가격 경쟁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정유 4사는 분명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이는 지난 10여 년간 역동적으로 변해온 정유 4사의 시장 점유율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추가로, 정유 4사 간의 경쟁은 전국 약 1만 개의 주유소의 공급을 통해서도, 해당 상표를 갖고 있는 주유소 간의 국지적 가격 경쟁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전국적으로 가격이 동일한 담배나 책, 본사 정책에 따라 유사한 가격을 유지하는 자동차, 전자제품 등과도 다르다. 정유 4사 간의 경쟁은 도매 단계에서의 거시적 경쟁과 수많은 주유소 간의 미시적 경쟁이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정유업을 둘러싼 오해는 복잡한 가격 구조와 통계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리고 과점 시장이라는 선입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짐작된다. 하지만, 소비자의 부정적 이미지와 달리, 정유업계는 낮은 영업이익률 속에서도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며 미래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업계는 2026년까지 석유화학, 탄소중립, 바이오 연료 등 미래 사업에 7조 원 이상의 추가 투자를 계획하며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변화에 대응해 우리나라의 정유업이 혁신을 통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노력과 더불어, 산업을 둘러싼 오해와 불신을 걷어내고 사실에 기반한 사회적 논의와 합리적 정책이 동반되어야 한다. 특히, 왜곡된 인식이 만든 규제가 산업의 발목을 잡고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정유업에 대한 따뜻한 격려와 균형 잡힌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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