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학개론] 제19강.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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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학개론] 제19강.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 title banner introduction to energy

국제유가는 대표 유종인 중동의 두바이, 미국의 WTI, 유럽의 브렌트 중심으로 구분된다. 그럼 이들의 가격은 시장에서 어떻게 결정될까? 크게 보아 시장에서의 수요-공급, 그리고 시장 참여자의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이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파생상품 시장인 석유 선물시장도 국제유가 결정 메커니즘에서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주제이다. 아래에서는 이들 각각을 살펴보도록 한다.

목차

1. 수요와 공급, 그리고 시장참여자의 거래 동기
2. 현물과 선물시장에서의 가격결정

수요와 공급, 그리고 시장참여자의 거래 동기

일차적으로 국제유가는 원유의 수요 및 공급에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경기가 호황이면 (즉, GDP가 상승하면) 에너지 수요가 증가함으로써 국제유가 역시 상승한다. 반대로 경기 불황은 국제유가를 하락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중반에 중국과 인도의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이른 바 친디아 붐이 불 때에 국제유가가 상승한 적이 있었다. 반대로 2008-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국제유가가 급락하였다. 한편, 대체에너지의 등장은 원유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셰일가스 공급은 원유 수요를 감퇴시킴으로써 당시의 고유가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이외에도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의 상승 요인으로서 SUV의 공급 (석유소비의 증가), 기온의 변화 (여름철 냉방 및 겨울철 난방 수요 상승) 등을 들 수 있다. 하락 요인으로는 특정 국가의 에너지-환경정책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강화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 전기차 보급 등이 있을 수 있다.

원유의 공급 감소는 국제유가의 인상으로, 공급 증가는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중동의 정세가 불안정해지거나 허리케인이나 테러로 정유시설이 피해를 입게 되면 국제유가가 상승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산유국이 원유 생산 확대 정책을 펼치게 되면 석유 시장은 냉각기에 접어든다. 위에서 언급한 요인 모두가 국제유가의 상승이나 하락에 영향을 미치지만, 구조적 요인과 일시적 요인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변동이 1년 정도의 단기적 영향에 머문다면, 셰일가스 혁명은 국제유가의 결정 메커니즘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셰일가스 이전에는 WTI, 브렌트, 두바이 가격은 서로 동조화되어 있었지만, 셰일가스로 북미지역의 에너지 판도가 바뀜에 따라 이제 WTI는 나머지 두 가격과는 움직임을 같이 하고 있지 않게 되었다. 이는 구조적 변화에 해당된다.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시장 참여자의 다양한 거래동기를 들 수 있다. 여기서 시장 참여자는 크게 원유나 석유제품의 수요자와 공급자, 그리고 이들 재화의 거래자들을 의미한다. 석유정제 사업, 석유화학 사업, 발전이나 교통 및 운수사업 등 다양한 실수요자들의 거래 동기가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리가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해다. 금리가 상당 기간 낮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 저금리 시대에는 석유와 같은 실물 자산의 투자매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석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오를 수 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된 글로벌 시장에서의 저금리 현상이 고유가를 촉발하였다는 점은 오늘날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이다. 다음 그림은 위에서 설명한 여러 영향요인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이며, 특히 2010년대 초반부터 셰일가스와 오일샌드 공급 증가로 WTI 가격이 브렌트보다 낮아진 구조적 변화가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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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과 선물시장에서의 가격 결정

석유는 미국 채권이나 금과 더불어 국제 파생상품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재화 중의 하나다. 국제유가는 현물시장에서 결정되는 현물가(spot price)를 일반적으로 지칭하지만,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선물가격(futures price)이 함께 다루어진다. 선물(futures)이라 함은, 미래의 특정 시점(만기일)에 상품(원유 선물의 경우, 원유)을 인수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선물을 거래하기 위해서 우선 상품이 표준화되어야 하며, 선물시장 또는 선물거래소에서 소정의 자격요건을 갖춘 거래자들에 의해 거래가 성립된다.

선물은 미래에 인도받게 되는 상품에 대한 가격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현물가격보다 높다. 왜냐하면 금리비용과 저장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 유가가 현물시장에서 배럴 당 50달러라고 하자. 어느 사업자가 원유를 1년 후에 필요로 한다고 하자. 그가 지금 현물시장에서 구매하면 5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원유를 정작 필요로 하는 때는 1년 후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50달러에 대한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당장 사용하지도 않을 원유를 1년간 저장해야 하기 때문에 보관비용이 발생한다. 이 사업자가 현물 대신 선물시장에서 만기 1년의 선물을 매수하게 되면, 이자비용과 보관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면, 이 선물가격은 얼마가 되는 것이 적정할까? 이론적인 상황에서는 만기 1년의 선물가격은 현물가격 50달러에 이자비용+보관비용을 포함한 값이어야 한다. 여기에서 좀 더 깊은 단계까지 나아가 설명하자면, 이자비용+보관비용에다 이른 바 편의수익(convenience yield)을 제외한 값이 해당 선물계약의 가격이 된다. 여기서 편의수익은 상품을 당장 보유하고 있음으로 인해 생산과정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는 편익을 의미한다. 이상을 정리하면, (미래의 선물가격 = 현물가격 + 이자비용 + 보관비용 – 편의수익편익)의 관계가 된다. 일반적으로 ( 선물가격 > 현물가격)의 관계를 갖는데 이를 시장에서는 컨탱고(contango)라 부른다. 그 반대의 경우인 ( 선물가격 < 현물가격 )은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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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시장에서 선물거래는 헤지(hedge)거래와 투기(speculation) 거래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헤지거래는 재화를 실제 필요로 하는 이가 미래에 재화 가격이 급변하게 되는 리스크를 염려하여 미리 선물시장에서 거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경우에는 만기일에 실물을 인수하게 된다. 투기거래는 실물인수의 의사는 없이 선물가격의 등락을 이용하여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행위이다. 오늘날 선물시장에서 약 97%의 거래는 투기거래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어가 투기거래라서 그렇지 모든 투기거래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며, 이들 거래는 시장에서 정보의 확산과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 순기능 역할도 한다.

※ 본 콘텐츠는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박호정 교수로부터 기고를 받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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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교수 -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및 고려대∙KIST 그린스쿨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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