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집의 에너지가 겨울을 넘는다 – GS칼텍스와 구룡마을 이야기

GS칼텍스 -

혹시 여러분은 ‘담요집’을 들어보셨나요?

담요집의 에너지가 겨울을 넘는다 - GS칼텍스와 구룡마을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가 있는 도곡동과 교육 1번지 대치동을 지나 양재천을 건너면, 높은 신축 아파트와 재건을 기다리는 주공아파트가 뒤섞인 개포동이 나옵니다. 33평 기준 40억 원에 이르는 아파트가 자리한 곳이지만, 양재대로를 하나 건너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입구를 찾기조차 쉽지 않은 촘촘한 골목, 비닐과 천막을 겹겹이 둘러 추위를 막은 집들. 멀리서 보면 누빔 이불처럼 보여 주민들은 이곳을 ‘담요집’이라 불렀습니다. 마치 시간이 1980~90년대에서 멈춘 듯, 좁은 골목 사이에 미로처럼 자리한 이곳이 바로 구룡마을입니다.

서울 최대 무허가 정착지로 남은 구룡마을

구룡마을은 1982년 도시 미관 정비로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모이며 형성됐습니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을 앞둔 재개발 과정에서 철거민이 대거 유입되었고, 브로커들은 “몇 년만 살면 개발이 되고 특별분양권이 나온다”는 소문을 흘려 구매를 유도했습니다. 투기꾼들이 300만~500만 원에 비닐천막집을 지어 팔아넘겼고,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하루 밤에도 2~3채씩 무허가 주택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렇게 마을은 2,500세대·1만 명 규모까지 커져, 구멍가게, 미용실, 철공소, 식당, 교회가 생겨나며 하나의 생활권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무허가’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오랫동안 행정의 영역 밖에 있었습니다. 전기와 수도는 스스로 연결해야 했고, 주소 이전이 불가능해 아이들은 원거리 통학을 해야 했습니다. 주민등록조차 갖지 못한 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마을로 남아야 했습니다. 2009년 대법원 판결로 20년 만에 주민등록이 허용되기 전까지 말입니다.

40가구만 거주하던 구룡마을

 구룡마을 터는 과거 목장과 농사용 비닐하우스, 논으로 사용됐으며 주변은 오래 방치된 허허벌판이었다. 농사짓던 40가구 정도가 살았던 이곳에 1986년부터 사람들이 서서히 이주하기 시작했고, 1988년 광명 하안·철산지역 철거 이후 집단 이주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고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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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디지털뉴스 아카이브 (한겨레 1996.07.18 기사)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마을

미디어가 구룡마을을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 무렵입니다. 무허가 비닐집 철거를 둘러싸고 공권력과 주민 갈등을 다룬 기사들이 등장하면서, 언론은 이곳을 ‘철거민촌’, ‘무허가천막촌’이라 불렀습니다. ‘무허가’라는 말은 곧 존재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국가의 행정력과 복지 체계가 닿지 않는, 기록 밖의 삶이었습니다.

구룡마을 형성 초기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이곳에는 전기·수도·쓰레기 배출 같은 기본 서비스조차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은 타선에서 전기를 끌어오거나 지하수를 직접 파 사용하며 삶을 스스로 유지해야 했습니다. 1987년 주민자치회 기록에 따르면, 마을 전체에 농업용 전기 한 가닥만 들어와 있었고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 변압기를 설치해 선을 거미줄처럼 늘려 쓰며 겨우 생활 기반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지금도 마을 곳곳에서 자가 연결된 전선, 집집마다 이어진 물 파이프가 뒤엉킨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울 8만여명 천막촌 서럽다’

88년부터 구룡마을에 살고 있는 황춘자(47)씨. 그의 천막집은 지난번 내린 비로 살림살이가 죄다 물에 잠겼다. 노점상하던 남편이 89년 초 의문의 천막촌 화재로 사망했고, 황씨마저 교통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했다. 딸의 30만 원 월급으로 4인 가족을 꾸린다. 황씨의 꿈은 언젠가 천막촌 생활을 벗어나는 것. 이곳 한 반(40여 가구) 사람들은 재래식 변기 하나를 두고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며, 하루 15분씩 단 세 번 공급되는 식수도 버티고 있다. 그러나 구청 불법증축감시반원의 눈총만큼은 참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조선일보, 199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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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디지털뉴스 아카이브 (한겨레 1996.11.8 기사)

주소 이전이 불가능했던 시절, 아이들은 원거리 학교에 다니기 위해 버스를 두세 번 갈아타야 했습니다. ‘쓰레기장에 산다’는 조롱을 견뎌야 했고, 부모들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눈물을 삼켰습니다. 영세민임에도 주민등록이 없어 생활보호대상 지원을 받기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15년 전 통계: 무허가 판자촌의 현실

무허가 판자촌·비닐하우스 거주 가구는 약 1만 6,880가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저학력·저소득층 고령자 비율이 높다. 평균 연령 65.78세, 초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 73%, 무직자 80%. 임대주택으로 이주하더라도 1년 내 10~15%가 다시 판자촌이나 노숙으로 돌아온다. (문화일보, 201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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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디지털뉴스 아카이브 (한겨레 1994.09.25 기사)

구룡마을 주민들이 비로소 ‘공식적 존재’로 인정받은 시점은 2009년입니다. 서울시는 1996년 일정 기간 이상 거주자의 주민등록 전입을 허용했지만, 이를 받아주는 토지 소유주가 거의 없어 실효성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2009년 6월, 대법원이 무허가 비닐하우스 거주자의 주민등록 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주민들은 마을 형성 후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주민등록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사람이, 겨울을 나며 살아가는 곳

2000년대 중반 2,500가구·1만 명이 살던 구룡마을은 시간이 흐르며 크게 줄어, 현재는 약 360세대만 남아 있습니다. 구룡마을은 과거 9개 지구로 운영되었고 많을 때는 지구당 350세대·700명까지 살았지만, 지금은 마을 전체가 1개 지구 규모로 축소된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구룡마을 주민들에 대해 ‘강남에 살며 외제차를 몰고 개발을 기다리는 사람들’ 이라는 오해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와는 거리가 멉니다. 현재 남아 있는 주민 대부분은 토지 소유주가 아닌 실거주민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갈 곳이 없어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개발이 진행되어도 보상은 400만~600만 원 수준의 이주비가 전부입니다.

오랜 기간 마을을 지원해 온 능인사회복지회관에 따르면, 주민 다수는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고령 1인 가구입니다.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어르신들이 다른 거처를 찾지 못해 생을 마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계절은 겨울입니다. 여름의 더위는 견딜 수 있어도 혹독한 추위는 생존의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집집마다 비닐과 천막을 겹겹이 두르고 바람길을 막습니다. 멀리서 보면 누빔이불처럼 보여, 사람들은 이곳의 집을 ‘담요집’이라 부릅니다. 겨울엔 집 내부가 아니라 중간 배관이 얼어 수도가 끊기는 일이 흔합니다.

난방 시설도 열악합니다. 무허가 주택이기에 지역난방 공급이 불가하고, 대부분 연탄보일러나 기름보일러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연탄·기름 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주민이 많아 결국 전기장판과 전기히터 같은 전열기기에 의존해 겨울을 버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기 과열로 인한 화재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여전히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GS칼텍스와의 아름다운 동행

GS칼텍스와의 아름다운 동행

GS칼텍스는 2006년 소원성취릴레이의 일환으로 구룡마을에 겨울 난방유를 지원하는 봉사를 시작해 올해로 20년 째를 맞았습니다. 중간에 몇년 간 다른 지역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10년 이상 꾸준히 구룡마을을 지원해왔죠. 많은 구성원들이 추운 겨울 구룡마을을 찾아 손수 등유통을 나르며 따뜻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간 GS칼텍스의 도움으로 구룡마을 주민들이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능인복지회관과 함께 난방유 도움이 필요한 50가구를 선정해 가구당 20리터 등유통 10개, 총 1만 리터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어르신들은 이 200리터로 겨울 난방수요의 70~100%를 충당하십니다. 난방비로 따지면 30만원 이상을 지원받으시는 거죠.

지난 12월 1일,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렸던 노원구 ‘백사마을’이 택재개발정비사업 기공식을 시작했습니다. 구룡마을 역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소유권을 넘겨받아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실거주 중인 분들이 이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개발이 진행되며 구룡마을의 모습은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지만, 이곳에서 십년 넘게 이어져 온 겨울의 풍경만큼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 해 한 해 쌓아온 작은 정성과 손길들이 모여, 구룡마을의 겨울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밝혀왔습니다. GS칼텍스의 구룡마을 난방유 지원은 그렇게 오늘도 조용히, 묵묵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1.도시 빈민촌 공동체의 형성과 갈등 – 강남구 구룡마을의 ‘위험 공동체’와 ‘거주에 대한 권리’에 대한 사례연구. ⌈도시인문학연구, 제4권 2호⌋ 서울대학교 송준규. 2012.10

2.도시 빈민들의 공간 전략과 비공식 주거지의 영토화 – 서울시 강남구 구룡마을을 사례로-. 서울대학교 채상원. 2018. 02

3.KBS 다큐멘터리 3일, <강남구 특별동 구룡마을>, 2008.07.26

4.네이버 디지털뉴스아카이브 ‘구룡마을’

5.한국언론재단 빅카인즈 뉴스분석, 빅카인즈 AI ‘구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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