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의 마음은 불안하기 그지없어, 인생의 그 어느 시기보다 각자 자신이 처해 있는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이때 자아가 잘 확립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은 감정이 크게 요동치고 마음이 일거에 무너져 내리기도 합니다. 친구가 무심코 내던진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받고 하루종일 끙끙 앓기도 하니까요.
GS칼텍스는 마음톡톡을 통해 7년 동안 2만 1천여명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환경 속에 놓여져 있는 각양각색의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특히 그 중에는 굉장히 열악한 환경 속에 놓여 있거나, 또래 친구들은 보통 잘 겪지 않는 큰 사건을 경험하고, 다른 친구들보다 더 큰 마음의 힘듦을 겪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마음톡톡이 주는 임팩트는 더욱 컸습니다. 아무리 치료사라고 하더라도 그 아이가 처한 환경을 통째로 바꿔주기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 아이가 자신이 처한 환경을 스스로 딛고 극복할 수 있도록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예술치료, 또 마음톡톡이 가지고 있는 진짜 힘이지요.
여기 잘 달려오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지만, 마음톡톡을 통해 툭툭 털어내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 삶의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된 몇몇 아이들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갑자기 찾아온 어머니의 죽음 – 굿네이버스 경기안양 좋은마음센터
석호(가명)는 해외에 어머니와 함께 거주하고 있던 아이였습니다.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병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있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죠. 학교에서 만나게 된 석호의 첫인상은 잘 어울려 노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굉장히 고립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목을 좌우로 흔드는 틱이 심했고, 반에서도 친구들과 전혀 말을 하지 않고 혼자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항상 놓지 못하고 오랜시간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도 관찰되었고요.
석호는 마음이 따뜻하고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는 성향을 가졌습니다. 이런 성향을 가진 아동 중에는 마음이 약하고 쉽게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석호도 그랬습니다. 외국에서 친구도 없이 오직 어머니에게만 의존하고 살아왔던 석호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석호 나이에 감당하기 벅찬 단절의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낯선 한국에서 적응하기도 전에, 또 어머니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갖기도 전에 석호는 아버지로부터 공부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이러한 상실감과 심리적인 압박으로 인해 틱 증상이 나타났고,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 관계맺음에 대한 방어기제가 강하게 발동되어 친구들에게 마음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의존은 고스란히 자신한테 상처줄 일 없는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으로 옮겨간 것이죠.
마음톡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석호는 초기에 치료사에게 반항적인 말투를 보이며 자신은 좋아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책상에 엎드려 모바일 게임만을 하곤 했고, 무기력한 모습이 많았습니다. 프로그램 중에도 “귀찮아”, “하기 싫어”, “졸려” 등의 말을 하며 계속해서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런 석호에게 회기마다 다가가 세심하게 살폈고 아동이 무심코 끄적인 낙서들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며 관심을 보여주자, 석호는 치료사에게 계속 자신이 하는 것을 봐주기를 바라며 처음으로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치료사는 아이들의 마음이 미술 작업을 통해 보다 풍성하게 표현되도록 하고자, 4회기에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추억의 장난감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석호는 자신이 핸드폰을 가지고 놀았다고 추억하였고, 클레이로 핸드폰을 만들려고 하였습니다. 석호는 검정클레이가 필요하다며 싸인펜을 수백번 눌러 검정클레이를 만들었고,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치료사가 계속 봐주기를 원했습니다. 석호는 핸드폰을 정성들여, 정교하게, 오랜 시간동안 만들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석호는 계속 목을 흔들던 틱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만든 작품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나아가 다른 집단원에게도 조언을 해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석호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석호가 프로그램 초기에 보여주었던 극도의 우울감과 무기력함은 마음톡톡이 끝나갈 때 즈음 많은 변화를 나타냈습니다. 석호는 미술 작업에 몰입하면서 성취감을 얻게 되고, 내적인 자신감을 많이 얻게 되었습니다. 자신감을 집단원들에게 표현하면서 자연스레 마음 문도 열게 되고, 친구들의 지지 속에서 또래관계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석호는 마음톡톡 이후에도 계속해서 성장할 것입니다. 이제 그 성장의 길 위에서 혹여 다시 넘어지더라도, 석호는 자신이 갖게 된 내적인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그건 그냥 과거의 기억일 뿐 –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해맑음센터
기영이(가명)는 초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까지 약 1년 반 가량 반 친구에게 맞거나 지속적 괴롭힘을 당해왔습니다. 현재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고 학습장애 경계선으로 진단을 받은 바 있습니다. 기영이는 경기도에 거주하지만 오히려 강원지역과 더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고, 60분동안 진행되는 미술치료 한 회기를 위해 두시간 가량의 시간동안 치료사가 이동하여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만큼 당시 기영이의 상황은 절박했고 부모님의 심정은 간절했습니다.
첫 회기에서 만난 기영이는 긴장감에 피로감까지 더해 자신감이 없고 치료사와 눈도 잘 맞추지 않았으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습니다. 이에 치료사는 기영이가 보다 더 편안하게 미술작업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안내했으나, 기영이는 3회기까지 자신감 없고 매우 위축된 태도로 일관하였습니다. 치료사는 기영이의 이러한 어려움을 고려하여, 4회기부터는 기영이 어머님과 함께 모자(母子) 미술치료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기영이는 어머니와 함께 미술치료에 참여하면서 이전보다 더 활기차고 심지어 장난을 치는 행동을 하는 등 훨씬 더 편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영이와 어머니는 ‘소원나무’를 함께 완성하는 협동 작업을 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자신의 손을 종이에 본뜬 뒤 오른손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장점을, 왼손에는 서로 상대방의 장점을 적어주는 작업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영이는 어머니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보이기도 하고, 매우 꼼꼼하고 정확하게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영이는 마지막 회기에서 첫 회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치료사에게 미소를 지으며 거침없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습니다. 기영이는 마음톡톡이 끝난다는 아쉬움을 표정에서 지우지 못했지만, 이전처럼 의존할 곳이 없어져 홀로 남게 될까봐 불안해하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이제 혼자서도 잘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얼굴빛에서 드러나는 듯 했습니다.
치료사는 기영이의 마음톡톡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1개월이 지난 후에 다시금 기영이 어머니와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시작과 끝맺음이 똑부러지고, 기영이 스스로 많이 밝아졌어요. 이전에는 아이가 시무룩하고 우울했다면, 요즘은 한 마디를 하더라도 웃기고 넉살이 좋아진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엄마 내 말 안듣고 있어?’ 이러면서 불쑥 화부터 먼저 냈을 아이가 ‘내 말이 엄마한테 가다가 미끄러졌네?’ 라고 말하며 개의치 않고 웃으면서 넘기는 것을 보고 기영이가 정말 밝아졌구나 느끼게 되었어요. 학교폭력이라는게 평생 남아있는 흉터 같은 것인데, 기영이는 물론 저도 많이 위축되어 있었어요. 저 또한 가해자 부모들을 만날까봐 두려워 아예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마음톡톡을 통해 지지와 격려가 마음에 쌓이면서 어느 순간 ‘내가 왜 그런걸 신경 쓰지? 그게 뭐라고? 우리 가족이 행복해지는게 우선이지’ 라고 기영이가 저에게 속마음을 내비친 적이 있어요. 그리고 이제는 기영이가 과거의 기억에 개의치 않고 조금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항상 우울한 분위기만 내내 지속되던 저희 집에 요즘은 이렇게 분위기가 밝게 확 바뀔 수 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꿈만 같고 그래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 굿네이버스 인천서부 좋은마음센터
영삼이(가명)를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났을 때, 과도하고 충동적인 행동들을 하고 목소리를 크게 하여 공격적인 언어 표현을 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이 되었습니다. 영삼이는 최근 ADHD 판정을 받은 아이였습니다. 활동 내내 ADHD의 행동적 특징인 일정 시간 이상 바르게 착석을 하지 못하거나, 급격한 감정기복, 불편한 방식의 감정 표현 등의 모습이 지속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삼이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새벽같이 집을 나가 밤이 다 되어서야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에, 영삼이는 거의 방치된 수준에 가까웠습니다. 가정형편상 부모님께서 보육을 위한 사람을 따로 구할 수도 없었거든요. 영삼이는 하루의 대부분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생활하며, 센터 이외의 외부 활동은 거의 없습니다.
영삼이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바로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경험이었습니다. 또래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쌓아가야 하는 시기에, 영삼이는 다른 또래들에 비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았습니다. 영삼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집단 프로그램으로 마음톡톡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여전히 활동 초기에는 산만한 태도를 보이며, 집중력이 낮고 다소 감정표현이 과도한 경향이 있었지만, 회기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활동에 집중을 하며, 바른 태도로 활동의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격한 감정표현과 부정적인 언어 표현들이 많이 감소하였습니다.
긍정적인 또래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단체화 작품 만들기, ‘나의 마음 문’ 작품 만들고 소개하기, 강점카드로 서로의 장점 얘기해주기 등 집단예술활동을 통해 친구들을 알게 되고, 마음을 더 깊이 알아가고, 공감받고 지지받는 과정이 영삼이에게는 너무나 새롭고 즐거운 세계였던 것입니다. 영삼이는 특히 점토 매체를 활용한 활동을 할 때에 눈에 띄게 활동의 몰입도가 높아졌습니다. 어떤 모양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점토 활동은 계획성이 다소 부족한 ADHD 아동에게 적합한 활동입니다. 치료사는 이후에 회기 활동에도 점토 매체를 더욱 자주 추가하여서 영삼이가 흥미높게 몰입하고, 그로 인해 마음이 차분해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마지막 회기의 ‘나의 귀한 이름 짓기’ 활동에서 영삼이는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친구들을 사랑하는 도움이’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했던 자신을 변화시켜 준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과 이제 더 이상 홀로 갇혀있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항상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영삼이의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너는 다시 일어설 수 있어
마음톡톡은 모든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은 그 사람의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누군가가 대신 억지로 변화시켜 줄 순 없습니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을 채워주기 위해 물적으로 지원해줘도, 아무리 그들이 변화되길 바라는 마음에 진심어린 조언을 해준다고 해도 그 사람이 다시 일어설 생각이 없다면, 혹은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 시기에, 힘든 일을 겪고 마치 삶이 무너져버린 듯한 느낌 속에서 위태하게 버티고 있는 아이들에게 혼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길러주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마음톡톡은 미술 작업, 음악활동과 같은 예술치유 활동들을 통해 오늘도 넘어져서 좌절해 있는 아이들에게 손을 뻗습니다.
‘너에겐 혼자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어. 일어나서 나와 함께 다시 뛰어보자. 내가 옆에서 함께 뛰어줄게.’
앞으로도 GS칼텍스는 마음톡톡을 통해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꼭 필요한 변화를 계속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GS칼텍스의 대표 사회공헌 사업 브랜드인 마음톡톡은 GS칼텍스의 등록 상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