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톡톡은 아이들이 그저 한번 경험하고 지나치는 것이 아닌, 아이들 마음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기 위하여 그동안 노력해왔습니다. 그러기 위해 프로그램 내에서 치료사 양성 교육, 체계적인 운영 구조 확립 등 많은 부분들을 발전시켜왔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공을 들여 발전시켜 온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효과성 연구’입니다. 이번 달에는 그 중에서도 마음톡톡 교실힐링 프로그램의 효과성 연구 개발 사례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마음톡톡 교실힐링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문제 상황을 조기에 발견하고, 건강한 교우관계 경험을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자아가 성장하고 사회성이 향상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합니다. 교실힐링이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프로그램이 되려면 무엇보다 치료사가 아이들의 마음과 아이들을 둘러싼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진단 도구가 필요했습니다. 치료사가 자기 주관에 따라 파악하는 것이 아닌,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준이 필요했던 것이죠.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과 그들의 교우관계가 어떤 상태인지를 제대로 알 수 있을 때, 비로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잠시 우리 학창시절을 떠올려볼까요? 가만히 눈을 감고, 어린 시절 쉬는 시간에 책상에 앉아있던 내 모습을 기억해보세요. 그리고 반에 같이 있던 친구들은 어땠는지 돌아보면 여러 친구들이 생각날 거에요. 언제나 주변에 친구들을 들끓게 만들었던 핵인싸 운동부원 백호, 다른 친구들과는 일절 얘기하지 않고 오직 짝꿍하고만 팔장끼고 하루종일 다녔던 영미와 예지, 시끄럽다며 귀를 헤드폰으로 틀어막고 문제집만 푸는 반장, 항상 조용히 창밖만 바라보며 남들과 지내는걸 귀찮아했지만, 가만히 있어도 넘쳐흐르는 매력으로 반 친구들한테 인기절정이었던 종민이, 우울한 표정 가득해서 친구들이 다가가기 힘들어해 맨날 혼자서 외로이 밥을 먹어야 했던 선예. 우리가 떠올렸던 친구들의 모습들이 교실힐링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음이 건강해서 친구들과 이미 충분히 잘 어울려 지내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힘든 마음의 상태에 놓여져 있어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반대로 자아는 건강해도 친구들과의 교류를 일부러 스스로 거절하는 아이도 있고, 친구관계에서 큰 상처를 받아서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 아이도 있습니다. 이렇듯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아가 친구관계로부터 영향받는 부분이 굉장히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실힐링에서는 아이들의 마음 상태와 친구관계를 맺는 방식을 객관적이고 다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2개의 진단 도구 : 심리변화 진단과 교우관계 진단
교실힐링에서는 매학기 2가지 진단 도구를 프로그램 시작 전과 끝난 후에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심리변화 진단 도구이고, 두 번째는 교우관계 진단 도구입니다.
먼저 심리변화 진단 도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드릴게요. 이 도구는 2014년 GS칼텍스가 교육통계 컨설팅 전문기관인 ㈜EDU D&D와 함께 개발했습니다. 심리변화 진단은 스스로 자신의 상태와 역량에 대해 응답하는 자기보고식 검사입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에서부터 ‘매우 그렇다’까지 1점에서 5점으로 점수를 매기고, 교실힐링에서는 자아존중감, 자기성장주도성, 자기표현, 공감, 협력, 교우관계적응, 사회적결속감 총 7가지 영역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심리검사 보고서들도 대부분 이런 자기보고식 검사이기 때문에 이해가 어렵지 않으실 거예요.
두 번째 진단 도구는 교우관계 진단입니다. 교우관계 진단은 SNA(Social Network Analysis)분석 전문기관인 ㈜사이람에서 개발한 진단도구입니다. 이 진단은 총 8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문항들에서 학생들이 서로를 지목한 것을 화살표로 표기해서 한 반의 관계망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냅니다. 많은 심리정서 프로그램들이 자기보고식 검사 만으로도 진행되고 있는데, 교실힐링은 왜 이렇게 다소 복잡하게 교우관계 진단도 포함시켜 활용하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교실힐링 프로그램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가 참여 학생들의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회성을 말 그대로 ‘제대로’ ‘잘’ 측정해야겠죠. 물론 심리변화진단의 7개 영역들 중에서도 개인의 사회성을 측정하는 영역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이 스스로 응답한 내용만을 바탕으로 그 아이의 사회성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사회성은 내가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이해되는 개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조망된 진단 도구도 필요합니다. 그 도구가 바로 사이람의 교우관계 진단인 것이죠.
교우관계 진단에서 학생들은 ‘고민이 있을 때 찾아가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는 누구인가?’, ‘여행을 가서 같은 방을 쓰고 싶은 친구는 누구인가?’ 등과 같은 8개의 문항들을 읽고 같은 반 혹은 다른 반 친구들 중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이름들을 적습니다. 이때 현재 친밀한 관계(현재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관계(잠재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는 친구들의 이름들도 적게 됩니다. 이렇게 지목된 이름은 교우관계 진단의 기본 측정 단위인 화살표로 표기되어 관계망에 나타납니다. 이 화살표를 모아 보면 한 학급의 화살표의 분포와 밀도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겠죠? 화살표의 개수가 많고 관계망이 촘촘할수록 서로 지목한 경우가 많아 정서적인 유대감이나 상호 호감, 교류가 높고 소외학생이 발생할 위험도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우관계 진단 사회성 측정의 두 지표 : 관계활성도와 관계위험도
교실힐링은 사회성 측정을 위해 교우관계 진단의 두 가지 지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목 화살표 수입니다. 이것은 집단 내에서 관계가 얼마나 활성화 되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관계활성도’라고 부릅니다. 한 아이가 지목하거나 지목받은 화살표 수가 사전에 비해 사후에 늘었다면 그 아이의 관계활성도는 증가했다고 볼 수 있겠죠.
두 번째 지표는 ‘관계위험도’입니다. 관계위험도는 교우관계 진단이 측정하는 4가지 관계망의 현재 관계 그리고 잠재적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1~8까지의 순위로 매겨집니다. 1순위는 정서친밀도가 가장 미약한 학생이고 8순위로 갈수록 안전군입니다. 사이람에서는 1~5순위까지를 위험군으로 6~8순위까지를 안전군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교실힐링에서는 이를 좀 더 세분화해서 가장 위기상태에 처한 1순위는 고위기군, 위험 가능성에 많이 노출 되어 있는 2~3순위는 위기군, 4~5순위는 주의군, 6~8순위는 안전군으로 분류하여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우관계 진단을 통해 어떻게 학생들의 사회성 변화를 알아 볼 수 있을까요? 교실힐링을 진행 했던 한 집단의 관계 화살표 그림을 예로 들어 보지요.
총 9명으로 구성된 집단의 프로그램 시작 전 정서유대/놀이공유 관계망입니다. 특히 정서유대 관계에서 지목 화살표 수가 많지 않아 매우 낮은 관계활성도를 보여주네요. 놀이 공유는 상황이 더 낫지만, 몇몇 학생들은 지목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계위험도를 볼까요? 고위기군 학생이 1명, 위기군 1명, 주의군 3명이 포함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프로그램 끝난 후의 정서적 관계망을 보면 두 지표의 변화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사전에 빈약했던 정서유대 관계망에서 지목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사전 지목 수가 3개였는데 사후에는 11개로 3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현재관계는 5배, 잠재적 관계에서는 10배가 늘었고요. 놀이공유 관계망에서도 상대를 지목하는 화살표 수가 많아진 것이 확인됩니다. 특히 서로 화살표를 주고받아 연결된 개수(상호 관계)가 사전 2개에서 사후 5개로 2배 넘는 증가치를 보였습니다. 관계위험도 변화도 있습니다. 사전에 고위기군이었던 학생A는 위기군으로, 위기군이었던 G와 주의군이었던 D, E는 안전군으로 위험 수준이 완화되었습니다. 집단 내에서 한 개의 화살표도 받지 못한 학생 G가 궁금하신 분이 있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집단 내에서는 활발한 상호작용이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이 학생의 경우 집단 외에 학급 내 다른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이 향상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집단은 관계활성도와 관계위험도에서 모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 학생들의 사회성이 향상 되었다고 평가 할 수 있습니다.
교실힐링 효과성 분석 방식의 진화 : IGGA(Individual and Group Growth Assessment) 개발
지금까지 교실힐링은 심리변화 진단과 교우관계 진단을 통해 참여 학생들의 개별 정서와 사회성 수준을 파악해왔습니다. 그러나 심리변화 진단은 점수들의 총합과 평균으로, 교우관계진단은 관계활성도와 관계위험도로 결과를 산출하기 때문에 각각의 고유한 결과 값들을 어떻게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교실힐링 연구개발팀은 작년부터 통계 분석 및 컨설팅 전문 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와 함께 이 부분을 연구해왔습니다. 그렇게 현재 개발 중인 효과성 진단 분석 방식의 새로운 이름이 IGGA(Individual and Group Growth Assessment)입니다.
IGGA는 심리변화 진단과 교우관계 진단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성장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파악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 작업을 위해서 ㈜리서치앤리서치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교실힐링에서 진행했던 심리변화 진단의 모든 데이터들을 다시 정리하고 분석하였습니다. 그리고 심리변화 진단을 구성하는 각 항목들의 가중치를 확인하여 심리정서 지수를 개발하고 이 지수를 1단계에서 8단계까지 순위화 하였습니다. 8순위로 나눈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으세요? 네, 교우관계 진단에서 관계소외 위험군을 8단계로 나눠 정리하는 것과 같은 순위 구분입니다. 이제 양쪽 모두가 1에서 8까지의 순위로 표기되기 때문에 심리변화 진단과 교우관계 진단을 두 축으로 하는 매트릭스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교실힐링은 위 매트릭스를 통해 개별 학생들의 심리정서와 교우관계 위험 정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양쪽 모두가 위험한 친구뿐만 아니라 심리정서는 안정적이지만 교우관계는 취약한 친구, 반대로 교우관계는 안정적이지만 심리정서는 취약한 친구도 찾을 수 있습니다. 위험군에서 안정군 사이에 있는 모든 학생들의 다양한 처지를 두루 살필 수 있게 된 것이죠. 기존의 교우관계망과 함께 살펴본다면 아마도 더 다양한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작년에 IGGA 진단 툴이 개발된 이후, 교실힐링 연구개발팀은 2018년~2019년 매트릭스 분석 자료에서 도출된 결과들을 치료사 질적 평가와 비교해보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올해 IGGA를 시범운영하여 어떤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지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음톡톡 효과성 연구의 목표와 다짐
지금까지 설명 드린 것처럼 교실힐링 효과성 연구는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계속 정비되고 완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리는 왜 효과성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할까요?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마음톡톡이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프로그램이 되려면 무엇보다 아이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가 없습니다. 프로그램이 계속 성장하고 향후에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좋은 나침반이 되고자 하는 것이 바로 마음톡톡 효과성 연구의 최종 목표입니다.
앞으로 교실힐링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마음톡톡의 모든 프로그램들은 그동안의 효과성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사후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음톡톡이 더 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며 ‘톡톡’할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개발을 정진 중인 마음톡톡 효과성 연구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