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과 심리치유의 기본은 치료자와 내담자가 서로 만나는 일입니다. 얼굴을 맞대어 대화를 나누며, 표현의 문맥과 감정의 흐름을 교감하는 공감이 일어나야 치료적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상담과 치유에 있어서 대면(對面)은 중요한 조건 중에 하나였습니다. 코로나19의 비대면(非對面) 상황은 ‘마음톡톡’에게는 아주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사와 운영진은 어떻게든 아이와의 만남이 단절되지 않도록 비대면으로도 가능한 집단예술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습니다.
비대면이라는 전례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아이들의 경우 물리적 거리감으로 인해 집중하는 것을 어려워했는데,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치료사들은 아이들의 주의를 환기하고 집중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했습니다. 그리하여 기존 오프라인 프로그램 때보다 더욱 다양한 예술매체를 활용하여 재구성하기로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프로그램은 점차 안정되었습니다. 이윽고, 교실힐링 프로그램에서 시작한 ‘온라인 마음톡톡’은 점차 다른 프로그램으로도 퍼져나갔습니다. 마음톡톡 굿네이버스, 학교폭력 피해학생 치유, 지역 위기청소년 치유 프로그램 등 모든 프로그램에서 온라인 비대면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적용했고,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속에서 2년 동안 약 3,200여 명의 아이들의 마음을 돌보아줄 수 있었습니다.
동화의 활용 – 내 안에 있는 진짜 주인공을 찾아서
치료사는 ‘동화’라는 허구를 통해 아이들을 집중시키는 방법을 주로 활용하였습니다. 집단의 이슈, 역동 등을 이야기로 엮어 아이들이 스토리텔링 할 수 있게 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전개되어야 하는 지점에서는 발달적 질문을 던져 아이들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에게 나온 소재는 다시 동화 내용에 반영하고, 스토리텔링 하는 방식으로 이어갔습니다. 동화라는 장르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접한 아이들은 놀랄 만큼 집중력이 높아졌고, 다음 이야기에 대한 상상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방해자, 자원, 그리고 해피엔딩을 위한 우리들의 협력 전략
아이들이 표현한 ‘방해물’에는 사냥꾼의 위협, 사람들의 환경파괴, 괴물의 침범, 약육강식, 의견 차이, 성격 차이와 같은 내용이 나왔습니다. 표현된 내용에는 현재 집단에서 느끼는 개개인의 어려움이 잘 투사되어 나왔기에, 모두의 의견을 적용하기에 알맞아 보이는 ‘괴물’의 존재를 방해자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괴물의 형상을 그려보는 협력 작업도 진행하였습니다. ‘괴물’을 함께 형상화한 집단은 괴물과 싸울 것인가를 결정했고 그렇게 각자 싸움에 필요한 무기를 제작(그림)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로의 무기를 구경하는 과정을 꽤 흥미로워했습니다. 무기의 강점과 약점을 관찰했고, 어떻게 사용할지 나와 타인의 것을 모두 생각해보며 전투 전략을 세웠습니다. 과정은 누구나 강점과 약점이 있으며 그 누구의 것도 쓸모없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동화는 협력을 통해 괴물을 물리치고 괴물이 빼앗아간 소중한 보물을 되찾아 오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동화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동안 아이들은 부정적 힘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역동은 줄어들고 자신을 향한 집중과 발견이 일어나는 모습들을 보였습니다.
허구라는 안전한 울타리 속에서 긍정적 경험을 나눈 ‘우리’의 성장
‘동화’라는 장르는 ‘허구’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의식 아래 있는 불안과 부정 감정들의 투사를 도와 집단의 발달을 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나와 타인의 강점과 약점을 균형 있게 바라보고 각자의 특징들을 발견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동화 속에서 자기표현을 했고, 서로의 모습을 관찰하고 경청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상의 공간이었지만, 모두가 같은 목적지를 향한 협력을 통해 긍정적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자기 역할을 맡고 책임을 다해 본 아이는 자신이 책임감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친구들과 즐겁게 협력한 경험이 좋았던 아이들은 협동하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상상하기를 즐겼던 아이들은 자신의 창의성이나 신중함 등을 발견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집단에서 가장 과잉활동을 보였던 아이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았다며 차분히 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집단 아이들은 각자 집단 활동이 준 긍정적 경험을 통해 자신의 역량과 필요만큼 한 발짝 내딛는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톡톡’ 예술치료사들은 치료사 사례 연구 세미나를 분기별로 진행하며, ‘온라인 마음톡톡’ 프로그램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연구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아직도 코로나19 상황은 종식되지 않았고, 후에 다시 대면의 어려움이 생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므로, ‘온라인 마음톡톡’은 기존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또 하나의 대안으로써 다듬어져 나가야 합니다. 기존의 철학을 계승하는 동시에 비대면 방식 진행이라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과감히 발을 내디딘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GS칼텍스는 앞으로도 아이들과의 만남을 지속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