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순환의 의미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장애요인
플라스틱은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되어 기능을 부여받는 유기성 고분자물질이다. 성형성, 경도, 강도, 탄력성, 열저항성, 내화학성, 기체투과성, 생분해성 등에 따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품으로 시장에 공급된다. 기능적 수요조건에 부합하기 위해 특정 구조의 고분자수지 합성을 위한 적정 원료와 중합공정, 추가적인 수지와 첨가제의 혼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재에 따른 사용 후 분리회수와 재자원화가 어렵다. 석유 생산과 사용이 본격화된 20세기 초부터 플라스틱의 개발과 상업적 응용이 신속히 이루어진 배경에는 플라스틱 소재만의 경량성과 경제성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흔히 플라스틱의 주요 시장으로 포장재를 떠올리지만, 이는 일반 소비자가 가장 쉽게 자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며, 실제로는 섬유, 소비재 공산품, 자동차, 건설 등 전방위적 산업용 소재가 플라스틱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플라스틱은 크게 열경화성과 열가소성으로 구분되는데, 이는 향후 플라스틱의 생애종료(End-of-life) 시점의 순환에서 중요한 변수가 된다. 경화과정 후 고형화된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녹은 상태에서 재성형이 가능한 반면, 열가소성 수지는 영원히 경화된 형태로 유지되기에 점유율 20% 시장 대상으로 추가적인 재자원화 방안 수립이 요구된다.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 폐기까지 전 주기적 자원순환은, 탄소 원소 중심 순환과 화석원료 사용 저감에 따른 천연자원의 재생가능성 및 플라스틱 소재 제품 생산소비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어 있다. 그러나 근래 폐플라스틱 이슈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과 대응에는 플라스틱 전 생애에 걸친 생태환경부하, 자원순환, 소재대체, 기능대체, 지속가능성의 효과에 대한 객관적·통합적 분석이 결여되어 있다.
플라스틱 순환경제화 배경
인류는 지난 100여 년간 가장 혁신적인 소재인 플라스틱에 의존해 삶의 향상을 누려왔다. 오늘날 플라스틱은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여러 제품에 두루 사용된다. 석유화학부터 자동차, 섬유산업에 이르기까지 산업경제 수요공급망의 핵심 소재로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플라스틱의 사회경제적 순기능과 고도성장은 21세기 들어서며 기후변화 대비 탈석유와 폐플라스틱 환경오염이라는 대명제 아래 큰 변화를 맞이한다.
최근에는 마이크로 플라스틱 발생과 그로 인한 생물 유해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과 비대면 소비활동 증가에 따른 플라스틱 사용량의 급증은 급기야 플라스틱 포비아 현상을 유발하고, 이에 대처하고자 시민사회적 활동이 활발히 전개된다. 가장 뚜렷한 변화로, 쇼핑백 지참, 다회용 컵 사용과 같이 자발적으로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려는 시민과 서비스 업종의 노력이 선행되고, 새로 태동한 사회적기업이 폐플라스틱 분리회수와 재가공을 위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천하며, 플라스틱 소재생산과 제품유통 분야의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ESG 경영의 관점에서 플라스틱의 사용 후 순환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다.
뉴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구축
폐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심층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경각심과 올바른 문제해결 인식은, 정책과 경제주체 간 교감을 통해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구체화될 때 총체적 해법으로 구현된다. 근래 물리적 업사이클링이 화두로 회자되며, 폐페트병을 가공한 rPET(Recycled PET, 재생페트)를 용기 및 섬유제품화하거나, 폐열가소성 플라스틱을 복합수지화해 자동차부품과 건축재로 재활용 사업화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로 *GS칼텍스와 SK지오센트릭과 같은 대기업들은 대규모 플랜트에서 폐플라스틱의 열화학적 전환을 통한 열분해유 연료화와 단량체 회수를 계획 중이다.
이와 같은 활동은 모두 사용 후 수거된 폐플라스틱을 대상으로 하기에, 재활용 사업은 플라스틱 종류에 따른 원료별 수거, 회수, 분리, 세척건조 등 선행 조건에 크게 의존한다. 동시에 재활용 제품의 기능, 가격, 수요에 따라 현실적으로 시장 공급 환경의 불확실성도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자원의 친환경성과 이용효율성을 고려한 플라스틱 공급망 업스트림에서의 대응과 다운스트림 사용폐기 단계에서의 업사이클링이 병행될 때, 궁극적인 플라스틱의 기능혁신과 사용량 저감이란 두 가지 명제를 동시에 대처할 수 있다.
이미 지난 20여 년간 유럽과 미국의 주도하에 일본, 중국이 추격하는 형세로 플라스틱의 원료인 석유를 재생가능한 원료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당을 원료로 석유계 PE를 대체한 그린PE가 출시됐고, 그린PP, 바이오페트, 바이오PC, 바이오PU, 바이오PA가 수년 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별도로 생분해가 가능한 PLA, PBAT, PBS, PHA 수지도 이미 시장 형성이 이뤄져, LG화학과 CJ제일제당이 신규 생산을 진행 중이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추진 중이던 탄소포집저장(CCS)은 근래 포집후이용(CCU) 중심으로 전환되었고, 기존 셰일가스와 함께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메탄과 같은 탄소 1개 분자물질을 이용한 플라스틱 합성이 바이오 플라스틱과 재활용 플라스틱(rPlastic)과 더불어 탄소순환 원료화의 3대 축을 이룰 전망이다. 이 모든 노력은 전 과정에서의 자원이용 효율성 및 순환성 고찰, 그리고 제품설계부터 반영된 에코디자인에 힘입어 더욱 실현 가능한 해법으로 발전하리라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