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란 키워드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국내외 인터넷 트래픽 분석을 해보면 작년 2분기부터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는 단어이다. 메타버스를 Meta(초월)와 Universe(세계)의 조합으로 봐서 현실을 초월한 세계로 설명하지만, 철학적인 표현이어서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다르게 설명해보면 MZ세대를 중심으로 판이 커지고 있는 온라인상의 디지털 생활환경인데, 이 역시 이해하기 쉽지는 않을 테니 바로 예를 들어보겠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찾은 공간이 바로 제페토라는 메타버스 안에 만들어져 있는 ‘학교’들이다. 네이버 Z가 운영하는 제페토에서 사용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바타를 만든다. 이 아바타는 만화 속 캐릭터 느낌인데, 내가 원하는 대로 얼굴을 만들고 옷도 입힐 수 있다. 그 아바타로 돌아다니는 공간이 월드인데, 제페토에는 꽤 다양한 학교들이 있다. 아이들은 그 학교에서 여러 친구들과 만나서 어울리며 소통한다. 좋은 곳을 발견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자신의 아바타를 사진으로 찍어서 글과 함께 올린다. 그 글에 다른 친구들이 댓글을 남기고, 좋아요를 누른다. 이런 모든 활동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실제 사진이 아닌 캐릭터화 된 아바타를 쓰는 점이 특징이다. 용돈이 생기면 자신의 아바타에게 새로운 옷을 구입해서 입혀주기도 하고, 반대로 자신이 옷을 만들어서 제페토를 통해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판매할 수도 있다. 제페토안에는 자체 화폐가 사용되는데 제페토 화폐는 현실 세계의 화폐와 쉽게 환전이 되는 구조이다. 요약해보면 이렇다. 메타버스에서는 주로 자신의 실제 모습이 아닌 아바타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공간을 넘나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디지털 재화를 구매하고 때로는 만들어서 팔기도 한다. 메타버스는 아바타로 살아가는 디지털 지구인 셈이다.
제페토 이외에도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디센트럴랜드, 크립토복셀, 아바킨라이프 등 매우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예시한 것들은 주로 3차원 공간이 보이고, 그 공간을 아바타가 돌아다니는 형태인데 메타버스가 꼭 그런 모습만은 아니다. 넓은 의미로 봐서는 잘 나온 사진이나 나를 상징하는 물건을 프로필사진으로 올리고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사용하는 배달 앱 등도 메타버스에 포함된다. 인터넷, 컴퓨터, 스마트폰, VR기기 등을 활용해서 현실의 삶을 편리하게 옮겨놓거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디지털 공간을 모두 메타버스라 보면 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재택근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부동산 기업인 eXpRealty는 물리적 사무실을 모두 없애고 모든 직원들이 메타버스에 있는 가상 사무실에 아바타의 모습으로 출근한다. Big Screen이란 기업은 큰 건물을 차지하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가상 세계에 재현하고 있다. VR기기를 쓰고 가상 세계 속 극장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즐기는 방식이다. 패션기업 DressX는 디지털 공간에만 존재하는 옷을 만들어서 판매한다. 쇼핑몰에 방문해서 옷을 주문하면 그 옷은 집으로 배송되지 않는다. 내 사진을 쇼핑몰에 올리면, 사진 속에 있는 내게 그 옷을 입혀서 보내준다. 다양한 옷을 입고 그 모습을 자랑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실제로 옷이 생산되고 소비되지는 않는 방식이다. 물리적 사무실을 모두 없애고 극장을 가상 세계에 옮기고 디지털 세상에만 존재하는 옷을 만드는 상황, 이게 바로 메타버스에서 살아가는 모습이다.
나는 가상 사무실에 출근하거나 디지털 옷을 구매할 마음은 없으니 메타버스와 무관하게 살면 될까? 메타버스는 일시적 유행, 일부 집단의 기이한 소비 패턴이 아니다. 인류는 채집을 통해 살아가던 경제에서 공장을 통해 물건을 생산하는 경제로 넘어왔다. 그 다음에 발전한 형태가 경험 경제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보다 풍성한 양질의 경험을 누리는 접근이다. 경험 경제는 다시 실감 경제(Immersive Economy)로 진화하고 있다. 경험 경제가 물리적 세계 중심이라면, 실감 경제는 물리적 세계를 디지털 세계와 연동해서 소비자들이 한층 더 깊은 경험을 하도록 이끌고 있다. 실감 경제의 중심에 메타버스가 있다. 그리고 메타버스는 이제 태동기를 막 벗어나는 중이다. 조직의 비즈니스 미래, 나의 향후 캐리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프레임, 이 모든 게 메타버스 위에서 좌우될 것이다. 새로운 세상인 메타버스를 외면하지 말고, 그 세상에 천천히 발을 디뎌보길 바란다.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즐거움, 새로운 가능성을 마음껏 탐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김상균 교수 - 강원대학교
인지과학 박사이며, 현재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메타버스,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사람의 행동과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게임 인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