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집사가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음악을 틀어주고, 가전기기를 제어합니다. 작은 배낭을 펼치니 오븐으로 변신해, 고기를 굽는 광경도 볼 수 있습니다. 한쪽에선 전장 10m·전폭 15m 크기의 미래형 기체가 웅장한 모습으로 날아 다니고 있습니다.
첨단 기술의 향연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바로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 현장입니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전 세계 유수의 기업이 참가해 주력 솔루션을 선보이는 자리인데요. 한 해 ICT 흐름의 나침반이 되는 것은 물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트렌드 집합소로도 불립니다.
올해 CES의 하이라이트를 정리해 특별 기획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1편에서는 CES의 메인 슬로건과 특별했던 기조연설, 2024년에 주목해야 할 5가지 신기술들을 담았는데요. 지난해 모든 산업을 관통한 기술인 #AI, 이동 방식에 혁신이 더해진 #모빌리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동반 성장중인 #헬스테크, 전 세계적 현안인 식품 문제에 기술을 접목시킨 #푸드테크, 지구의 자원을 보존하는 방향의 #지속가능성 테크까지. 다양한 기업에서 내놓은 첨단 솔루션을 하나씩 만나볼까요? [CES 레포트 2편]에서는 CES 2024에서 직접 살펴본 내용을 전달해드릴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올해 CES의 메인 슬로건은 바로 ‘All Together, All On’입니다. ‘모두를 위한, 모든 기술의 활성화’라는 뜻으로 기술 혁신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요. 전 세계가 힘을 합쳐 펜데믹을 이겨낸 만큼, 다양한 혁신 기술로 미래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나가자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기조연설. #CES최초 #뷰티의반란 똑똑하게 아름다워지자, 로레알의 도약
슬로건만큼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기조연설’인데요. CES의 문을 여는 상징과도 같은 기조연설은 올 한 해 산업 전반에서 주목할 만한 주제를 미리 살필 수 있는 메인 이벤트입니다. 주로 전기·전자 기업의 CEO들이 연사로 나서온 반면,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뷰티 기업 ‘로레알’의 수장이 기조연설에 나섰습니다. 로레알의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CEO는 ‘화장품의 AI 혁신’이라는 주제로 가상현실과 뷰티 제품을 접목한 뷰티테크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CEO는 이번 CES 2024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은 ‘에어라이트 프로’를 소개하며 “에어라이트 프로는 첨단 기술로 성능을 향상해 다양한 모발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친환경적인 제품”이라면서 “이것이 로레알 그룹이 만들고자 하는 아름다움의 미래”라고 강조했습니다.
에어라이트 프로는 적외선 방식을 사용해 모발이 아닌 물방울만 건조하는 차세대 헤어드라이어로, 모발 손상을 최소화하며 에너지 소비를 최대 31% 절감하는 제품입니다.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설립한 스타트업 기업과 손잡고 개발한 제품으로, 로레알은 앞으로도 시장의 경계를 허물고 획기적인 뷰티테크 솔루션을 선보일 것이라 밝혔습니다.
Keyword 1. #모든걸관통한다 #로봇부터CCTV까지
2024년 미래 산업을 휩쓸 게임 체인저, AI
지난 2023년은 가히 ‘인공지능(AI)’의 해였습니다. 생성형 AI를 필두로 거의 모든 산업 전반에 AI가 적용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요.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게리 샤피로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AI는 CES 2024의 서사”라는 기대감을 비추기도 했습니다.
먼저 국내 기업들은 스마트 홈을 완성할 인공지능 로봇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삼성전자는 AI 컴패니언, 일명 로봇 집사인 ‘볼리(Ballie)’를, LG전자는 ‘스마트 홈 AI 에이전트’라는 가사 생활 도우미 로봇을 소개했는데요.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해당 로봇들은 집 안 곳곳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해 다니며, 가전 및 IoT 기기를 제어해 일상 속 크고 작은 불편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활약도 돋보였습니다. AI 경쟁에 본격 참전한 인텔은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적용된 PC를 공개했습니다. AI PC는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에서 직접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앱을 실행할 수 있는 첨단 칩이 탑재된 차세대 컴퓨터입니다. 인텔의 겔싱어 CEO는 “AI PC가 보급되면 사용자들은 더 이상 클라우드를 이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AI 기술이 직접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독일의 자동차 및 기계 제조업체 ‘보쉬’에서 내놓은 ‘총기 감지 시스템’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는데요. 해당 제품은 총기 난사를 방지하기 감지기기로, 주변 환경을 감시하고 총기 사고 징후를 감지해 범죄자의 동선을 추적합니다. 해당 제품은 AI 영역과 ‘모두를 위한 안보’ 분야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Keyword 2. #바쁠땐날아가요 #이동의자유
하늘과 땅을 지배하는 첨단 기술, 모빌리티
모빌리티는 최근 CES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는 키워드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차량 기술 및 첨단 모빌리티 분야로 참여하는 기업 수가 700여 개에 달하며,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양상을 보였는데요. 그중 화제를 모은 것은 단연 ‘항공 모빌리티’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항공 모빌리티(AAM) 독립 법인 슈퍼널(Supernal)이 차세대 기체 실물 모형을 최초 공개한 것인데요.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를 넘어, 도심을 날아다닐 수 있는 해당 기체는 500m 높이를 시속 200km로 비행할 수 있어 상상 속으로만 그려왔던 미래의 모습을 가늠하게 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MBUX 가상 어시스턴트’를 공개했습니다. 마르쿠스 쉐퍼 벤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미래의 벤츠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전자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벤츠 역사상 인간과 가장 유사한 인터페이스”라고 강조했는데요. 네 가지 감성을 지닌 MBUX 가상 어시스턴트는 벤츠의 운영체계(OS)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고 공감적인 상호 작용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작고 귀여운’ 마이크로 모빌리티 제품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혼다’의 접이식 스쿠터 ‘Honda Motocompacto’는 접었을 때 전장 74cm, 전폭 9cm, 전고 54cm, 무게 18kg의 초소형 디자인으로 최고 혁신상을 받았는데요. 작은 사이즈와 달리 최대 시속이 24km에 달하고, 한 번 충전 시 19km 주행이 가능해 사용자 중심의 편리한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았습니다.
Keyword 3. #맞춤형건강관리 #웰니스
잘 먹고 잘사는 것의 중요성, 헬스케어
헬스케어 분야는 올해 CES에서도 핵심 키워드로 자리했습니다. 개인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관리하는 것뿐 아니라 수면과 휴식, 영양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 분야도 고도화되고 있는데요.
국내에선 헬스케어 기업 ‘텐마인즈’의 스마트 베개 ‘모션슬립’이 최고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코골이를 완화해 주는 움직이는 베개 ‘모션 필로우’와 웨어러블 기기 ‘모션링’을 결합한 수면 솔루션으로 이목을 끌었는데요. AI 모션 시스템이 코 고는 소리를 감지하면 베개에 내장된 에어백이 늘어나 기도를 확보하며 코골이를 줄여줍니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셀피만 촬영해도 나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30초간 얼굴을 스캔해 혈압, 심장 박동수, 피부 나이 등 각종 건강정보를 알려주는 ‘매직미러’ 이야깁니다. 최고 혁신상을 받은 해당 제품은 캐나다의 스타트업 ‘누라노직스’의 제품으로, 혈류 정보를 수집해 정신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우울증 위험까지 알아낼 수 있어 ‘셀프 진단’ 기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마트 기기 시장의 강자, ‘가민’의 활약도 눈부셨는데요. 웰니스 스마트 워치 ‘베뉴3’는 최고 혁신상을 포함해 2개 부문을 추가 수상했습니다. 맞춤형 수면 코치, 낮잠 감지 기능, 명상 가이드 등 다양한 스마트 기능은 물론 휠체어 유저를 위한 맞춤형 건강 정보 및 피트니스 기능을 제공하며 접근성 부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Keyword 4. #미래먹거리산업 #주방의변화
식품과 기술의 혁신적인 만남, 푸드테크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식량안보·환경보호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CES 2024 현장에서는 푸드테크 관련 기술이 주요하게 다뤄졌는데요. 다양한 식품 산업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혁신 기술이 접목되며 더욱 편리해진 일상을 제시했습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배낭. 펼쳐보니 오븐으로 변신합니다. 일본의 섬유 회사 ‘윌텍스’가 공개한 세계 최초의 웨어러블 오븐, ‘월쿡’인데요. 등산객이나 야영객 뿐만 아니라 이동 중 요리를 하고 싶은 사용자들을 겨냥해 만들어 졌습니다. 5초 만에 최대 열에 도달하는 것은 물론, 전체 무게는 300g도 채 되지 않아 바쁜 현대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캐나다의 ‘SJW 로보틱스’는 자동 레스토랑인 ‘로웍’으로 최고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로웍에 야채, 고기, 면 등 식재료 정량을 투입하면 조리가 시작되는데요. 1시간 내 최대 60인분의 식사 준비가 가능하도록 성능을 구현했습니다. 식사 준비 전 과정을 무인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바퀴를 탑재해 이동도 자유롭습니다.
기술 스타트업 ‘콜드스냅’은 집에서 2분 만에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는 첨단 기기를 선보였습니다. 캐러멜, 커피 등 맛을 선택한 다음 해당 캡슐을 기계에 넣으면 QR코드를 스캔해 2분 만에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스 라테나 단백질 쉐이크도 빠르게 만들 수 있어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Keyword 5. #착한기술의시대 #녹색전환
모두가 함께 만드는 지구, 지속가능성 테크
지속가능성 테크는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구하는 글로벌 노력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지구의 자원을 보존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전 세계 공동의 미션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인 솔루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막과 가뭄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식량을 재배할 수 있는 ‘미드바’의 ‘에어 팜’은 공기 중 수분을 물로 바꿔 실시간으로 물을 자체 생산하는 장치입니다. 최고 혁신상을 받은 해당 장치는 향후 기후 변화로 농업 생산이 어려운 사막 지역 등에 지속 가능 농업 솔루션을 제공, 식량 생산량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태양 전지판을 사용해 전력을 공급하거나 비상 발전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잭커리’의 태양광 발전기 ‘솔라 마즈봇’도 태양광 발전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인데요. 자율 주행 및 햇빛 추적 기능을 바탕으로,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빛이 강한 지역을 판단해 이동함으로써 태양광 발전 및 충전 효율을 높여줍니다.
‘보쉬’는 도로와 가정에서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위해 솔루션의 전기화를 추진하는 기업입니다. 이번 CES 2024에서는 ‘자동 발렛 충전’을 선보여 최고 혁신상을 받았는데요. 자동 발렛 주차 시스템을 통해 전기차는 충전 공간이 있는 주차 공간까지 스스로 주행합니다. 이후 스마트폰의 버튼을 누르면 사람의 개입 없이 로봇이 배터리를 충전하는 식인데요. 충전이 완료되면 차량은 다른 주차 공간으로 무인 기동해 다음 차량을 위한 빈 공간을 남겨둘 수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돌아온 CES 2024. 세계 각국의 기업 및 산업 관계자가 모여 함께 만들어 나갈 미래를 논의하고, 교류하는 커다란 축제의 자리였는데요. IT와 가전을 넘어 자동차, 농업, 식품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에 걸친 첨단 미래 기술을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CES 2024에서 직접 살펴본 내용을 전달해드릴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