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혁신기술의 주목, 다양한 영역에서의 ‘AI기술과 지속 가능성’을 목격하다
AIoT(AI of Things·사물인공지능). 어디에나 인터넷이 있다는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에 AI를 결합해 2018년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가 만든 단어다. 지난 몇 년 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1월 9~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는 이 단어를 제대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국내·외 언론은 CES 개막을 앞두고 ‘인공지능(AI) 쓰나미를 준비하라’, ‘모든 면에서 AI의 해’라는 말로 올 CES에서 AI의 부상을 예고했고, 실제 현장에서도 TV와 가전, 스마트폰, 자동차, 로봇은 물론 농기계, 중장비, 화장품 등 과거에는 AI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던 업종·제품들에 AI가 파고드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우리 생활 곳곳으로 파고드는 AI
AI가 CES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2017년, CES가 열리던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곳곳에선 “하이(Hi), 알렉사”라는 소리가 들렸다. 미국 포드, 독일 폴크스바겐 등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국내 LG전자와 코웨이, 미국 월풀, 중국의 하이얼과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아마존의 AI 알렉사를 탑재하며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해 기조연설에 초대됐던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는 “세계 최대 테크쇼(CES)에 AI가 등장했다”며 AI의 출현을 평가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당시 ‘첨단 기기’였던 AI 스피커는 모닝콜과 날씨 정보 알림용으로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고, 당시만 해도 낯선 테크기업 엔비디아는 이젠 시가총액에서 메타(옛 페이스북), 버크셔해서웨이, 테슬라를 넘어섰다.
그 같은 변화만큼이나 올해 CES에선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속속 파고드는 모습이 목격됐다. 화장품 기업 최초로 CES 기조연설에 나선 로레알은 뷰티테크 기업을 내세우며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AI 엔진 ‘뷰티 지니어스’를 소개했고, 지난해 CES에서 기조연설과 함께 자율주행 파종기를 선보여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던 존디어는 올해는 AI를 강화한 자율주행 트랙터로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존디어 관계자는 “자율주행 트랙터에서 소프트웨어 도구로까지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며 “농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줄이면서도 생산량을 늘리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월마트도 복잡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가 제품과 브랜드를 몰라도 형태로 물건을 고를 수 있는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를 내놨고, 한 국내 스타트업은 AI를 적용해 코골이를 줄여주는 베개를 내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일찌감치 AI 스피커가 적용되기 시작했던 자동차는 이제 운전을 제외한 조작 대부분을 음성으로 작동시킬 수 있을 만큼 발달한 모습을 보였다.
ESG, 기후 대응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ESG(환경·사회·지배 구조)는 올 CES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일 만큼 여전히 주요하게 다뤄졌다. AI처럼 올해 유독 관심이 쏠린 주제는 아니었어도 친환경 수소, 태양광, 풍력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 자원은 CES에 참여한 기업이라면 기본적으로 다뤄야 하는 주제였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지속가능성은 언제나 인기 있는 주제’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과거 TV, 오디오 등 가전제품, 최근 들어선 전기차 배터리로 유명한 파나소닉은 ‘지속 가능 에너지’에만 초점을 맞춘 전시 섹션을 따로 마련했다. 별도 섹션에는 전기차 솔루션, 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 V2H 배터리 시스템, 풍력-수소 발전 시스템 등이 소개됐다. 또 다른 일본 업체인 미쓰비시일렉트릭은 전체 전시의 주제를 ‘지속가능한 스마트한 사회’로 잡고, 히트펌프, 스마트 빌딩, 전기모터사이클용 반도체 등을 부스 곳곳에 전시했다. 부스 한쪽에는 관람객들에게 폐플라스틱이 재사용·재활용되는 순환 경제를 보여주는 코너도 마련했다.
튀르키예 전기차 업체인 토그는 모빌리티 기업들이 모여 있는 웨스트홀에서 인상적인 나무 조형물을 중심으로 전시장을 꾸며 눈길을 끌었다. 3M은 ‘디스 이즈 투모로우’라는 주제 아래 종이 완충재와 같은 지속가능소재는 물론 아니라 탄소 포집, 식량 안보, 친환경 에너지 등의 기술을 소개했다. 미국 보트업체 브룬스윅도 전기모터를 적용한 중소형 보트를 선보이며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지드래곤, 잇섭 등도 찾은 CES
올해 CES에는 빅뱅의 지드래곤이 현장을 찾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드래곤은 “어떤 기술에 관심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 관심 있다. AI를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IT 인플루언서인 잇섭도 전시장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한국 기업이 없으면 CES는 망할 것’, ‘한국만 유독 CES에 열광한다’는 말과 같이 국내에서 CES에 대한 관심이 과열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그만큼 국내 여러 영역에서 글로벌 IT 기술 트렌드를 쫓으려는 노력을 느낄 수도 있었다.
(글 – 조재희 조선일보 기자)
#Part2. 혁신기술의 무장, CES 스타트업 전문 전시장 ‘유레카 파크’도 주목해야
지난 9일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IT·가전 박람회인 ‘CES 2024’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는 물리적으로 몇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IT·가전 박람회인만큼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중심인 센트럴에 모여 있다. 자동차 등 모빌리티 회사들은 웨스트홀에 부스를 꾸렸다. 절반가량인 센트럴에서 웨스트홀까지도 굉장히 멀다. 기자가 왕복해 봤더니 2만 보 정도 됐다. 이 사이에 셔틀버스도 운행할 정도다.
휘황찬란한 전시관만 보인다. 하지만 웨스트 홀과 센트럴, 센트럴과 이스트 홀 사이에 비밀 통로가 있다. 비밀이라기도 뭣하지만, 일반 전시회를 보러 온 참관객들은 잘 알지 못한다. 두 곳 사이를 걷다 보면 갑자기 인파가 크게 줄어드는 공간이다. 실제 비즈니스는 여기서 이뤄진다. 글로벌 기업들이 새 기술을 뽐내고 제품을 늘어놓은 전시관은 보여주기에 가깝고, 이 통로에 주욱 늘어선 작은 회의실에선 기업들이 실제 고객과 미팅을 하며 주문을 받고 있다. 실제로 센트럴과 웨스트홀 사이의 복도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입도선매한 수십 개가 있었다. 여기엔 후드티와 청바지가 아닌, 포마드기름을 바른 머리에 슈트를 입은 중년들의 발길이 행사 기간 내내 끊임없이 이어졌다.
CES에 참가하는 한국 기업은 이제 너무 많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기업이 부스를 꾸리고 참가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글로벌 톱 수준의 한국 기업들은 전시회도 화려하게 꾸렸다. 문제는 그 다음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도 뒤질세라 삼성과 현대차처럼 전시관을 더 넓게 확보하고, 눈길을 끄는 요소들로 장식해 참관객을 맞았다. 1년 전부터 준비했을 것이다. 해당 기업 CEO가 온다고 하니 그 정성은 몇 배는 더 들였을 것이다. 여기에 참관객 수를 나중에 집계해 언론에 알리고 “성공했다”라고 보고하고 자축하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고 CES에 참가한 목적은 홍보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CES의 참관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고 주목을 받아 고객을 확보하며 매출로 나타나는 게 궁극적인 목적일 것인데, 삼성과 현대차를 좇느라 정작 비즈니스엔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CES 취재 기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들도 조금은 이제 달리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찾는 글로벌 대기업 부스 방문 위주에서 진짜 혁신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을 찾는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흙 속에 진주를 먼저 찾아 투자를 하면서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CES가 언론의 주목을 받는 LVCC에서만 열리는 건 아니다. LVCC에서 3km 떨어진 베네시안 엑스포에서도 CES가 펼쳐진다. 여기엔 LVCC의 비싼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이 따로 몰려 있다. 아직 유명한 회사는 없지만, 미래 유명한 회사들이 자리한 곳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피자 냄새가 진동했다. 스타트업 창업자와 직원들이 끼니를 피자로 때우는 것이다. 함께 동행한 실리콘밸리의 한 엔지니어는 “CES 초창기 모습이 이러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부스를 차려 놓은 곳의 이름도 ‘유레카 파크’다.
이곳을 찾은 글로벌 빅 테크 CEO도 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지난 10일 유레카 파크를 찾았다. 자신들의 사업에 접목시키거나 일찌감치 투자할 재목을 미리 보자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곳을 찾은 CEO는 많지 않았다.
내기 당구를 하면 돈은 누가 따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4시간의 혈투 끝에 내가 이긴다고 해도 정작 돈을 따는 건 100% 당구장 주인이다. CES란 장을 만들어 놓고 기업들을 비싼 비용으로 모두 불러들인 뒤 평상시의 몇 배나 되는 호텔비와 항공료를 지불하게 하고, CES에 머무르는 일주일 동안 비싼 음식값과 우버비를 챙기는 것은 정작 미국이다. 향후에는 한국 기업들이 CES 전략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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