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 즐기자!”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영화 5편’ 추천

GS칼텍스 -

언제 코로나19가 있었냐는 듯, 명절 가족 모임의 풍경이 다시 익숙해지고 있다. 온 가족이 TV 앞에 둘러앉아서 보기에 영화만 한 게 없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와 쉬면서 맘 편히 영화를 보는 일만큼 행복한 게 또 없다. 이번 추석 연휴가 모두에게 긴 휴식과 기쁨을 가져다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 5편을 골랐다.

<엘리멘탈>, 우리들의 케미스트리(Chemistry)

“온 가족이 함께 즐기자!”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영화 5편’ 추천
(출처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보통 잘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을 가리켜 물과 기름처럼, 아니면 물과 불처럼 섞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이 관용구를 그대로 시각화하는 동시에, 말을 반대로 뒤집듯 물과 불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불, 흙, 물, 공기 4가지 원소들로 이루어진 ‘엘리멘트 시티’에서 화(火)가 많은 ‘앰버’와 눈물(水) 많은 ‘웨이드’는 운명을 거스르며 사랑에 빠진다.
<엘리멘탈>이 가진 매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를 뛰어난 시각디자인으로 표현하면서 빛나는 유머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사랑만큼 흡인력 강한 이야기 소재가 또 있을까? 주인공 앰버와 웨이드는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세상의 금기를 깨고, 설렘과 떨림 가득한 사랑을 펼쳐 나간다. 이 과정에선 부모님과의 갈등도 빠지지 않는 법. 부모님의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소중한 사랑과 꿈을 좇는 앰버의 독립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우리 자신, 또는 주변의 이야기를 만난 것처럼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타오르는 불의 환한 빛, 그런 불빛을 은은하게 비추는 물의 일렁임은 앰버와 웨이드의 사랑을 시각적으로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든다.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애니메이션답게 다채로운 색상으로 가득한 엘리멘트 시티 안에서, 서로 다른 두 우주가 만나 새로운 우주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화려한 비주얼로 감상하는 건 무척 즐거운 경험이다. 결코 닿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앰버와 웨이드가 서로의 손을 잡는 장면은 특히나 색다르고 각별하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자!”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영화 5편’ 추천
(출처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야기 비중이 앰버에게 기울어져 있다면, 유머는 웨이드 담당이다. 요즘 말로 상당히 ‘킹받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하는 웨이드는 영화 곳곳에서 큰 웃음을 준다. 그의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등장하는 스펀지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러면서도 앰버를 향한 감동적인 멘트로 촉촉한 로맨틱 모멘트를 만들어 낸다. 남주인공이 얼간이인 줄 알았더니 찐한 로맨티스트였던 것에 대해 안심하는 관객들이 꽤 있었다.
<엘리멘탈>은 이야기와 캐릭터 모두를 섬세하게 다룬 피터 손(Peter Sohn) 감독의 세공술이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이다. 개봉 당시 이 영화의 흥행을 점친 사람들이 드물었지만 720만 명이라는 많은 관객이 찾아 크게 성공했다.

<전우치>, 온 가족 모이는 명절에 제격인 한국영화

“온 가족이 함께 즐기자!”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영화 5편’ 추천
(출처 : CJ ENM)
예로부터 사람들은 고된 세상살이에서의 설움을 이야기에 담아 풀곤 했다. 그 덕에 수많은 영웅담과 전설이 말과 글로 전해졌다. 수백 년 전 조선에서는 일개 백성이 도술을 부려 왕을 골탕먹였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탄생했다. 교과서에도 삽입되어 널리 읽힌 ‘전우치’ 설화다. 이 설화가 타고난 이야기꾼인 최동훈 감독의 손을 거쳐 한국형 판타지 영화로 재탄생했다.
최동훈 감독의 대표작으로 천만 영화 <암살>, 여태 명대사가 회자되는 <타짜>를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전우치>는 자주 언급되는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전우치>가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부담 없이 흥겹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다. 특유의 경쾌한 분위기와 코믹함, 엉뚱하고 잔망스러운 캐릭터들의 앙상블이 관객들을 홀린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자!”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영화 5편’ 추천
(출처 : CJ ENM)
능청스럽다 못해 뻔뻔한 주인공 전우치(강동원 분)는 영웅보다는 악동에 가까운 인물이다. “출신이 미천하다”는 ‘초랭이’(유해진 분)는 전우치 곁에서 이리저리 모습을 바꾸며 환상의 콤비를 이룬다. 전설의 피리를 놓고 전우치와 대립각을 세우는 ‘화담’(김윤석 분)과 두 사람 사이를 줄타기하는 세 명의 신선들도 있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경’(임수정 분)과 철없는 여배우(염정아 분)까지, 500년 전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들이 합을 맞춘다.
당대의 초호화 출연진들이 최동훈 감독의 위트 넘치는 대사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자막 기능을 켜고 보면 더 좋다). 그럼에도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지며 전우치가 왕을 농락하는 오프닝 장면, 요괴들과의 액션신, 어물쩍 현대로 넘어와 이어지는 카체이싱 액션 등 볼거리가 많다. 전우치를 연기한 강동원은 물론, 명품배우 유해진과 특별출연한 염정아는 영화 내내 특별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패딩턴>&<패딩턴 2>, 이토록 순수하고 무해한 존재

“온 가족이 함께 즐기자!”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영화 5편’ 추천
(출처 : 누리픽쳐스)
평일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라면 최대 6일을 쉴 수 있는 이번 추석 연휴는 그동안 보고 싶었던 시리즈물을 정주행 하기 좋은 시기다. 이미 많이 알려졌거나 최근 떠오르는 시리즈 작품들도 많겠지만, 이번 콘텐츠에서 시리즈로 추천하려는 작품은 <패딩턴>과 <패딩턴 2>이다. 헌데 포스터만 보면 연말연시마다 영미권 국가에서 물 건너오는 흔한 가족영화처럼 보여 ‘…재밌을까?’라는 걱정이 앞설 수 있다. 그래도 일단 재생 버튼을 눌러 보자. 두 편 합쳐 3시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의외의 행복감을 만끽할지도 모른다.
주인공 ‘패딩턴’은 1958년 처음 출간된 마이클 본드 작가가 쓴 <내 이름은 패딩턴>의 메인 캐릭터이다. 원작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되었다. 1편은 말하는 곰 패딩턴이 런던으로 건너와 ‘브라운 가족’과 함께 하는 이야기, 2편은 패딩턴이 루시 숙모 100번째 생일 선물인 런던 팝업북을 구하는 과정이 주된 내용이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자!”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영화 5편’ 추천
(출처 : 누리픽쳐스)
곰이 사는 먼 곳에서 사람들 많은 런던으로 온 패딩턴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다. 칫솔은 어디를 씻는 도구인지 몰라 일단 간지러운 귀에 집어넣는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왜 이렇게 무서운지. 너무도 순수한 나머지 본의 아니게 사고를 치고, 사고는 사고를 불러 스케일이 커진다. 무언가 일이 터질수록 브라운 가족은 자신과 멀어지는 것 같다.
사고를 수습하는 브라운 가족은 어쩌나 싶다가도, 사실 패딩턴이 사고를 치면 보는 이들이 즐겁다. 순수하고 무해한 패딩턴이라 일련의 소동극도 그럴 수 있어 보인다. 일상적인 에피소드 속에도 치밀하게 구성된 장면들이 많아 예상외의 폭소가 터진다. 2편은 1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1편에서 보여준 캐릭터 구성을 이어 가면서도 조금 더 매력적인 악당이 등장한다. 감동과 웃음 포인트는 더 늘었다. 영화가 끝나면 패딩턴이 있는 런던에 가거나, 패딩턴이 좋아하는 마멀레이드 잼을 만들어 먹고 싶을지도 모른다.

<남매의 여름밤>, 지나온 시간, 떠나간 사람들을 그리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기자!”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영화 5편’ 추천
(출처 : 오누필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옥주는 이혼한 아빠, 남동생 동주와 함께 할아버지네 2층 양옥집으로 이사를 간다. 고모부와 다툰 고모가 은근슬쩍 합세한다. 어지러운 사춘기 시절의 여름방학을 그곳에서 보내게 된다. 아빠는 쌍꺼풀 수술비를 지원해주지 않고, 개구쟁이 동주는 말을 듣지 않고, 할아버지는 말이 없다. 삶은 도통 옥주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누군가 그런 순간을 경험한 적 있을 것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른 ‘그 때 그 노래’의 가사처럼 “달랑 한 곡 들었을 뿐인데도 그 많고 많았던 밤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는 순간. 영화 <라따뚜이>에서 까다로운 음식비평가 ‘이고르’가 주인공이 만든 프랑스 요리 라따뚜이(Ratatouille)를 맛보고 단숨에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그런 순간을.
“온 가족이 함께 즐기자!”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영화 5편’ 추천
(출처 : 오누필름, 그린나래미디어㈜)
<남매의 여름밤>도 그렇다.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게 하고, 그때의 감각을 다시금 되살리는 영화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네 집 텃밭에서 방울토마토를 따면서 맡았던 냄새, 남매끼리 별것 아닌 일로 다투다 부모님께 혼나던 기억, 잠시 머물던 그 집에서 들었던 매미 소리, 할아버지가 덮고 자던 이불의 촉감까지. 결코 돌아갈 수 없고 다시는 느낄 수 없는 감각임을 알기에 더욱 애잔한 상태가 된다.
<남매의 여름밤>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2층 양옥집, 그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살았던 공간을 카메라가 마치 주인공 바라보듯 오래 훑고 사실감을 더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자연스레 각자의 공간을 떠올리지 않을까. 영화가 준 감흥을 곱씹다 보면 그때 그 순간들이, 이제는 떠나간 사람들이 마음속에 더욱 오래 머물 것이다.
※ 본 글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GS칼텍스의 공식입장은 아닙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자!”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영화 5편' 추천 | profile 이상헌

이상헌 - 영화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철학과 언론홍보학을 공부하고, 영화계에서 홍보 담당자로 일했다.
동아사이언스, 한국조폐공사 사보에 영화를 주제로 글을 연재했다.
영화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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