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소리’는 애초에 꺼내기도 힘들지만, 제대로 하는 건 더 어렵습니다. 어차피 해야만 한다면 최대한 잘해야 하지 않을까요?
누구나 싫은 소리는 하기 싫다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입니다.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미움을 받을 수 있는 일을 누가 하고 싶을까요? 그러나 유독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상황, 위치, 타이밍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싫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불편합니다” 등 자신이 느끼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상대에게 알리는 것도 하나의 능력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훈련을 받지 못했고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 상황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나만 모른 척하면 원만하게 넘어갈 수 있다고 여기다 보면 나를 괴롭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영영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상대에게 감정이입을 지나치게 많이 한다는 것! ‘역지사지’의 역효과인 셈입니다. 상대를 무척 배려하는 ‘착한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상대가 나의 충고를 진짜 충고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이 아닐 거라는 지레짐작 때문입니다. ‘싫은 소리’를 잘하라는 것은 참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라는 의미가 아니며, 갈등의 순간이 올 것을 지레 겁먹지 말고, 나와 상대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자는 것입니다.
상대에 맞게 ‘싫은 소리’ 잘하기
Case 1. 잦은 지각과 거짓말을 일삼는 후배
업무의 양이 너무 많지는 않은지, 여자친구와는 잘 지내고 있는지 등의 근황을 물어보다 분위기가 잡혔을 때쯤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가 지켜보니 2주에 한 번꼴로 지각을 하고 있어. 팀원들의 근무 태도를 관리하는 것도 내 일이기 때문에 그걸 모른 척하고 지나갈 수는 없어. 무엇보다 윗분들이 A 씨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걸려. 내 팀원이 이런 문제로 약점 잡히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러니 당분간 조심했으면 하는데, 할 수 있겠어?” 그의 출근시간은 눈에 띄게 앞당겨졌다.
Case 2. 눈치 없는 후배
회사 후배 B의 근무태도는 성실하지만, 그의 가장 큰 문제는 눈치가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사담이라도 상사가 이야기하는데 핸드폰만 보고 있거나 건물에 들어갈 때 누군가 문을 열면 홀랑 먼저 들어가는 식이다. B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그가 평소처럼 핸드폰을 들며 딴짓을 하려는 찰나에 말했다. “B 씨는 집이 멀어서 출퇴근하기 힘들 텐데 지각 한 번을 안 하네. 대단한 것 같아”라며 칭찬을 한 후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상사와 있을 때, 많이 바쁜 일이 아니면 대화에 집중해줬으면 좋겠어. 특히 팀장님이랑 같이 식사할 때는 듣는 척이라도 해. B씨가 그러는 걸 오해하실 수도 있고. 팀장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B 씨가 묵묵하게 일 잘한다고 대견해하고 있어.” 누구나 칭찬을 들으면 귀가 쫑긋해지는 법, 그는 조금씩 미생 티를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상사에게 ‘건방진 말’ 아닌 직언하기
Case 1. 공동 야근을 강요하는 상사
일 잘하는 후배 C는 늘 시키는 것에 비해 1.5배는 더 해내는 유능한 사원이다. 평소 싹싹한 성격의 C는 D과장이 업무 시간에 딴짓하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D과장이 미룬 일을 모두 하느라 일주일을 넘게 야근을 하던 C는 드디어 일을 다 끝낸 덕분에 당분간 칼퇴근을 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퇴근하기 위해 가방을 챙기는 C에게 D과장이 한마디 했다. “와, 선배가 일하느라 야근하는데 후배는 집에 가네?” 뼈있는 이 한마디에 C가 말했다. “과장님이 계속 미루다가 결국 제게 넘기신 부분은 다 해서 과장님께 드렸잖아요.” 웃으며 공손하게 말하는 C에게 D과장은 아무말을 하지 못했다.
Case 2. 터무니없이 일을 많이 주는 상사
팀을 옮긴 지 이제 겨우 6개월, 상사 E는 엄청난 양의 업무를 맡겼다. 처음엔 나도 그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과 ‘그만큼 상사가 나를 믿는 것이겠지’라는 자신감으로 어떻게든 일을 해치우려 노력했다. 열흘이 넘게 주말 없이 야근하며 버텼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너무 지쳐 결국 면담자리를 만들어 말했다. “첫 미션이라 뭔가 보여드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큽니다. 게다가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고 모두 급한 일인 것 같아서 조바심이 많이 나기도 합니다. 저를 믿고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동료에게 ‘잘난 척’ 아닌 충고하기
Case 1. 막말 하는 동료
동기 F는 농담이라며 하는 말이 선을 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에는 급기야 야근이 잦아 지친 나에게 “요즘 너 꼴이 말이 아니다. 뭔가 없어 보이고. 너 관리해야 돼”라고 놀려댔다. 다른 동기들과 함께 있는 그 자리에서는 “너나 잘해!”라고 웃으며 넘어갔지만 얼마 뒤, F에게 커피 한잔을 하자고 불렀다. “F야, 나 아까 표정 관리하느라 혼났어. 그렇게 사람들 많은 데서 내 외모 지적하는 거 기분 나빠. 다시는 안 그랬으면 좋겠어. ” 수다스러웠던 F는 내가 있으면 말수를 줄였다.
Case 2. 공사 구분 없는 동기
동기 G는 사적인 친분을 이용해 무리하게 일 협조를 요청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다른 팀에 말해야 될 것을 나와 친하다는 이유로 나를 통해 해결하려는 속셈이 눈에 보이고는 했다. 그가 부탁한 곤란한 일을 미루다가 “우리 팀장님이 그 건은 결재가 힘들 것 같다고 하셔. 도와주고 싶지만 어려울 것 같아. 미안”이라고 거절한다. G의 일방적인 감정 토로를 무시하고, 부탁을 거절하니 관계가 조금 멀어지긴 했지만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싫은 소리’ 잘하는 비법
Set 1. 어차피 할 말이라면 신속하게 한다
상사가 너무 많은 업무를 맡겼는데 꿀 먹은 벙어리처럼 일을 안고만 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최대한 신속하게 상사에게 이러저러한 여건상 이 일은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명료하게 전달하는 편이 모두를 위해 좋습니다.
Set 2. 자기 검열을 하지 않는다
내 감정을 전달했을 때, 상대가 어떤 반응이고, 어떤 감정을 느낄지는 온전히 상대의 몫입니다. 중요한 건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이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상대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Set 3. 사람들에게 대가 없는 호의를 자주 베푼다
상대가 부탁하지 않은 일도 먼저 나서서 도와주세요. 나는 ‘당신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서로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합니다.
Set 4. 상대의 행동을 데이터화한다
상대의 반복적인 행동을 데이터화해 내가 느낀 감정과 결론을 전달합니다. 그러면 나의 싫은 소리도 신빙성 있게 들립니다.
Set 5. ‘당신을 도울 수 있게 저를 도와주세요’ 라는 자세를 지킨다
내가 상대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이유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이고, 관계를 더욱 좋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걸 잊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좋은 얘기만 오갈 수 없는 우리의 회사생활. ‘싫은 소리’ 잘하는 법으로 더욱 원만한 회사생활을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