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삶과 직장 생활 간의 균형을 추구하는 조용한 사직이 MZ 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조직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나의 생각, 나의 커리어, 나의 삶을 공동체의 목표보다 더 중요시하는 세대가 주류가 되어가는 시대에 부서의 친목을 도모한다며 회식을 계획하거나, 연중 몇 번 형식적으로 개별적인 식사 제안을 하는 것은 친밀도를 높이는 효과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성사되는 것 자체도 어려워졌다. 이러한 소통의 시도와 실패가 반복되다 보면 대부분의 리더는 의기소침해져서 구성원과 마주치는 것 자체를 피하고, 의례적인 업무대화에 한정하여 이야기를 나누려는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리더와 구성원과의 대화가 줄다 보면 자연스레 관계가 소원해지고, 구성원에 대한 리더의 영향력은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통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다 보면 리더들에게서 자주 듣는 피드백이 바로 일할 때 구성원과 대화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리더들이 하는 큰 착각 중 하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혹은 구성원과 소통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구성원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반드시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화를 얼마나 오래 하는지가 소통의 질을 결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면 오해가 생기거나 불필요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어 적정한 선에서 끝내는 편이 낫다.
구성원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소통 방법의 하나로 소소한 잡담을 들 수 있다. 너무 일상적이고 익숙해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사 내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식으로 소소한 잡담을 한다.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최근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원의 72%는 직장에서 동료들과 주말 계획이나 날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44%는 스포츠, 36%는 프라임 타임 TV 등 업무와 무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특히 회의나 면담 전후, 또는 역할 전환 시 나누는 가벼운 대화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본격적인 업무 대화가 더 우호적이고 덜 논쟁적으로 흐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외 여러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도 직장 내 소소한 대화는 조직 생활의 윤활유처럼 퇴근 시 느끼는 웰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BUT, 소소한 잡담이 늘 긍정적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다
물론 소소한 잡담이 늘 좋은 결과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소소한 잡담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회사 내에서 대화하면 사람들과의 관계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당연히 업무 진행에는 방해가 된다. 이에 럿거스대, 캘리포니아대, 캔자스대,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소소한 잡담이 조직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보다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하였고, 소소한 잡담의 활용에 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제시하였다.
연구에 의하면 일반적인 상식과 믿음과 마찬가지로 업무 시간 내의 잡담은 업무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고 집중력을 저하해 업무 진행을 더디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람들 간의 결속감을 강화해 긍정적인 사회적 감정을 느끼게 하고 업무 종료 시점에서 과몰입 상태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연결감을 느끼는 상대에게 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기에, 소소한 잡담은 조직의 성과를 위해 정해진 업무 외에도 동료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등 조직시민행동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담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는 조건에 관한 추가적인 분석 결과, 개인의 자기감시성향(Self-monitoring tendency)이 높을 때 소소한 대화의 부정적 영향이 약화됨을 발견했다. 즉, 리더가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생각, 행동, 감정을 주의 깊게 살피고 상황적 단서와 규범에 세심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할 때 소소한 잡담은 친밀감과 긍정적 사회적 감정의 형성에 도움이 됨을 의미한다.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지금까지 직장 내에서 용납되는 의미 있는 대화란 업무의 완수나 구성원 간의 합의 도출에 필요한 조언, 정보교환, 피드백, 사회적 지지 등 서로의 입장을 묻고 확인하고, 합의를 하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솔루션을 발굴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대화 주제부터 막힌다. 평소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거나 해당 구성원과 공유할 공통의 경험이나 이야깃거리가 많지 않은 한 늘 무슨 말을 할 지 부담이 된다. 이에 소소한 잡담을 구성원과의 친밀도를 향상시키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활용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제안한다.
출퇴근, 회의 시작 전후, 과업이나 역할 전환 등과 같은 상황은 소소한 잡담의 효과를 즉각적으로 느끼기에 가장 적합하다. 간단한 대화를 나눈 후 업무를 시작하거나 회의를 시작하면 그 이후에 이어지는 업무나 회의는 훨씬 더 협조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에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면 공감 받고 존중받는 기분이 든다. 평소 나누는 대화들을 흘려보내지 말고 개인적인 사정, 최근 관심사, 중요한 내용들을 메모하거나 머릿속에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번 스몰토크에서 대화의 주제로 간단히 나누어 보는 것도 좋다. 일례로, 한 CEO는 바이어가 축구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아 놓고 협상 전에 축구에 관한 주제로 스몰토크를 나눈 후, 성공적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준 적이 있다.
소통은 기술이라기보다는 일상이다. 구성원들의 얼굴이 힘들어 보이거나, 고민스러워 보이거나, 유난히 밝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꾸었거나 하는 등의 변화를 눈치채는 경우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힘들어 보이네요” “헤어스타일 바꾸셨네요”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등과 같이 상대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모습이나 변화에 대해 언급하면 상대는 개인적인 관심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되어 친밀감이나 신뢰감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언급은 상대의 마음을 열어주는 효과가 있어서 더 깊은 대화를 할 때도 도움이 된다.
소소한 잡담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다가 긴 대화로 마무리되는 경우다. 대화가 목적 없이 흘러가지 않으려면 짧은 시간이라도 상대의 반응을 조심스레 살피고 적절한 리액션을 하며 상대와의 교감을 형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정해 놓은 시간(2-3분) 내에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많은 리더십 변화 노력이 실패하는 이유는 지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소소한 잡담 몇 번 했다고 해서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 갑자기 친밀감이 형성되거나 업무 효율이 올라가지 않는다. 얼굴을 마주치면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한마디라도 건네는 것이 일상이 될 때 소소한 잡담의 긍정적 효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소통은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한 행위
지금까지 구성원과의 관계가 서먹하거나 만족스럽지 않다면 회의나 업무 전후, 휴식 시간에 소소한 잡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친밀감과 신뢰감을 쌓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상호 연대감이나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해 궁극적으로 중요한 업무 대화나 활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소통은 일상이며 의도적인 행위이다. 소소한 잡담을 한다는 것은 동료나 구성원을 마주했을 때 피하거나 모른척하는 대신 한마디 건네고, 상대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피고, 다음 대화를 위해 상대의 관심사를 기억하는 일련의 노력을 행하는 것임을 기억하자.
김명희 - 인피니티 코칭 대표, 고려대학교 겸임 교수
뮌헨대학에서 심리학 학사, 동대학원 산업 및 조직심리학 석사를 취득한 후, 고려대학에서 경영학박사를 취득했다. 기업체, 연구소, 대학에서 조직과 리더십에 관한 연구와 강의, 실무적 경험을 쌓은 후, 현재는 비즈니스 코치이자 교수로 활동하며 각계 각층의 리더들을 도와 조직의 다양한 이슈를 해결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주요 관심사는 코칭, 리더십, 인게이지먼트, 성과관리, 다양성관리, 조직변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