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한정된 자원인 시간, 가진 것으로 부를 과시하던 ‘소유 경제’에서 여행, 맛집 등의 직접 경험하고 인증샷으로 자랑하는 ‘경험 경제’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더 중요한 자원이 됐습니다. 최근 시간에 높은 가치를 매기고,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인 ‘분초 사회’가 주목받고 있는 것인데요. 실제로 남들보다 많은 것을 흡수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는 모습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목적지에 1분 1초라도 일찍 도착하기 위해 최단 경로를 찾아보고, 배달을 시킬 땐 음식 도착까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분 단위로 체크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는 반차를 넘어 ‘반반차’ 또는 ‘반반반차’를 도입하며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드라마 정주행보단 요약 영상을 찾아보거나, 영상 속도를 높여 시청하는 배속 시청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시간을 관리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관리하지 못한다”고 강조합니다. 모두가 분초(分秒)를 다투며 살게 된 만큼 시간 관리는 어느때 보다 필요한 상황입니다. 시간 관리가 필요한 이유와 함께 실제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단계별로 정리합니다.
“바쁜 현대 사회 속, 목표를 달성하려면?” 시간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
시간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기 때문인데요. 시간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목표를 세우고 시간을 관리하는 행동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스타일이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현대인에게 시간 관리는 운명과도 같습니다.
특히 일을 하는 과정에선 시간 관리가 더욱 중요합니다. 날이 갈수록 고객들의 수준은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할 일도 늘어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퀄리티 높은 영화를 본 관객은 그 이상의 작품 수준을 기대하는 사람이 됩니다. 영화감독은 수준이 높아진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흥행에서 실패하게 되겠죠.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의 본질은 언제나 고객 만족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일하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필요하다고 해서 살 수도 없고, 빌릴 수도 없습니다. 시간에 대한 수요가 많아도 공급이 늘 리 없고 다른 일에서 남는 시간을 저장할 수도 없는데요. 이처럼 시간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이며, 한정적 시간 안에서 점점 높아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시간 관리’입니다.
“기록하고, 제거하고, 집중하라” 시간 관리 방법 3단계
시간 관리 방법은 다양합니다. 최근에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기술들이 성공적인 시간 관리를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바쁜 와중 또 하나의 일이 추가되는 일일 수도 있죠. 지식근로자의 시간 관리를 강조한 피터 드러커는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시간 관리 방법으로 ‘시간 기록하기, 낭비 시간 제거하기, 통합하여 사용하기’의 3단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시간 관리의 첫 번째 단계, 자신의 시간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다수의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와는 다릅니다. 시간 관리는 자신의 시간을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자신의 시간을 아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사용한 시간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록 방법은 간단합니다. ‘오후 11시~ 오전 6시, 수면’과 같은 식인데요. 그렇게 3주일 이상을 기록하면 자신이 무슨 일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쓰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후 기록한 시간을 종합하면 자신이 사용하는 전체적인 시간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시간 관리가 필요한 특정한 시간을 기록하면 됩니다.
시간 기록은 일정 기간의 사실 정보를 모으는 활동이지만, 그 자체로 시간 관리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때그때 시간을 기록하면 다음 할 일을 계속 확인하게 되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시간 관리의 두 번째 단계는 시간 기록을 종합한 내용을 바탕으로 ‘낭비 시간’이라고 판단되는 시간을 확인하고 제거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시간 기록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시간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당장 그 일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시간 기록에서 다른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자기가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적합한 사람이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업무를 조정해야 합니다. 자신의 시간 기록에서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있다면 그일 역시 과감하게 그만두어야 합니다.
시간 관리의 세 번째 단계는 ‘낭비 시간’을 제거함으로써 남는 시간을 통합해 자신에게 중요한 일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지식을 활용해 성과를 내는 지식근로자는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기획서 작성과 같은 질적인 일은 시간을 나누어 쓰는 것보다 일정 시간을 집중할 때 효과적입니다.
결론적으로 ‘시간 관리’는 해야 할 일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에 연속적으로 집중하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이와 함께 일을 하는 과정에서 효율성도 높여야 합니다. 엑셀과 같이 업무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를 활용하면 과거에 비해 수 배에서 수십 배까지 생산성을 높일 수 있죠. 시간 관리의 목적은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활동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시간에 끌려가거나, 시간의 주인이 되거나” 집중의 중요성
업무처리에는 능하지만 중요한 일을 선택하는 일에서는 부족한 사람도 많습니다. 지식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연구한 피터 드러커는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은 시간과 사건들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대신 그것들이 주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의 측근 참모였던 해리 홉킨즈는 큰 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었지만, 국가 비상 상황에서 퇴직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몸 상태로는 하루건너 겨우 몇 시간 정도만 일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의 업무 수행 능력은 뛰어났으며 백악관에서 일하는 누구보다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중요한 일에 집중했기 때문인데요. 당시 영국 수상 처칠은 그를 가리켜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도사’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해리 홉킨즈처럼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행동은 할 일은 많고 시간이 없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으며, 파도처럼 밀려오는 일과 시간에 쫓기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줍니다. 바쁠수록 오히려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은 효과적인 오늘을 만들고 성공하는 인생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요?” 성과를 내는 사람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
성과를 내는 사람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시간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첫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해야 할 일에 필요한 시간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이동 시간을 계획할 때 ‘거기까지 가는데 1시간이면 돼’라고 단언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2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성과를 내는 사람은 특정한 일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필요 이상의 시간을 마련합니다. 또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파악하여 계획을 세웁니다. 흔히 계획대로 일이 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급히 서두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뜻 매우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이지만, 결과적으로 일이 더 늦어지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영화감독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급하게 영화를 찍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영화 작업은 끝이 나겠지만 작품의 질은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와 다르게 성과를 내는 사람은 시간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전래 동화인 ‘토끼와 거북이’에서 달리기가 느린 거북이가 경기에서 우승한 것처럼 일을 잘하는 사람은 편안한 속도로, 그러나 쉬지 않고 나아가 질적인 업무 결과를 만듭니다.
셋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추진합니다. 언뜻 일을 가장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는 일에도 필요한 최소의 시간을 투입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업무 결과를 내지 못합니다. 반면에 성과를 내는 사람은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중요한 것을 먼저 하는 데 에너지를 씁니다. 이 경우 조용히 일하지만, 오히려 많은 일에서 높은 성과를 냅니다.
결론적으로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는 상황에서 성과를 내는 방법은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오늘 가장 중요한 일, 이번 주에 가장 중요한 일, 이번 달에 가장 중요한 일, 이번 해에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그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시간에 쫓기는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 있게 일할 수 있고, 고객으로부터 인정받으며 일하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인생은 한 번뿐입니다. 때문에 필요하지 않은 전투에 출전해 장렬하게 전사하는 결과를 만들 순 없는데요. “안 해도 되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한 피터 드러커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본인의 일과 삶에서 승리하기를 기대합니다.
홍성욱 - 동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선임연구원, 열린교육공학센터 대표를 지냈다.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 원칙 연구를 통해 효과적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역량을 정리하였으며, <바쁠수록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라>, <땡큐! 드러커>, <최고들의 7가지 자기관리법>, <자유롭게 일하는 아빠> 등 책을 출간했다. 현재는 동서울대학교에서 직업인의 자기경영 원칙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