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든 조직 구성원이든 누구나 자신의 업무에서 성공하고 또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는 못한다.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 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필자가 속해있는 한국코치협회는 “모든 사람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라는 코칭 철학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사람들임에도 성공, 실패 또는 절반의 성공과 같이 모두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과연 이 차이는 무엇이 좌우할까? 그것은 어찌 보면 사실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 얼마 전 모회사 임원은 코칭 대화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저는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하면서 계획은 잘 세우는데 세부적인 마무리가 늘 2% 부족해서 결과가 아쉽습니다” 목표는 거창하나 뒷심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처음에 계획한 대로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의 시대 상황과는 다르지만, 고객의 마음을 얻어 성공한 사례로 인사이트가 있어 소개한다. 대만의 왕융칭(王永慶) 포모사 플라스틱 그룹(FPC) 회장은 1932년 16세의 나이로 고향을 떠나 자이라는 곳에서 쌀가게를 열었다. 작은 도시였던 자이에는 이미 30여 개의 쌀가게가 있어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밑천이라고는 200위안이 고작이었던 왕융칭은 행인도 별로 없는 외진 골목 한 귀퉁이에 작은 점포를 세내어 쌀가게를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경쟁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어떤 차별화를 추구했을까? 당시 수확이나 가공 기술이 낙후되어 쌀에 모래와 잔돌이 섞여 있어, 밥을 짓기 전에 항상 쌀을 일어 돌을 골라내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그는 수고스럽지만 쌀에 섞인 이물질을 모두 골라낸 후 판매하여 “왕융칭의 가게에서 파는 쌀은 밥을 지을 때 따로 쌀을 일 필요가 없다”는 소문으로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그는 고객의 집으로 쌀을 직접 배달을 해주었는데, 그때마다 그 집 쌀독 크기가 얼마인지, 식구는 몇 명인지, 식사량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세세히 기록하고 고객이 언제 쌀이 떨어질지 예측하여 미리 알아서 배달해 주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쌀독에 쌀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그는 그 쌀을 모두 퍼내고 쌀독을 깨끗이 닦은 다음 새 쌀을 부어 오래된 쌀의 변질을 막았다. 모든 고객은 그의 배려에 감동했고 그들은 더 많은 고객을 데리고 왔다.
그 후 성공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거시적인 부분에도 관심을 가지지만 세부적인 관리에 더 심혈을 기울입니다. 세부적인 것을 연구하고 개선하여 2명이 할 수 있는 일을 1명이 할 수 있게 하면 생산력이 2배 증대되고, 한 사람이 2대의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으면 생산력이 4배로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왕중추의 <디테일의 힘>에 나오는 이야기다.
여기서 고객의 마음을 얻고 자신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디테일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계획 당시 초심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우리의 현실은 중요한 일을 하는 과정에도 더 중요하고 더 긴급한 일들이 수시로 발생하곤 한다. 한정된 자원과 시간 안에서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이룰 수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숲과 나무를 균형 있게 보려면 중요도와 긴급도에 따라 우선순위 재조정이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목표했던 일을 성과 있게 마무리해야 한다면 왕융칭의 사례처럼 정성과 배려가 습관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누가 <중용> 23장을 아느냐?” 정조대왕을 다룬 영화 『역린』에 나오는 대사이다. 신하들이 대답하지 못할 때 내관이 대신 대답한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성실함이 있으면, 저절로 드러나고, 드러나면 분명해지고, 분명해지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감동이 일어나고, 감동이 일어나면 변화하고, 변화하면 동화됩니다. 결국 세상 가장 작은 곳에서의 성실함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됩니다.” 디테일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또 다른 사례이다.
끝이 아름다워야 모든 것이 아름다운 법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해야 한다. 다음 노자의 이야기에도 교훈이 담겨있다. 한 왕자가 도를 얻기 위해 노자를 찾아갔다. 노자는 그에게 보리수나무에 오르라고 말했다. 왕자는 나무에 올라가는 것이 지혜나 도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노자의 말에 따라 높이가 15m가 되는 보리수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노자는 내려오라고 했다. 왕자는 내려오기 시작했다. 12m를 내려왔을 때 노자는 조심하라고 했다. 왕자는 몹시 당황했다.
꼭대기에 올라갈 때도, 꼭대기에서 내려올 때도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는데 이제 3m를 남겨두고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왜 그 시점에서 굳이 조심하라고 했을까? 사람은 구도 자세가 확고할 때에는 무엇이든 한다. 하지만 도를 얻는 여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즉 땅이 눈앞에 보일 때 사람은 방심하고 집중력을 잃고 실수를 범하게 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라는 속담처럼 방심하면 금물이다. 도전에 실패하여 교훈을 얻을 수는 있지만, 익히 잘한다고 자만심에 집중력을 잃고 실수할 것까지는 없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Devil is in the detail)”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성찰해 보자.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일을 성공시키고 싶다면 마지막까지 일관성 있게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모든 끝은 시작과 같이 간절해야 이룰 수 있고, 모든 시작은 끝처럼 간절해야 위대할 수 있다” 필자의 멘토가 해준 이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이제 마무리를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하자. 용(龍)을 그리고 눈동자를 찍는 것, 즉 사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시키거나 끝손질을 하는 것을 비유하는 ‘화룡점정’의 자세로 조직 내 업무나 개인의 목표를 추진한다면 처음 생각처럼 멋지게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다”는 우리 속담을 기억하자.
※ 본 글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GS칼텍스의 공식입장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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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헌 - 경희대 경영대학원 코칭사이언스 전공 주임교수.
경영학박사. 포스코에서 30년이상 인사, 조직, 혁신 등 주요 업무를 임직원으로 수행하였다. 경영인사팀장, 비서실장,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한국코치협회 회장 및 경희대 경영대학원 코칭사이언스 전공주임교수로 활동하며 조직 구성원의 동기부여와 소통의 조직문화 및 개인의 행복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행복한 리더가 끝까지 간다>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