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너머의 미래: 중동 국가들의 산업 다각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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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왕세자는 “우리는 석유에 중독돼 있어 위험하다”라며 석유 의존형 경제를 탈피하기 위한 경제 전환 계획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체질 개선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석유 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는 노력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국한되지 않는데요. 석유 자본을 기반으로 산업 다각화를 진행 중인 중동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광물 투자를 늘린다.

중동 지역 국가들은 자국 경제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구리와 니켈을 비롯해 에너지 전환의 핵심 광물을 확보할 수 있는 ‘광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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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는 2035년까지 광물이 자국 경제에 기여하는 비율을 기존 17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상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비전 2030’에서도 광업 및 광물 처리를 석유·가스, 석유화학에 이어 세 번째 기둥으로 지정할 정도로 그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국영 광산그룹인 마덴(Ma’aden)이 자국에 매장된 2조 5000억 달러 규모의 광물 자원을 개발하는 플랜을 세우고, 단기적으로 해외 광산 투자를 통해 산업 노하우를 습득하고, 관련 인프라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투자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이집트, 러시아, 모로코, 콩고민주공화국 등 다양한 지역의 광산 탐사 계약을 체결하며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 내 시가총액 1위 기업 IHC(International Holding Company)의 자회사 IRH(International Resources Holding)는 지난 2023년 아프리카 잠비아의 구리 광산 지분 51%를 11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IHC의 사이드 바스르 슈아브 최고경영자(CEO)가 인터뷰에서 광업 부문에 총 10억 달러 규모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이어 자회사 IRH가 앙골라의 카살라 키통고와 무닝가에서 철광석을 추출하기 위한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광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갔습니다.

이 밖에도 UAE는 채굴된 광석을 운반·가공하는 연관 산업에 대한 투자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의 상당수 항구와 물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최근 탄자니아에서도 항만 운영권을 획득하면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중동 국가들의 광업 부문 진출은 핵심 광물 가공에 대한 중국의 독과점 체제를 견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광물 자원 보유국들의 긍정적인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동 산유국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 및 급속한 투자로 인한 문제점 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의 진행 상황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화된 에너지 전환기, 글로벌 LNG 시장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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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사인 셸(Shell)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 에 따르면 전 세계 LNG 수요량이 2040년 약 6억 2,500만~6억 8,5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 세계 LNG 수요가 현재 수요량 대비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이처럼 천연가스가 주목받는 상황은 중동 국가들의 에너지 산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하루 1,000만 배럴 이상 생산 능력을 갖춘 중동 최대 산유국이지만, LNG는 사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지난해 9월, 처음으로 LNG에 대한 해외 투자를 단행, 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Aramco)를 통해 미국계 신생 LNG 업체 미드오션 에너지(MidOcean Energy)의 지분 일부를 사들였습니다.

이후 사우디는 ‘글로벌 LNG 쟁탈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람코는 미국 LNG 업체 넥스트 디케이드(NextDecade)와 연간 120만 톤 규모의 20년 장기 계약을 체결했으며, 다른 LNG 기업인 셈프라(Sempra)와는 아서 항구 LNG의 2단계 확장을 위해 연간 500만 톤 규모의 20년 계약을 맺었습니다. UAE의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도 넥스트 디케이드가 발주하는 ‘리오그란데(Rio Grande) LNG 프로젝트’에 11.7% 지분을 투자하고, 연간 190만 톤 LNG를 20년간 구매하기로 했죠.

중동 내에서는 세계 LNG 수출 시장에서 미국, 호주와 함께 빅3를 형성하고 있는 카타르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카타르의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최근 2년간 LNG 선대(船隊·배의 무리) 확장 프로젝트를 통해 300억 달러에 달하는 LNG 운반선 122척을 새로 건조하거나, 빌리는 계약을 맺었 습니다. 또한, 지난 2월엔 연간 1,600만 톤의 신규 LNG 증산 계획도 밝히며 LNG 시장의 성장세를 통해 과거 사우디의 위상을 넘볼 만큼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중동 기업들의 투자는 글로벌 LNG 시장을 더 경쟁적이고 유연한 구조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 받고 있습니다.

석유 솟구치는 땅 밑에서 하늘로 눈을 돌리다

석유 너머의 미래: 중동 국가들의 산업 다각화 전략 | 05

UAE는 2006년 처음으로 두바이 ‘우주센터(Mohammed bin Rashid Space Centre/MBRSC)’를 세우고, 소형 지구관측위성인 ‘두바이샛(Dubai Sat)’ 개발을 시작으로 우주 산업 토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에는 우주 개발 계획을 총괄하는 ‘우주청(UAE Space agency)’을 설립했으며, 2018년에는 첫 번째 자체 개발 위성 칼리파샛(Khalifa Sat)을 발사했습니다. 이어서 2019년에 UAE 우주 산업의 목표와 세부 전략을 담은 ‘국가 우주 전략 2030’을 발표했죠.

우주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으로 UAE는 2021년 화성탐사선 ‘아말(Amal)’의 화성 궤도 진입을 성공시켰고, 미국과 러시아, 유럽, 인도에 이어 화성 궤도에 진입한 세계 다섯 번째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4월, ‘아말’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밝혀내지 못한 데이모스의 뒷면 관측에 성공해 고화질 촬영본을 지구로 전송하기도 했습니다.

화성 위성 연구의 한 획을 그은 UAE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유스티티아(Justitia)에 우주선을 발사해 2034년까지 물의 존재 등 소행성 구성 요소를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소행성 연구에 활용될 우주선은 UAE 총리이자 두바이 아미르(군주)인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의 영문 이름 앞 글자를 딴 ‘MBR 익스플로러’라고 명명했습니다.

UAE의 모든 우주 탐사 계획은 궁극적으로 석유를 벗어나 경제에 파급 효과를 가져올 다른 성장 동력을 찾는데 있습니다. 때문에 인재 육성에서도 한계를 정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아말’을 개발하는 데 참여한 연구자의 34%가 여성이었는데 이는 아랍권 문화라는 제약보다 ‘능력’을 우선시했음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우주 기술 개발에 관한 높은 관심은 다른 중동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글로벌 우주산업 컨설팅 업체인 유로컨설트(Euroconsult)가 발표한 ‘정부 우주 프로그램’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사우디는 우주 관련 사업에 2억 5,000만 달러, UAE는 1억 9,800만 달러, 카타르는 2,700만 달러, 오만은 2,400만 달러를 각각 투자했습니다. 기존 우주 산업 강국과 비교했을 때 아직은 크지 않은 규모지만, 이들이 우주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점과 석유에서 비롯된 막대한 자금력을 고려하면 이들의 잠재력은 전혀 가볍지 않습니다.

중동 국가들의 산업 다각화는 석유에 의존한 경제 활동이 주를 이룬 중동 산유국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정인 동시에 기후 변화,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동, 자원 경쟁 심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요동치는 미래에 대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향후 세계 경제의 흐름을 예측하고,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도 중동의 변화에 함께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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