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인식의 대전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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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플라스틱 폐기물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택배 및 배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어쩔 수 없다지만 이로 인해 발생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보는 우리의 마음은 불편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와 배달 쓰레기는 각각 전년 대비 19.8%, 75.1% 증가했다.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역시 각각 14.6%, 11% 늘어났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해양쓰레기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쓰레기 중 약 80%는 육지에서 발생하고 나머지 20%는 선박에서 버리는 쓰레기다. 그리고 해양 생물 267종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서부 연안에서 잡힌 물고기 중 35%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됐다.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오인해 먹은 물고기를 결국 인간이 섭취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19세기 대량으로 생산되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고분자 화합물이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불리며 신세계를 가져다준 플라스틱은 이제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꼽힐 만큼 사용량이 엄청나게 늘었다. 동시에 플라스틱 폐기물은 인류가 해결해야 할 최대 난제가 되어 버렸다.

지난 8월 11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우리나라 국민 97.8%가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책참여 플랫폼과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탈(脫) 플라스틱 방안’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참여자 7,207명 중 97.8%인 7,046명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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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재활용률 86.5%의 진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분리배출을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86.5%이고 소각률은 5.2%, 매립률은 6.1%이다. 재활용률이 꽤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부도 이미 인정했듯, 이 숫자에는 많은 허구가 포함되어 있다. 폐기물이 재활용 분리수거장에 입고되면 모두 재활용되었다고 집계하기 때문이다. 2018년 미국 CNN 뉴스에 보도된 경북 의성의 쓰레기 산과 같은 곳이 전국 14개 시·도에 235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폐기물이 얼마나 제대로 처리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매립, 소각, 재활용은 생활계(종량제, 분리배출 포함), 사업장계, 건설폐기물의 가연성 처리량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2018년도 기준 발생 폐기물 전체 중 가연 성분의 재활용 양은 14,721천 톤으로 1/10 수준인 1,484천 톤이 SRF(Solid Refuse Fuel, 고형폐기물 연료) 발전소에서 사용되고 시멘트 소성로에서 대체연료로 약 100만 톤 정도가 사용된다. 물질재활용(플라스틱을 원료로 다시 회수하여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것) 양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매우 많은 폐기물이 방치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국 곳곳에서 쓰레기 산이 발견되고 있는 이유로 추정할 수 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환경부가 조사한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30%에 불과하다. 재활용을 위해 매일같이 실천한 분리수거가 헛수고였을 수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난립한 쓰레기 더미는 지구온난화지수*[efn_note]지구 온난화 지수 : 이산화탄소 1kg과 비교하였을 때 어떤 온실기체가 대기 중에 방출된 후 특정 기간 그 기체 1kg의 가열 효과가 어느 정도인가를 평가하는 척도[/efn_note]가 이산화탄소의 21배가 넘는 메탄을 배출하며 기후 위기를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폐기물 매립률은 7.3%인데, 덴마크가 2017년 폐기물 53%를 소각을 통해 에너지를 회수하고 매립률을 1%까지 낮추었음을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매립의 비중이 매우 높다. 2019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연간 약 100만 톤의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 가연성 폐기물이 가장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인 직매립으로 처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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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의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방안

정부는 지난해 12월‘생활계 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하며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유통·소비·재활용 전 과정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탈플라스틱을 위해서는 생산과 소비 단계에서의 감축 노력과 함께 이미 사용된 플라스틱을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 폐플라스틱을 최대한 순환시켜야 하는 것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과정은 1차(동일한 새 제품), 2차(기계적 재활용), 3차(화학적 공정)로 분류할 수 있다. 폐플라스틱의 원료와 순도에 따라 재활용 제품 결과가 달라지는데 투명한 페트병(생수병 등)을 분쇄했을 때 가장 고부가가치가 발생한다. 즉 투명한 페트병만 잘 모으면 엄청난 자원이 된다. 분리선별 기술은 해외 기술인 ‘에어노즐 분리 방식(프랑스, 독일)’과 ‘매니퓰레이터 방식(스위스)’*[efn_note]매니퓰레이터 방식 : AI 제어 기반 로봇시스템[/efn_note]이 대표적이다. 국내기업인 ‘수퍼빈’이 개발한 딥 러닝 알고리즘을 이용, 영상 인식으로 페트병이나 캔을 분리선별하는 기술도 있다.

제대로 분리 선별하기 위해서는 배출 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의 동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페트병 배출 시에는 내용물을 비운 후 헹구고, 라벨을 떼고, 찌그러뜨린 후 뚜껑 닫아 분리배출해야 한다. 동시에, 제대로 분리배출된 페트병이 수거 과정에서 다른 폐기물들과 섞여서 시민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도록 다양한 정책도 필요하다. 아파트 단지 내 또는 시민들이 자주 찾는 마트 등에 분리선별 기계를 설치해 동참한 시민들이 직접 보상을 받게 하거나, 영세한 수거 업체를 정부가 적극 관리하며 지원 대책을 마련하거나, 물질 재활용에 투명 페트병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자발적 수거 동참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GS칼텍스에서도 폐플라스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 친환경 복합수지를 생산해 연간 6만 1,000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효성티앤씨는 폐페트병을 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을 개발했고 현재 다양한 기업들에 공급하고 있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고객들이 반납한 화장품 공병을 가구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가구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롯데케미칼은 재생 폴리에스터(rPET)생산, SK케미칼은 화장품 용기 제작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위처럼 고부가가치 제품을 포함하여 물질로 재활용되는 것을 제외한 다른 종류의 폐플라스틱은 원유 기반이기에 매립이 아닌 반드시 에너지화로 재활용되어야 한다. 소각하여 열에너지로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가스화·열분해 같은 열화학 신기술 개발로 수소경제에 대응하면서 탄소중립에 부응하는 기술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 환경산업기술원은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이 열분해 분야에서 국내 처음으로 환경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폐플라스틱이 소중한 에너지 자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은 저급 폐비닐을 열로 분해해 고품질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것으로 1단계 청정유 생산(Waste to Clean Oil), 2단계 수소 생산(Oil to Hydrogen)까지 이어질 수 있어, 폐비닐 처리의 패러다임 변화와 수소 경제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GS칼텍스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신청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원료화 사업이 산업통산자원부 실증특례사업으로 승인됐다. 현행법상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석유화학·정제 공정에 투입할 수 없지만, 특례를 통해 열분해유를 정유·석유화학 공정에 원료유로 투입함으로써 휘발유·경유 등 연료유나 플라스틱 제조에 필요한 나프타 등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독일의 일반고압가스 그룹인 린데社와 영국에 본사를 둔 Powerhouse Energy는 폴란드의 hydrogenutopia와 함께 폐기물을 활용한 수소생산시설을 만들고 있다. Powerhouse Energy에서 개발한 DMG®라는 가스화 기술은 매일 최대 40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58MWh의 재생 가능한 전기와 청정수소로 생산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폐기물 에너지 회수가 잘 안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소각시설 폐기물 처리는 ‘반입-투입-소각-유해가스 처리-대기 배출’과정을 거치고 처리 과정에 대기오염 방지 계획 등이 잘 구축되어 있다. 최신 설비들은 대기환경보전법의 기준보다 먼지, 황산화물 등의 오염물질을 잘 걸러낸다. 유럽은 이미 폐기물 에너지 회수가 잘 정착되어 있다. 특히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이 44만 톤의 쓰레기를 에너지로 전환해 15만 가정에 난방과 전기를 공급하면서도 옥상을 스키장으로 만들어 지역의 명소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의 마이시마 소각장 역시 시설을 예술작품처럼 설치하고 발생되는 열과 전기로 지역 주민들의 편의시설을 운영하는 것 또한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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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

석유에서 추출한 플라스틱을 사용 후 유해 물질 상태로 땅에 다시 묻지 않고 제품이나 에너지원으로 만들어 내는 선순환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전통적인 소각을 대체하는 열분해, 가스화 등의 신기술이 적용되고 있고, 나아가 수소 생산을 위한 폐자원 가스화 및 유화 기술까지 개발되는 중이다. 폐기물 바이오매스를 이용하여 생산된 수소로 수소차를 운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민들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이 안되게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겠지만, 발생한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시민들은 동네 뒷산에 불법 쓰레기가 쌓여도 내 집 앞에 소각장은 절대 안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대기오염 처리 기술 등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믿는 국민의 자세가 요구된다. 처리 시설의 부족으로 불법 쓰레기 산이 늘어가면서 지하수, 토양 오염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 지수가 21배나 높은 메탄이 방출되고 있다. 분산에너지처럼 지방정부도 이제 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각자의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원칙하에 책임감 있는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재활용만 강조하는 한쪽으로 쏠린 정책이 아닌 지속가능한 폐기물 처리 원칙에 따라 폐기물 발생부터 처리까지의 선순환구조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업들도 여러 단계에서 순환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 생산단계에서 쓰레기 발생이 적고 재활용이 잘 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하고, 배출된 폐기물을 에너지화해서 공장과 지역의 열과 전기로 공급하는데 기여하거나, 더 나아가 수소화 등 미래 에너지 사업화에도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온실가스 감축 뿐만 아니라 토양, 해양 등 탄소 흡수원의 확충도 매우 중요하다.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한 폐기물이 흡수원을 오염시키지 않게하는 순환경제가 기후위기 대응의 한 축을 차지하는 까닭이다. 폐기물의 재활용과 에너지화 사업은 화석연료 저감, 탄소배출 저감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순환경제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순환경제 실현과 기후위기 대응을 동시에 달성하는 통합대응 방법을 함께 만들어 가보자.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인식의 대전환 필요하다 | profile 김소희

김소희 사무총장 - (재)기후변화센터

김소희 사무총장은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연구대학(SOAS) 개발학 석사에 이어 서울대 농생명대학원 지역정보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재)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 국회 기후변화포럼 운영위원,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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