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실종 시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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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실종 시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 | 20221025 01 00 F
풍전등화다. 한국 경제에 불황이 드리우고 있다. 주가. 경기실사지수. 장단기금리차. PMI(구매자관리지수 등) 여러 경기선행지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제는 완연한 둔화 내지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불황기 소비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소비지출이 줄고 저렴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 년에도 ‘합리’가 주된 키워드였다. 기존 노트북의 1/4 가격에 휴대성을 높인 ‘넷북’이 열풍을 일으켰고, 합리적 가격에 패션 감각을 드높인 자라(Zara)가 국내에 진출한 것도 2008년이다. 2022년 중반이 지나면서 대형마트의 저가통닭이 큰 인기를 끄는 요즘 세태는 당시와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유사하다. 도시락 싸기 · 무지출 챌린지 · 반값 시리즈 열풍 · 외식 · 배달보다 가정식 등 마찬가지로 실용과 합리를 강조하는 소비패턴이다.

소비 트렌드 1. 평균실종

불황기에는 소비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면서, 위축되는 것은 ‘평균적인’ 대중(mass) 이다. 우리 사회도 하나의 ‘전형성’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한 가운데 존재하는 ‘평균’ 주변에 수가 제일 많고,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빈도가 줄어드는, 완만한 종 모양의 소위 ‘정규분포’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 ‘평균실종’의 시대에는 말 그대로 평균적인 무난함으로 버텨내기 어려운 사회다.

소비 트렌드 2. 체리슈머

평균실종의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 행태는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다. 다양한 어플리케이션과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며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어낸다. 소비자끼리 합치고 나누고 쪼개며 극한의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新합리주의적 소비자들을 ‘체리슈머'(Cherrysumer)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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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트렌드 3. 오피스빅뱅

사회적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단연 직장이다. 조직문화가 크게 바뀌고 있다. 산업화 이후 유지됐던 조직문화가 빅뱅 수준으로 격변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오피스 빅뱅’ 이라고 명명한다. 오피스 빅뱅 현상은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이직에 대한 논의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한 소속감의 변화원인을 탐색하고, 어떻게 좋은 인재를 유치 ·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실제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임을 알려준다.

소비 트렌드 4. 인덱스 관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관계 맺기다. 과거 우리는 가족이나 절친처럼 아주 친한 사이부터 스쳐 지나간 인연까지 관계의 농도에 따라 친한 사이와 친하지 않은 사이로 관계를 구분해 왔다. 하지만 요즘에는 여러 종류의 SNS를 그때그때 섞어 사용하면서 이러한 관계 구분이 과거처럼 단순하지 않게 됐다.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대면 만남이 현격히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인간관계의 층위와 밀도가 매우 복잡하고 다차원화됐다. 그냥 “친하다, 안 친하다” 가 아니라 관계에도 인덱스(index, 색인)를 붙이고 관리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인덱스 관계’라고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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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트렌드 5. 디깅모멘텀

인간은 몰두하는 존재다. 일이든 사랑이든 취미든, 우리는 몰두할 때 자기 삶의 의미를 구할 수 있다. 이것은 시대를 초월하는 아주 보편적인 문제이지만, 요즘 젊은 세대의 몰두는 조금 특별한 데가 있다. 최근 유행하는 ‘과몰입’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과도한 몰입을 통해 자기를 찾고, 발견하고, 표현하고, 과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디깅모멘텀’ 이라고 이름 붙였다. ‘파다’ 라는 의미의 디깅(digging)이라는 말은 채굴 · 발굴이라는 의미로서 특정한 대상을 깊이 파고들어가 종국에는 자기 존재를 발견하는 경지에 이른다는 점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소비 트렌드 6. 네버랜드 신드롬

젊어지는 것이 이 시대 최고의 미덕이자 지향점이 되고 있다. 영원히 늙지 않고 어린아이로 남았던 피터팬과 친구들이 살았던 나라가 ‘네버랜드’ 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모두가 젊은이로 남고자 하는, ‘네버랜드 신드롬’에 빠져 있다. 이는 비단 외모를 젊게 보이고자 하는 성형과 미용의 문제만은 아니다. 사고방식과 가치관 전반에 걸쳐 청년적 사고가 ‘추앙’ 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 트렌드 7. 알파세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린 세대는 ‘알파세대’ 다. 마지막 영문자 Z세대의 다음 세대라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알파(α) 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2010년생 이후에 태어난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기기를 접한, 인류 최초의 진정한 디지털 · 모바일 네이티브라는 의미에서 신인류의 시작, 알파라 부를 만 하다. 영유아기의 알파세대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기는 이른 나이이기 때문에 양육과 교육이 중요한 이슈다. 이들의 부모인 밀레니얼 세대는 양육에서도 매우 새로운 트렌드를 보인다.

소비 트렌드 8. 선제적 대응기술

내년 주목해야 하는 기술은 ‘선제적 대응기술’ 이다. 지금까지 기술은 인간이 요구하면 그것을 해결해주는 형태로 발전해 왔다. 이제는 지극히 개인화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함으로써, 그 요구가 있기 전에 미리 필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공간의 힘을 다시 봐야 하는 시점이다. 작은 개인 블로그부터 거대한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가상공간이 세상을 호령하는 시대지만, 어쩌면 가상의 영토가 넓어질수록 실제공간의 역할은 더욱더 중요해 진다. 흔히 가상공간을 온라인, 현실공간을 오프라인이라고 구분하지만, 실제공간은 단지 온라인의 상대 개념이 아니다. 우리의 삶이 펼쳐지는 근본적인 토대이자 터전이다. 실제공간에는 아무리 정교한 가상공간도 따라오지 못하는 강력한 힘, 바로 ‘공간력’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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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트렌드의 기저에는 평균상실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다. 평균실종의 배경은 구조적이고 추세적이다. 자본주의 속성이 태생적으로 부익부빈익빈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는데, 규모의 효율에 극도로 좌우되는 플랫폼 경제와 데이터 산업이 발달하면서 승자독식의 쏠림이 심해졌다. 코로나 팬데믹이 2년 넘게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 · 사회 · 교육 · 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양극화가 가속화했다.

그렇다면 제조 기업은 닫혀가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무작정 ‘저렴이 상품’ 에만 집중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불황기에는 소비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이뤄진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하는 상품은 극도로 가성비를 따지지만, “이건 사고 싶다”고 열망을 느끼는 상품에 대해서는 그렇게 아낀 자금을 총동원한다. “어떻게 그 열망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이제 기업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 시기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뉴디멘드 전략’ 에 집중하자. 뉴디멘드 전략이란 제품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상향 표준화되는 시장 상황에서도 불가항력적인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요창출 전략을 의미한다.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대체불가능한 상품을 개발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지향적 관점에서 자신의 기술과 브랜드와 상품을 재정의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만족감을 채워주자.

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 예상되는 경제적 · 지정학적 위기에 대비해 ‘교토삼굴(교활한 토끼는 세 개의 숨을 굴을 파 놓는다)’하는 토끼의 지혜가 기업에게는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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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실종 시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 | profile 이수진

이수진 -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서울대학교 소비자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 대학에서 소비문화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경제 흐름을 분석했던 실무와 소비사회 종단 연구를 기반으로 소비문화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며, 글로벌 소비문화를 비교론적 관점으로 분석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현재 현대, 삼성 등 다수의 기업들과 소비트렌드 기반 미래 전략 발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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