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풍력 발전 급감에 반대론 잇따라…전 세계 풍력 시장 지각변동 겪나

GS칼텍스 -

유럽 전력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풍력 발전량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반면 추운 날씨로 난방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반(反)풍력 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까지 더해져 전 세계 풍력 시장이 지각변동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료 변동성 키운 풍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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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의 주간 단위 선물 전력 가격(도매 기준)은 전주 대비 12% 상승해 메가와트시(MWh)당 122유로를 기록했다. 전기 시장에서 선물 계약은 미래의 전력 공급을 미리 거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전력을 사용할 기업이나 전기 유통사가 현재의 선물 시장에서 정해진 가격에 전력을 확보하는 구조다.

이 가격은 통상 주간 단위의 평균 전기 사용량과 공급량을 반영해 산정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에서도 전기료가 지난주보다 14% 가까이 급등해 MWh당 109.4파운드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감소하는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 현상이 재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겨울 둥켈플라우테 현상이 몇 차례나 반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영국 전력 가격이 몇 시간 동안 MWh당 1,000파운드를 돌파했다. 독일에서도 지난해 말 해가 진 직후인 오후 5시 도매가가 MWh당 936유로로 급등했다. 도매 전기료가 당시보다는 안정됐지만, 10%가 넘는 상승폭은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 여전히 전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풍력 발전량 급감 우려에 ‘풍력 무용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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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작년 말과 올해 초 겨울 시즌에 유럽에서는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급감 전망이 잇따랐다. 노르웨이 시장조사기업 Veyt는 중앙 서유럽 지역의 풍력 발전량 예측치를 당초 시간당 25~30기가와트시(GWh) 정도로 예상했었으나, 대부분 20GWh 이하로 크게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블룸버그 모델에 따르면 독일 전체 풍력발전소의 순간 최대 전력 생산량(전력 용량)은 2만 4,000메가와트에 달하지만, 한때 2,200메가와트로 급감할 것이라 예상됐었다. 영국 전역의 풍력 발전 총 용량 역시 1만 5,000메가와트에서 순식간에 3,600메가와트까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독일의 태양광 발전 총용량도 약 1만 3,000메가와트에서 4,500메가와트로 감소한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일이 빈번해지면서 프랑스 전기 시장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프랑스는 영국, 독일에 비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작고 원자력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원전 강국이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 전력 가격은 MWh당 189.5유로로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감한 독일 등 인접 국가로의 전기 수출이 늘면서 프랑스 전기료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에선 강경 우파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중심으로 반(反)풍력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는 “취임 후 신규 풍력 발전소를 짓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기조와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AfD의 차기 총리 후보로 선출된 앨리스 바이델 공동대표는 최근 전당대회에서 “모든 풍력 터빈을 철거하겠다”고 말했다. AfD는 재생에너지 보조금 삭감 등을 주장하며 풍력 발전 확장에 반대하는 공약을 이미 내세우고 있는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풍력 시장 지각변동에 기회 모색하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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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급선회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 게 대표적이다. 그가 취임 직후 서명한 수십 가지 행정명령 가운데 에너지와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은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언’과 ‘미국 에너지 해방’이다. 연방 정부 소유 토지와 바다에서 화석연료 에너지 탐사와 생산을 확대하는 게 목표다.

반면 풍력 발전 단지를 위한 연방 토지 임대를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에너지 종류에 대해 원유, 천연가스, 석탄, 우라늄 등 11가지로 정의했다. 태양광, 풍력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결국 재생에너지는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에너지가 아니라고 선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풍력 발전을 너무 비싼 에너지원이라고 비판한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솔직한 진실을 말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풍력 발전에 지원되는 연방 세금 공제액은 해상 풍력 발전소 건설 비용의 50%, 육상 풍력 프로젝트 비용의 80% 이상을 충당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GE버노바, 베스타스, 지멘스 가메사 등 서방의 풍력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철수해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에 트럼프 시대를 풍력 업계 도약의 기회를 모색하는 나라도 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풍력발전 제한 정책을 기회로 삼아 해상풍력 발전 단지의 국내 조달 목표를 현행 60%에서 2040년까지 70%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처로 일본이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조치다.

글 – 김리안 한국경제 기자

※ 본 콘텐츠는 한국경제 김리안 기자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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