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발 연료가 급등 속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기 시작한 바이오선박유
- IMO와 EU의 탄소 규제로 커지는 바이오선박유 시장과 친환경 선박연료 전환
- 기술 검증을 넘어 인증과 공급망을 중심으로 상용화 기반을 갖추는 글로벌 시장
- 민관 협력과 규제 개선을 바탕으로 상용화 기반을 넓혀가는 국내 시장
탄소 규제가 바꾼 해운업의 새로운 경쟁 기준
최근 해운 연료 시장에서 이례적인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공급 차질이 커지면서, 대표적인 선박 연료인 선박용 경유(MGO) 가격이 올해 2월 톤당 714달러 수준에서 9월 1,528달러로 두 배 넘게 올랐습니다. 반면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 거점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의 바이오디젤 가격은 9월 한때 톤당 985달러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가격평가기관 아거스(Argus)는 EU의 탄소 규제 비용까지 반영하면 바이오디젤이 ‘거의 모든’ 기존 선박 연료보다 저렴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동안 ‘친환경이지만 비싼 연료’로 여겨지던 바이오선박유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기 시작한 것입니다. 원료의 상당 부분이 폐식용유 같은 폐기물이라 화석연료 가격이 흔들려도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의 바탕에는 강화되는 탄소 규제가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감축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해운업계의 경쟁 기준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IMO의 탄소집약도지수(CII)에 이어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EU ETS)와 FuelEU Maritime이 시행되면서, 선사는 운항 효율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관리 역량까지 함께 요구받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이 환경 이슈를 넘어 실제 비용과 직결되는 경영 요소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가격 역전 역시 이러한 탄소 비용이 연료의 경제성 계산에 반영되면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친환경 선박연료 시장의 관심도 미래 기술 개발에서 현재 적용할 수 있는 해법 확보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메탄올과 암모니아는 해운 탈탄소화를 위한 주요 대체연료로 꼽히지만, 선박 개조와 저장 및 취급 기술, 안전 기준, 연료 공급 인프라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반면 바이오선박유는 일정 혼합비율에서 기존 선박 엔진과 급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드롭인(Drop-in) 연료로 평가받습니다. 대규모 설비 전환의 부담을 낮추면서 비교적 빠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글로벌 선급협회 DNV도 바이오연료를 ‘사실상 드롭인 솔루션’이라고 평가하며, 대부분의 최신 선박 엔진이 개조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연료 탱크를 나누거나 선내 절차를 조정하는 정도의 변화는 필요하지만, 도입을 가로막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료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은 2022년부터 IMO와 함께 Future Fuels and Technolog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바이오연료를 비롯한 저탄소 및 무탄소 선박연료의 기술 수준과 공급 가능성, 안전성, 가격, 인프라 등을 조사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해 IMO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 논의를 지원합니다.

글로벌 시장, 상용화를 위한 제도와 공급 체계 구축
2026년 글로벌 바이오선박유 시장은 기술 검증을 넘어 상용화를 뒷받침할 제도와 공급 체계를 갖추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실제 시장에서 연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활용하려면 연료의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할 기준과 지속가능성을 입증할 인증 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IMO는 2026년 5월 브라질산 이모작 옥수수 에탄올의 전 과정 온실가스 기본 배출계수를 20.8gCO₂e/MJ로 정했습니다. 이는 IMO가 제시한 기존 선박연료의 기준값인 93.3gCO₂e/MJ보다 크게 낮습니다. 특정 원료와 생산 경로의 탄소집약도를 국제 기준 안에서 산정할 수 있게 되면서, 해운 부문에서 저탄소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한층 구체화됐습니다.
시장 경쟁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선사는 연료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뿐 아니라 조달 물량과 가격, 지속가능성 인증, 공급 안정성을 함께 살피고 있습니다. 정유업계 역시 지속가능한 원료 확보와 ISCC 등 국제 인증, 안정적인 생산 및 공급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선박연료 시장의 경쟁이 ‘어떤 연료를 만들 것인가’에서 ‘검증된 연료를 누가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인가’로 확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원료 확보가 중요한 이유는 공급이 아직 넉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이오연료 원료는 도로 운송, 항공 등 다른 산업과도 경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EU는 식량 작물이 연료 생산에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배출 감축 효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원료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원료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곧 공급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시장 전망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Fact.MR는 세계 바이오선박유 시장이 2026년 81억 5,000만 달러에서 2036년 16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연평균 성장률은 7.3%로, 기존 선박과 급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국제 환경 규제 강화가 수요 확대의 주요 배경으로 꼽힙니다.
실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로테르담항의 선박용 바이오디젤 혼합유 판매량은 2026년 2분기에 직전 분기보다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아거스는 올해 로테르담에서만 혼합하지 않은 고급 바이오디젤(B100) 수요가 약 25만 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전 세계 선박용 시장(약 60만 톤)의 40%를 넘는 규모입니다. 그럼에도 DNV는 바이오연료가 아직 전체 해운 연료 사용량의 약 0.6%에 그친다고 추정합니다. 그만큼 앞으로 성장할 여지가 크다는 뜻입니다.
국내 시장도 실증을 넘어 상용화 기반 마련으로
국내 바이오선박유 시장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2023년 시작된 시범 운항과 기술 검증을 토대로 품질 기준과 공급 체계,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2026년 5월 한국해사협력센터가 개최한 ‘선박용 바이오연료 상용화 간담회’에서는 정부와 정유사, 선사, 연구기관 등 관계자들이 국내외 정책과 시범 운항 사례, 연료 품질과 공급망 구축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논의의 초점이 연료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서 안정적인 조달과 제도 정비 등 실제 상용화 조건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Fact.MR는 한국 바이오선박유 시장이 2026년부터 2036년까지 연평균 5.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부산과 인천, 울산, 광양 등 주요 항만의 친환경 연료 공급 기반과 국내 정유 및 해운업계의 협력이 시장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국내 정유업계도 바이오선박유의 품질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원료 조달 및 공급 기반을 확보하며 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규제 개선을 이끈 GS칼텍스의 역할

(출처: IMO 공식 홈페이지)
국내 바이오선박유 상용화의 중요한 전환점은 2025년 IMO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에서 바이오연료가 30% 혼합된 B30 선박유를 일반 급유선으로 운송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개정된 것입니다. 기존에는 바이오연료 혼합률이 25%를 넘는 선박유가 화학물질로 분류돼 일반 급유선 운송에 제약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규제 개선 성과 뒤에는 GS칼텍스의 오랜 준비와 선제적인 시장 개척 노력이 있었습니다. 규정 개정 이전부터 발 빠르게 움직인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가 손꼽힙니다.
특히 GS칼텍스는 해양수산부, 한국선급과 함께 B30의 안전성을 입증할 과학적 근거를 지속적으로 제시하며 규제 장벽을 낮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바이오선박유 상용화와 글로벌 규제 개선을 향한 GS칼텍스의 주요 행보를 시간 흐름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기존 급유 인프라를 활용해 B30 바이오선박유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상용화의 주요 제약이 완화됐습니다. GS칼텍스도 바이오선박유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원료와 공급망을 확보하며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상용화 시대, 경쟁력을 가르는 공급망
바이오선박유 시장은 친환경 연료를 개발하는 단계를 넘어 검증된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원료 확보, 국제 인증, 생산 및 공급망 구축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국제 탄소 규제가 강화될수록 바이오선박유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와 해운업계는 생산과 조달, 급유로 이어지는 공급 체계를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DNV 역시 바이오연료가 앞으로 분명히 역할을 할 연료라고 보면서도, 해운 연료에서 차지할 비중은 ‘가격과 가용성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앞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국제 기준에 따라 입증하고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 바이오선박유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해운 산업의 탈탄소화는 더 이상 미래의 목표가 아닌, 당장 마주한 현실이자 새로운 경쟁력의 기준입니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바이오선박유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가는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GS칼텍스는 연료 개발과 기술 검증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규제 장벽을 허물고 글로벌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개척하며 상용화 시대를 앞당겼습니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원료 확보와 안정적인 친환경 연료 공급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해운 산업의 푸른 전환을 이끌어갈 GS칼텍스의 발걸음을 기대해봅니다.
참고: Financial Times(2026.9), Argus, DNV, Fact.M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