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위기, 기후 변화, 디지털 전환 등이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본인에게 일의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어떤 업무를 선택하겠는가? 대부분은 여전히 어렵고, 중요도가 높고, 손이 많이 가고, 해본 적이 없고, 실패할 확률이 높은 일은 꺼린다. 그러면서 자신의 인생에 좋은 기회가 오기만을 마냥 기다린다. 이런 선택이 과연 자신의 인생과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어떤 기준으로 일을 선택하는 것이 자신과 회사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보통 남들이 피하는 일은 가장 어려운 업무인 경우가 많다.
겁도 나고 생각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진다. 반대로 쉬운 일은 서로가 하려고 손을 든다. 인생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발동하나 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만 다시 생각해보자.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뜻은 자신의 실력을 가장 크게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뜻이다. 가장 어려운 일에 대한 경험을 쌓고 나면 그 이후에는 다른 사람 대비 경쟁력이 높아져 자동적으로 주변으로부터 실력도 인정받게 된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왜 피해가려고 하는가?
두 번째로 남들이 피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업무인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한 일은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또한 자주 상황을 체크한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여기저기서 화살이 날아든다. 이런 상황이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에 피하고 싶다. 그런데, 이것도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보통 가장 중요한 일에서 가장 큰 가치가 창출된다. 어차피 일을 할 것이라면 같은 시간을 들여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업무가 더 큰 보람을 가져다주지 않겠는가?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업무의 중요도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도움도 훨씬 더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 더 큰 보람도 얻고 자신의 가치도 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이 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세 번째는 손이 많이 가는 잡일인 경우이다.
내 짬밥에 잡일까지 해야 하나 싶다. 보통은 신입사원에게 손이 많이 가는 잡일이 맡겨진다. 신입사원은 언제 후배가 들어오는지 기다린다. 여기서도 관점을 바꾸어 새로운 기회를 찾아낼 수는 없을까? 새로운 기회가 없을 리가 없다. 오히려 신입사원에게는 정말로 좋은 기회다. 손이 많이 가는 잡일은 주로 생각 없이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속성이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잡일에서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업무 효율을 높이기에 가장 쉬운 유형의 업무가 바로 잡일이다.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일하는 절차든) 간단한 도구만 구상하여 적용해도 그 효과는 눈에 띄게 좋아질 수 있다. 기존에 남들이 하던 방식이 아닌 효율적인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다. 작은 혁신으로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는데 손을 들어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네 번째는 기존에 해본 적이 없는 업무이다.
이전에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가장 기초부터 시작해야 한다. 물어볼 사람도 없다. 이런 일을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맨땅에 헤딩하는 업무가 자신의 역량을 높여줄 수 있는 진짜배기 업무다.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 업무에 과감하게 도전하여 성공할 경우, 그 성과와 보람은 다른 업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앞서가는 사람들은 맨땅에 헤딩하기를 돈 주고도 경험하려 한다.
마지막으로는 실패할 확률이 높은 업무다.
누가 봐도 실패할 확률이 50% 이상이 넘는다면 선뜻 일을 맡으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에서는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회사를 포함하여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능력 중의 하나가 바로 위기관리 능력이다. 하지만, 큰 조직의 관리자 위치에 오르기 전까지는 위기관리 업무를 제대로 해볼 기회를 갖기 어렵다. 즉,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은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일찍 생긴다면, 위기관리 능력을 키워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는 셈이다. 하고 싶어도 해볼 수 없는 희소가치가 있는 업무이다. 하지만, 위기관리는 정말로 만만치 않은 업무이기 때문에, 만약에 손을 들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위기관리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위기관리 업무 경험이 많은 선배에게 멘토링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재미있는 경험을 하나 공유하자면 매번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마다 가장 중요하고, 어렵고, 이전에 해보지 않은 업무를 하고 싶어서 초반에 재빨리 손을 들어 해당 업무를 맡았다. 그런데 초반에 재빨리 손을 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업무를 먼저 가져가더라도 맨 마지막에 남는 업무가 내가 맡고 싶었던 ‘가장 중요하고, 어렵고, 해보지 않은’ 바로 그런 업무들이었다. 오히려 그 다음부터 늘 어렵지 않게 그런 업무를 선택할 수 있었고,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마다 새로운 기회를 통해 역량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좋은 기회가 언제쯤 오려나 마냥 기다리기만 한다. 하지만 자신의 앞으로 달려오는 수많은 기회를 알아채지 못하고 스스로 요리조리 피한다. 우리의 주변에는 좋은 기회가 늘 널려 있다. 다만 기회들은 두꺼운 껍질로 감싸져 있기에 껍질을 깨기 위한 도전을 하는 사람만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대부분 자신에게는 일의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 않다.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과감하게 손을 들고 제안을 해보라. 제안하면 할수록 생각보다 그 일을 맡게 될 확률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한국현 사장 - 삼영기계(주)
KAIST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삼성전자 책임/수석연구원, MIT 미디어랩 방문연구원, 실리콘밸리 삼성북미UX센터/TTT 디렉터를 거쳐 현재 삼영기계에 재직 중이다. 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 한국주조공학회 이사이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돌파구 노트’, ‘미래를 바꿀 요즘 뜨는 기술’ 등을 연재하고 있으며, 『인터넷 검색엔진』(공저), 『인터넷 기반 퍼스널 로봇』(공저)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