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 찻잔 속에 담는 배려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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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 찻잔 속에 담는 배려의 미학
차는 오랜 옛날부터 휴식과 사교를 대표하는 마실 거리 그 이상의 문화였습니다. 과거 유럽 사람들은 “티타임” 이라고 해서, 식사 후 담소를 나누며 차를 함께 마시는 시간을 하루 일과로 정할 정도로 차를 사랑했습니다. 우아하게 차를 마시는 귀부인들의 모습은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차를 즐긴 것은 먼 옛날 중국의 왕족과 귀족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2160여 년 전에 서거한 한나라의 황제, 경제의 무덤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차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예로부터 차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행위가 아닌, 교양 있는 휴식과 사교의 시간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행위였습니다. 이때 필요한 독특한 법도가 이어져 내려오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차를 마실 때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정의하는 다도입니다.

차를 헤아리다, 사람을 헤아리다

다도, 찻잔 속에 담는 배려의 미학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전통의 향기가 자욱한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15년째 다도를 즐기는 박숙자 씨를 만났습니다. 어느 날 일본문화원에서 열린 다도 퍼포먼스를 우연히 보고는 다도에 반해 지금까지 즐기게 되었다며 호호 곱게 웃으시는 모습에서부터 차를 사랑하는 사람 특유의 정갈함이 풍겼습니다.
매 순간, 주위의 모든 것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 차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기쁨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다도의 본질이라고 박숙자 씨는 말합니다. 박숙자 씨는 “다실 안에 삼라만상이 있다.” 라고 표현했는데요, 다도를 즐길 때는 차를 내온 사람이 어떤 찻잔을 썼는지, 어떤 차를 어떻게 내었는지, 차를 마신 공간에는 어떤 시각적 즐거움이 숨어 있는지, 어떤 말을 누구와 나누었는지, 어떤 생각이 스쳤는지 모든 순간에서 즐거움을 찾습니다. 주인이 벽에 걸어둔 그림 하나도 유심히 감상하며 어떤 생각으로 그림을 전시했는지, 준비한 화과자도 어떤 재료를 썼는지, 왜 오늘의 차와 함께 내왔는지 그 마음을 헤아리며, 나를 위해 열심히 준비한 사람의 수고를 최대한 존중하고 감사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답니다.
다도는 또한 타인을 대접하는 기쁨을 알 수 있는 착한 취미이기도 합니다. 차를 준비하고 우려서 내기까지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기에, 차를 대접 받는 사람들은 대접해준 분이 얼마나 큰 배려를 해주었는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화과자에 올라온 작은 잎사귀가 계절감을 반영해서 좋았다’던가, ‘잔이 작아서 적은 양의 차를 음미하기에 딱 알맞았다’ 와 같이 세세한 배려에 존중과 감사를 표하면, 대접을 한 사람도 뿌듯해지고, 다음에 더 잘 대접해 주고 싶다는 봉사자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향기 나는 차를 끓이는 법을 배울 뿐만 아니라, 향기 나는 말과 행동가짐도 다짐하게 되는 거죠.

즐기고, 즐기고, 또 즐기다

다도, 찻잔 속에 담는 배려의 미학
다도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혼자서 차를 준비하고 음미하며,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마음이 맞는 다우(茶友)들과 함께 차를 즐기며 감상을 도란도란 나눌 수도 있고, 실내에서 방 안에 은은히 퍼지는 차 향을 맡으며 즐길 수도 있습니다. 꽃이 예쁘게 핀 봄이나 낙엽이 빨갛게 물든 가을에는 야외로 나가 한 잔씩 차와 다과를 나누며 풍취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차와 함께 하는 매 순간을 즐기는 데에 있다고 박숙자 씨는 강조합니다.
다도의 중심이 되는 차 자체도 배울 거리가 많은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차의 종류, 산지, 기후, 지역 등에 따라 그때그때의 맛과 향이 다르고, 차를 어떻게 차려 놓느냐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입니다.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잎 차를 그대로 우려 즐기지만, 일본에서는 찻잎 가루를 타 마신다고 하니 마음이 끌리는 다도법을 습득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도, 찻잔 속에 담는 배려의 미학
차를 즐길 때 함께 나오는 과자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답니다. 팥죽이나 구운 인절미 같은 계절 전통 음식에서부터 딸기, 밤, 국화 등 예쁜 모양을 한 과자까지, 차의 풍취를 더욱 돋구어 주는 배려입니다. 15년 동안 다도를 즐긴 박숙자 씨도 아직도 다도에 대해 배울 게 많다고 합니다. 비록 이전에 한 번 대접했던 메뉴라고 해도 날씨와 계절, 분위기에 따라 또 다르고, 그릇, 차, 인테리어, 과자를 어떻게 구성해서 배치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지니 다도를 즐길 때마다 항상 새롭다고 합니다.
일부러 다우들을 위해 준비한 것들 외에도, 다도를 즐길 때는 주위의 모든 것이 감상의 대상이 됩니다. 차를 마실 때 창밖으로 보이는 작은 동산 하나도 그 순간의 즐거움이 될 수 있고, 차를 담은 찻잔에 금이 가 그 사이로 찻물이 든 모습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도에서는 이를 “차심이 든다,” 즉 “차의 마음이 잔에 물들었다”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실로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자세입니다.

오늘, 차 한잔 해볼까요?

젊은 사람들이 다도를 즐기기에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제 우려에, 박숙자 씨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다도는 오히려 젊고 에너지를 주체 못 하는 분들께 꼭 권하고 싶은 취미로, 다도를 익히면 자태가 우아해지고 예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매사에 감상하는 태도를 통해, 주위를 유심히 관찰하고 물건에 대한 안목 또한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건 물론이고요.
다도, 찻잔 속에 담는 배려의 미학
다도를 시작할 때는 “오늘은 차를 한 번 마셔볼까?”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거창한 수련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차를 사랑하는 마음 그대로, 본인이 행복한 방법으로 매일매일 차를 마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차를 더욱 세심하게 즐기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스스로 다도의 규칙을 배워가며 마음과 몸가짐을 다듬다 보면 어느새 다도는 거창한 의식이 아닌, 일상의 극히 자연스러운 일부가 된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남이 보기에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즐거움을 찾는 것이니까요.

다도를 시작하는 다양한 방법

다도를 처음 배울 때는 우선 우리나라의 기법을 먼저 배우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국에는 한국차문화협회, 차인연합회, 명원다예 이렇게 3가지 큰 협회가 있는데요, 이 협회 아래에 수많은 개인 차회, 차학회 등 다도모임이 소속되어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모임에 찾아가 다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한국 다도를 제대로 익히기까지는 약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는데요, 잎 차부터 가루차까지 다양한 차의 종류와 차를 우리고, 접빈하고, 감상하는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흥미가 생긴다면 일본차, 중국차, 영국차 등 그 범위를 점점 넓히며 다도를 수양할 수 있답니다.
차 기행을 떠나는 것도 차와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중국, 일본, 스리랑카, 인도 등에 가서 차 원산지에 가서 그 원초적인 향과 모습을 감상할 수도 있고, 다도에 사용되는 기기들도 구경해 볼 수 있겠지요.
다도, 찻잔 속에 담는 배려의 미학
다기를 준비할 때는, 처음이라면 전문적인 고가의 다기를 장만하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우선은 먼저 무슨 차든 마셔본다는 마음으로, 집에 있는 녹차 티백을 머그잔에 간단히 우려서 즐기며 시작해 보세요. 그러다가 흥미가 생기면 형편에 맞게 찻잔도 하나씩 구비해 보면서 차차 차를 눈에 익혀가고, 나만의 다도 스타일에 대해 감이 잡히면 그때 내게 맞는 전용 다기를 구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천이나 인사동에 가면 다양한 도자기 작품과 다반, 찻잔을 구경할 수 있고, 꼭 이런 전문적인 장소가 아니더라도 시내에도 다양한 다기 용품점이 있습니다. 가격은 500원부터 몇백만원을 호가하는 것까지 천차만별이지만, 중요한 것은 내 마음에 드는지를 살펴보고 구비하는 것입니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기기로 다도를 즐겁게 즐기는 모습이 진정 멋스러운 다도인의 모습이니까요.
따뜻한 차 한 잔을 우리며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는 향긋한 마음도 함께 우려내고 싶다면, 다도를 시작해 보세요. 오늘부터 방안 가득한 찻잎 향에 마음이 차분해질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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