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우리는 바다에서 참치를 꺼내고 그 자리에 플라스틱을 채운다.”
미국해양교육협회(SEA)의 캐라 라벤다(Kara Lavender) 연구교수가 플라스틱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한 말입니다. 대부분의 해양 플라스틱은 생활 쓰레기나 산업 폐기물에서 유입되는데요. 쓰레기통이나 매립지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플라스틱들이 강이나 하수관으로 유입된 뒤 바다로 흘러 들어가게 됩니다.
유엔환경계획기구(UNEP)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해양폐기물의 85%를 차지하며, 2040년에는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오염 양이 거의 3배 늘어나 연 2,300만~3,700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 된다고 합니다.
육지에서 발생한 플라스틱의 최종 종착역이 해양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더 이상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플라스틱이 부서지면서 발생한 5mm 미만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플라스틱으로 위장이 가득 찬 해양 생물과 비닐로 뒤덮인 산호가 자주 목격되는데요. 실제로 바닷새의 90%, 바다거북의 52%가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삼킨다고 합니다. 플라스틱을 먹은 동물은 면역 반응과 생식 능력이 감소되고 장기가 손상되어 죽을 수도 있다고 해요. 플랑크톤과 조개류부터 조류, 거북이, 포유류까지 모든 해양 생물이 플라스틱으로 인해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죠.
바다에서 우리 식탁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미세 플라스틱
사람도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혈중 미세 플라스틱 농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플라스틱 쓰레기는 돌고 돌아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자연 생태계 곳곳에 광범위하게 스며든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거쳐 결국 인간에게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이죠.
플라스틱이 우리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예로 들어볼까요? 분해되지 않고 잘게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을 플랑크톤이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고, 이는 다양한 상위 포식자로 이동하며 먹이사슬의 모든 단계에 있는 해양 생물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삼킵니다. 결국 사람들이 즐겨먹는 생선, 바닷가재, 홍합, 굴 등 모든 해산물에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며 사람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세계자연기금(WWF)과 호주 뉴캐슬대학교의 ‘플라스틱 인체 섭취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일주일동안 약 5g의 미세 플라스틱을 먹게 되는데 이는 신용카드 한 장의 크기와 같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많은 연구에서 우리의 혈액과 장기에 미세 플라스틱이 흐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많은 음식물에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고, 이는 체내에 꾸준히 축적되어 중추신경계 이상이나 간 손상, 암 유발 등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은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관광, 어업, 양식업과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 해양 플라스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은 2018년 기준 최소 60억 달러에서 많게는 190억 달러로 추산됐습니다. 정부가 폐기물 관리 비용을 요구할 경우 기업에서는 204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의 재무 리스크가 발생할 수도 있죠.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쓰레기는 국내외 불법 폐기물 처리 증가로 이어지며 모두에게 피해를 입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