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다회용기, 축제 공간에 일회용품을 없애다
전공이 예술이었어요. 그래서 30대 초반까지 축제기획팀장으로 활동했었는데요.
당시 축제가 끝나고 나면 늘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어요. 바로 버려진 일회용품들이었죠.
그때부터 서서히 일회용품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아예 제가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트래쉬버스터즈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축제 등 여러 행사에서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하고자 창업한 스타트업입니다. 이후 코로나19 탓에 모든 축제가 취소되면서 일반 기업체의 사내 카페를 대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됐고요. 제가 애초에 예술을 했던 이유는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어서였어요.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예술이 줄 수 있는 사회적 임팩트가 크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 소망을 충족해주었죠. 사회적 비즈니스를 통해 비로소 사회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은 물론 그 과정에서 전공을 살려 예술적 가치도 실현하고 있으니까요. 우리의 생활 시스템을 바꾸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트래쉬버스터즈의 홈페이지에서 ‘시스템 체인저(changer)’라는 표현을 많이 쓰시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플라스틱이 우리 일상에 들어온 지 이제 100년밖에 안 됐지만 우리 삶의 패턴을 전부 바꿨을 만큼 대체 불가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런 플라스틱을 한 순간에 완전히 거부하기란 불가능해요. 그래서 저희는 플라스틱의 사용 횟수에 주목했습니다. 지금까지 주로 일회용으로 사용되어온 플라스틱 활용 시스템을 다회용으로 전환시키는 게 핵심이지요. 그러니까 단지 컵을 세척하는 서비스 회사가 아니라 플라스틱 사용 패러다임을 바꾸는 회사가 되고 싶은 겁니다.
기업에서 일회용기 플라스틱을 사용할지 다회용기를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도 일종의 플라스틱 활용 시스템을 결정하는 일인데, 다회용기를 사용하겠다고 결정하면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죠. 저희는 그 범위를 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정부 및 지자체까지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축제 행사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다는 조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일회용기 VS 다회용기, 다회용기가 선택받으려면?
‘플라스틱 다회용기 렌탈 서비스’,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고객 기업이나 투자자들을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다회용기 서비스가 환경에 좋다는 점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친환경적 요소만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만들기란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친환경적 요소와 더불어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기업에서 먼저 트래쉬버스터즈 서비스를 찾게 되는 것이니까요. 다행히 지금까지 반응은 좋습니다. 저렴하면서도 탄소 배출 저감 등의 환경적 가치를 실천하는 좋은 일이니까요. 다회용기 서비스 가격이 일회용기보다 100원이라도 더 높게 형성됐다면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환경적 활동에 대한 관심보다는 상대적으로 사업 경쟁력에 집중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R&D를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나아가 시장 확장 전망 및 해외 런칭 가능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비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보다 다회용 플라스틱이 더 저렴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존 세척 시스템에 변화를 줌으로써 가능했습니다. 기존 세척 시스템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합니다. 기본적으로 식판을 닦는 세척기를 사용해야 했고, 세척기 사용 과정과 검수에도 많은 인원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많은 양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난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높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처리 물량도 늘리고자 스마트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세척 전후 검수 과정도 사람이 아닌 AI가 검사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 품질을 관리하도록 만들었고요.”
세척 시스템의 개선으로 발전이 이루어졌다면, 트래쉬버스터즈가 확장할 다음 영역은 어디일까요?
“장례식장, 야구장, 경기장, 배달 등 일회용 플라스틱이 발생하는 모든 영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저희 사업팀에서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모든 것들에 대해 늘 눈여겨보고 있죠.
또 행사장 현수막이나 부스는 물론 뮤지컬이나 연극과 같은 공연 등에서도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들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 여러 예술단체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에 저희도 ‘지속가능한 렌탈(Sustainable Rental)’ 서비스 등을 구상하고 있어요. 물론 저희의 바람대로 서비스 확장이 가능하려면 생산, 유통, 외식, 배달 등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는 관련 산업군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친환경,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최근 ESG 취지로 진행했던 플라스틱 굿즈 이벤트가 화두에 올랐습니다.
여러 기업이 그린워싱*[efn_note]※ 재활용이 어렵거나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생산함에도 기업의 친환경적인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efn_note]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많은 기업들이 환경적 가치와 관련하여 어떤 활동을 펼쳐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다회용기 사용이 당연해지는 사회
다회용기 사용이 문화로 정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가격이 저렴하고, 위생적으로 깨끗해야 합니다. 예쁘면 더 좋고요. 그만큼 다양한 경쟁력을 갖춰 사용자가 많아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한 반납할 수 있는 공간도 많아져야겠죠. 쓰고 반납하는 모든 과정이 편리해진다면 다회용기 사용이 당연해지는 사회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제 인식이 변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다회용기 컵을 표현하는 단어나 리유저블, 제로 웨이스트 같은 개념도 없었습니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의류나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모습에서도 재사용하는 문화가 많이 확산되었다고 느껴요. 이처럼 쓰고 버려지는 문화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다회용 사용 문화도 정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환경 문제는 기업과 개인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풀어야 하는 숙제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환경을 위해 활동하는 플레이어가 아직까지도 매우 적어 안타깝습니다. 재사용, 재활용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국내 유관 인프라 및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합니다. 트래쉬버스터즈와 같이 환경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비즈니스 팀도 더 생겼으면 좋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