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중동 정세 전망: 국가 대항 서바이벌 탐색전의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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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중동 떠나기’ 가시화와 역내 주요국의 치열한 생존 경쟁

미국 정부가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이어 중동 내 군 감축 계획을 발표해 ‘역할 축소론’을 분명히 함에 따라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이란, 터키 등 역내 주요 국가들은 생존 경쟁을 위한 치열한 탐색전에 돌입할 것이다. 미국의 공백과 이란 강경파의 역내 헤게모니 추구를 우려하는 친미 수니파 걸프국은 2021년 9월 아랍-이스라엘 데탕트를 선언했고, 특히 UAE는 이스라엘과 동맹에 가까운 협력을 다져왔다. 아브라함 협정의 이름으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UAE와 바레인은 향후 전략적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수니파의 대표국 사우디는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의 수호국이라는 위상을 고려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대열 전면에 곧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소국 바레인의 대외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아브라함 협정과 수니파 걸프국-이스라엘 협력을 뒤에서 지원할 것이다. 미국이 ‘중동 떠나기’와 군사 자원 재편성의 목적으로 UAE, 바레인, 사우디, 쿠웨이트, 카타르 등지의 미사일 방어체계, 비행 중대, 병력 감축 계획을 밝힌 이상 수니파 걸프국의 안보 불안감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수니파 걸프국은 역내 미국의 공백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최대 맞수인 시아파 맹주 이란과의 관계 회복에도 노력하고 있다. 6년째 단교 상태인 사우디와 이란은 2021년 이라크의 중재로 바그다드에서 네 차례 회동하고 사우디 내 이란 영사관 재개관을 논의한 바 있다. 5년여 전 사우디가 자국 내 시아파 반정부 인사들을 처형하자 이란에서 사우디 공관 공격 사건이 일어나면서 양국은 국교 단절을 선언했다. 2021년 12월에는 UAE의 실질적 지도자 무함마드 빈 자이드(Mohammad bin Zayed Al Nahyan) 왕세제의 친동생인 타흐눈 빈 자이드(Tahnoun bin Zayed Al Nahyan) 국가안보보좌관이 앙숙 관계였던 이란을 방문해 라이시(Ebrahim Raisi) 대통령과 두 나라의 관계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그 이전에도 타흐눈 빈 자이드 UAE 국가안보보좌관은 역시 불편한 사이였던 터키와 카타르를 방문해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란도 어제의 적국들과 미래의 우호를 태연히 협의했다. 사우디, UAE와 해빙 외교를 펼치며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부각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 중인 이란 핵합의(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복원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다. 또한, 이란의 강경파 지배 연합은 이라크가 제안한 사우디와의 회동을 받아들이면서 최근 약화한 이라크 내 이란 입지의 회복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계산했다. 터키 역시 얼마 전까지 독설을 퍼부었던 UAE를 상대로 돌연 협력을 논했다. 끝없이 추락하는 경제 앞에서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터키 대통령은 부국 UAE의 국가안보보좌관과 찍은 기념사진에서 최대한 무표정으로 위장했다.

중동의 주요 국가들은 미·중 경쟁을 둘러싼 눈치 싸움에도 바쁘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중동을 떠난다지만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위해 UAE, 사우디, 이스라엘, 이란, 터키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인프라 연결을 위한 경제 협력을 다져왔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달리 역내 권위주의 국가에 내정 불간섭을 강조할뿐더러 자국 표준에 따른 디지털 실크로드 MOU를 맺으며 디지털 권위주의에 관대하다.

중동에서 자국의 역할을 줄이려는 바이든(Joe Biden) 정부는 무엇보다 자신의 동맹·우방국이 폐쇄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구축한 아랍-이스라엘 데탕트 연합을 적극 지지할 것이다. 이미 UAE, 바레인, 이스라엘, 미 해군 중부사령부는 홍해에서 다자 해상 안보 훈련을 한 바 있다. 또 오바마(Barack Obama) 정부 시기부터 추진했던 민주당의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 정책 기조가 사우디와 이란 간의 긴장 완화인 만큼 바이든 정부는 두 국가의 화해 행보 역시 환영할 것이다. 양국의 화해 분위기가 발전하면 최악의 인도적 참사인 예멘 내전 해결의 실마리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UAE, 바레인, 수단, 모로코에 이어 이스라엘과의 국교 수립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여겨졌던 오만과 쿠웨이트는 UAE-이스라엘의 밀착, 사우디-UAE-이란의 화해 과정을 더 지켜본 후 향후 거취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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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을 둘러싼 탐색전의 지속

2021년 6월 라이시 이란 강경파 대통령의 당선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은 당분간 지루한 탐색전을 이어갈 것이다. 제13대 이란 대선에서 낮은 투표율과 높은 무효표 속에 강경 보수파 라이시 후보가 당선됐다. 보수파가 장악한 헌법수호위원회의 자격 심사에서 당선 가능권에 있던 온건파 후보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이들을 지지하던 도시 중산층과 청년층 유권자의 투표 거부, 트럼프(Donald Trump) 정부의 고강도 제재를 막지 못한 온건파 행정부에 대한 저소득층의 실망과 분노가 라이시 당선으로 이어졌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Ali Khamenei)의 제자이자 충복인 라이시 대통령은 이번 승리로 차기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021년 4월부터 빈에서 시작한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은 이란 대선 직후인 6월 20일 이란 측의 요구에 따라 6차 모임을 끝으로 휴식기에 들어갔다. 바이든 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복원 협상이 이란 강경파 대통령의 당선으로 중단된 것이다. 라이시 대통령은 협상안 내용에 이란 의회가 만든 지침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행정부까지 장악한 이란 강경파 지배 연합은 미국 제재에 따른 극심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의 복원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였으나 수개월 동안 협상에 응하지 않는 강경 행보를 유지했다. 블러핑을 이어가던 이란은 5개월 만에 갑자기 태도를 바꿔 11월 7차 협상을 재개했고 이후 긍정적 태도로 협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2022년 1월 재개된 8차 핵합의 복원 협상에서 이란은 미국을 상대로 포커페이스를 앞세운 탐색전을 벌이고 있으며 동시에 사우디, UAE와 화해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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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강경파 지배 연합이 반미 이슬람 혁명 수출과 친이란 프록시 조직 지원을 포기했을 리는 없다. 역내 친이란 프록시 조직 역시 미군 시설과 미 동맹·우방국을 계속 공격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을 앞두고 유화 메시지 차원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을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삭제했다. 나아가 예멘 정부군을 돕는 사우디 주도의 아랍 연합전선에 대한 지원 중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은 사우디 본토를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갔고 2022년 1월에는 UAE의 수도 아부다비마저 공격했다.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 또한 미군 기지에 드론 공격을 지속적으로 감행했다.

이란의 숙적 이스라엘도 2022년 1월 초 기존 태도를 급선회해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의 지지를 선언하며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2021년 6월 이스라엘에서는 새로운 연립정부가 출범했고 직전 4차례의 총선을 치른 혼돈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지난 2년여 간 국민 여론이 법질서 수호와 안보 우선주의로 분열되면서 보수와 중도 모두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새 연정은 부패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전 총리를 반대하는 구호 아래 강경 우파부터 시온주의자 좌파, 중도, 아랍 이슬람계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이들 구성원은‘팔레스타인과의 공존’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나 최장기 집권 네타냐후 총리가 약화한 자유 민주주의와 법치의 회복에는 동의했다. 이스라엘의 새 정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아랍 정당을 포함했고 27명의 장관 중 9명이 여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연정의 첫 2년은 강경 우파 야미나당의 베네트(Naftali Bennett) 대표가, 나머지 2년은 중도파 예시 아티드당의 라피드(Yair Lapid)대표가 총리직을 맡기로 했다.

새롭게 들어선 이스라엘 연정은 과거 네타냐후 정부와 다르게 미 민주당 정부와의 관계 복원에 집중할 것이다. 물론 이란 핵시설 공격 및 핵 과학자 암살 작전, 이란 강경파가 후원하는 프록시 조직인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 가자지구의 하마스에 대한 군사 작전은 이어 나갈 것이다. 새 연정은 오슬로 협정의 정신을 잇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에 대해서는 내부 의견을 달리하지만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의 권익 향상과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향한 유화 정책은 한목소리로 추진할 것이다.

한편 미국은 이란에 대해 제한적으로 원유 수출을 허용하고 동결자산 일부를 해제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 짓는 패를 만지며 ‘중동 떠나기’ 시기를 재고 있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가 파기한 이란 핵합의를 한시라도 빨리 복원한 후 중국 견제와 기후변화 정책에 집중하려 한다. 중동에 얽매인 모습은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제재 해제의 대폭 확대와 우라늄 농축 90%를 언급하는 이란 강경파는 이러한 미국에 대해 강수를 두고 대치할 것이다. 더불어 이란은 미국에 복원되는 핵합의를 조약(treaty)으로 바꾸고 앞으로 다시는 파기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공식 문서로 남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 측의 요구대로 조약으로 바꾸면 미 공화당 의원과 친이스라엘계 민주당 의원의 반대로 미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이유로 미 행정부는 역사적으로 조약 대신 행정 협약을 선호해 왔다. 이미 이란 원유 수출 제재를 완화해왔던 바이든 정부가 이란 강경파의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가 향후 이란 핵합의 복원 성공의 관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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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하디스트 세력의 활성화와 중동 질서 재편의 서로 다른 셈법

2021년 8월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이후 주변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던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아프간을 국제 지하디스트의 해방구로 여기고 운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 급진주의 및 극단주의 세력의 활성화가 이어질 것이다. 미국이 아프간 철군 방침을 발표한 지 넉 달 만에 이슬람 급진 무장조직 탈레반이 카불을 함락했고 아프간 정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20년 전 미국은 탈레반 축출을 위해 아프간 전쟁을 시작했으나 전후 재건 정책에는 실패했다. 미국이 후원하나 정당성과 역량이 부족했던 아프간 정부는 국제원조금을 독식해 거대한 부패 카르텔을 형성했다. 2020년 트럼프 정부는 아프간 정부를 배제한 채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었고 이후 아프간 정부 내 불안과 불신이 급속히 퍼졌다. 바이든 정부가 아프간 정부의 취약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높았으나 아프간처럼 부패와 불신이 만연해 정확한 정보 수집이 어려운 곳에서 정부의 붕괴 시점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재집권한 탈레반 정권은 지도부의 장악력 상실과 수뇌부의 내부 분열로 인해 정국 안정 확보에 실패했고 약속과 달리 폭압 정치로 빠르게 회귀했다. 특히 탈레반 하부 조직원들은 무자비한 폭력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며 조직의 명령체계를 흔들었다. 2014년 IS의 등장 이후 획기적으로 변모한 지하디스트 세력화의 특징은 온라인을 통한 활성화와 IS 브랜드의 프랜차이즈화 현상이다. IS 채팅방에서 극단주의에 입문한 서구 출신의 자생적 테러리스트는 소외된 무슬림 이민자의 분노를 결집해 자국에서 테러를 일으켰다. 또한 여러 무슬림 국가 내 군소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가 IS의 유명세에 편승하기 위해 잔혹한 테러 행위를 모방한 후 인터넷에서 IS에 충성을 선언했다. 아프간에서도 이미 온라인 홍보전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IS 아프간 지부 혹은 IS 호라산은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제치고 존재감 확보에 성공했고 그 여세를 몰아 추종자 충원에 맹렬한 기세로 나서고 있다.

앞으로도 가장 극단적인 IS가 과감한 자살폭탄 테러를 통해 존재감을 빠르게 키워나갈 것이다. IS 호라산은 탈레반에서 떨어져 나온 극단주의 분파로서 탈레반을 유약하다며 비난해왔다. 이들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주요국의 아프간 탈출이 절정을 이루던 시기 카불 공항에서 과감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 이후 9월 동부 낭가하르주, 10월 탈레반 대변인 모친의 카불 장례식장, 북부 쿤두즈주 시아파 사원, 남부 칸다하르주 시아파 사원, 11월 카불 군 병원에서 대규모 자살폭탄 테러를 잇달아 감행했다.

아프간의 불안정이 가속하면서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의 안보 불안도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은 아프간발 급진 지하디스트 세력의 확산이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대표적 위구르 독립운동 조직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을 자극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재집권한 탈레반에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과의 단절을 촉구하며 경제 지원을 약속했으나 심각한 내부 위협을 느끼는 탈레반 지도부는 선택의 시간이 왔을 때 중국 정부의 무슬림 탄압에 침묵할 수 없을 것이다.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을 계기로 국제 지하디스트 세력이 활성화하자 이란, 터키, 러시아, 중국은 미국의 무책임한 이탈을 비난했고 카타르, 파키스탄과 함께 아프간 공관을 철수하지 않았다. 이미 중동에서는 미국 이탈에 따른 힘의 공백을 틈타 이란, 터키, 러시아가 제국의 영광을 소환해 팽창주의 행보를 가속하고 있으며 여기에 중국까지 가세하면서 이들 국가의 반미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 2021년 9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이란은 정식 회원국 자격을 부여받았고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은 옵서버 국가인 아프간에 대한 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곧이어 러시아는 모스크바에서 아프가니스탄 국제회의를 열어 탈레반을 초대했고 중국, 이란, 파키스탄과 함께 아프간을 향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프간에서 활성화하기 시작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가 가상공간을 통한 IS 브랜드의 프랜차이즈화 방식 등으로 전 세계에 퍼지면 미국은 대테러전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수평선 너머(over the horizon)’전략에 기반을 둔 드론 공습과 여러 동맹국이 참여하는 국제연합전선을 활용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는 중국 견제와 인도-태평양 전략을 천명하면서 중동의 무력분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극단주의 테러조직 격퇴를 위한 미국의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고 과거 2014년의 IS 격퇴전처럼 소규모 군사 고문단과 특수부대 파병 형식이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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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중동 주요국의 숨 가쁜 탐색전과 여타 개별 국가의 불안한 미래

미국의 ‘중동 떠나기’에 따른 안보 공백을 둘러싸고 역내 질서 재편의 탐색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동 주요국의 숨 가쁜 생존 경쟁은 국내 정치 불안정과 혼란을 겪는 여타 나라의 미래 또한 흔들 것이다. 2022년 1월 말 리비아에서는 10년에 걸친 내전 끝에 UN 중재의 정치 대화 포럼과 임시정부의 주도 하에 대선이 실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 100여 명이 난립하고 서부 이슬람주의 통합정부와 동부 세속주의 리비아 국민군 지지세력 간의 대립, 무장 민병대의 불법 납치와 암살, 터키와 러시아군 및 외국 용병의 장기 주둔으로 인해 민주화 전망은 어둡다.

아랍 세계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 튀니지에서는 사이에드(Kais Saied) 대통령이 경제 회생과 부패 척결 구호 하에 권위주의 행보를 강행하고 있다. 2021년 7월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은 총리를 해고하고 의회를 정지시킨 후 통행 금지령을 발표했고 시험대에 오른 튀니지의 민주주의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및 자국 내 시민단체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국 불안이 고착된 이라크에서는 수니-시아파, 친미-친이란 세력의 갈등 구도가 요동치면서 총리 암살 시도가 일어나기도 했다. 2021년 10월 이라크 총선에서는 반미, 반이란 성향의 시아파 성직자 사드르(Muqtada al-Sadr)의 정파가 다수당으로 등극해 반외세 목소리가 또다시 민심을 얻었다. 이처럼 이라크 국익 추구의 독자적 목소리가 힘을 얻는 가운데 친이란 민병대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수니파의 정치 활동은 점차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나 고질적 정국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친이란 프록시 조직 헤즈볼라의 과도한 권력 행사와 최악의 국가 실패로 인해 내란에 가까운 혼란을 겪는 레바논의 상황 역시 한동안 위태롭게 이어질 것이다. 이들 중동 개별 국가의 불안한 권력 구조와 미래는 역내 질서를 둘러싼 치열한 탐색전의 전개 양상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지향 중동센터장 - 아산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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