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선물거래소 산하 상하이 국제 에너지 거래소(INE, International Energy Exchange)는 2018년 3월 26일 오전 9시를 기해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했다. 해당 선물거래의 기초자산인 원유는 API 32도, 황 함량 1.5% 전후의 중질고유황원유(Medium Sour Crude)로 두바이, 어퍼 자쿰, 오만, 카타르 마린, 마실라, 바스라 라이트, 성리 등 7종이 포함되었으며, 유종에 따라 시장가에 최대 ±5위안만큼을 가산하여 실물로 정산된다. 기존의 WTI 선물, Brent 선물과 마찬가지로 1,000배럴을 기본 단위로 거래되지만, 위안화로 호가가 된다는 점, 거래 시간이 점심 시간인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의 휴장 시간을 제외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4시간이라는 점(WTI 선물과 Brent 선물은 각각 하루 1시간을 제외한 23시간, 2시간을 제외한 22시간동안 거래할 수 있다.) 등은 기존의 선물들과 다른 점이다.
중국이 원유 선물 시장을 개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1993년 원유 선물 시장을 개장한 적이 있으나 국내 투자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점, 위안화 기반으로 거래된 점, 특히 당시 중국의 금융시장이 거의 개방이 되지 않았던 점 등의 이유로 낮은 유동성과 높은 변동성에 자리를 잡지 못하다 1년여 만에 폐장되었다. 중국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투자자도 참여시키는 것을 내세워 2013년 국제에너지거래소를 설립하고, 5년여의 준비 끝에 원유 선물 거래를 개시하였다.
오랜 시간 준비 후 개시한 만큼 여러 관점에서 그 고민과 자신감의 흔적이 보인다.
첫째, 기초자산을 중질고유황유로 지정함으로써 경질저유황유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는 WTI 선물, Brent 선물과의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피했다. 특히 중질고유황유는 동북아 지역 국가에서 주요하게 취급하는 수입품종이면서도 MOPS(Mean of Platts Singapore) 외에는 마땅한 대표가격이 없어, 선물 거래가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한다면 동북아 지역의 벤치마크로서 경쟁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충분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동북아 구매자 중심의 벤치마크가 형성된다면, 생산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아시아 프리미엄을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외국인 투자자에게 거래를 허용하면서 자국 내 상품거래 국제화의 초석을 마련하였다. 상하이 선물거래소가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상품에 대해 선물시장을 개장한 것은 원유가 처음이 아니다. 상하이 선물거래소에는 알루미늄, 전기동, 아연, 니켈 등 비철금속을 중심으로 14종의 상품선물이 상장되어 있다. 특히 이런 비철금속 선물은 해당 원자재에 대한 중국의 높은 수요와 공급을 바탕으로(알루미늄, 전기동, 아연, 니켈에 대한 중국의 수요/공급 비중은 전세계 수요/공급 대비 각각 54%/55%, 50%/36%, 48%/46%, 47%/23%이다.) LME(London Metal Exchange) 거래량 대비 각각 25%, 32%, 60%, 58%에 이를 만큼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상하이 선물거래소의 원자재들은 모두 국내 투자자들에게만 거래가 허용되어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거래를 허용한 것은 원유가 처음이다. 상하이선물거래소는 이를 위해 국제 에너지거래소를 따로 자회사로 두어 거래를 개시하였을 뿐 아니라, 외국인 개인투자 자에게 3년간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고, 외국인 중개 기관의 수수료 수입에 대해서도 과세하지 않는 등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중국이 금융 개방 정책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 중 하나로 상품시장에서 원유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점을 고려하였을 것이고, 그럼에도 중국이 2017년 미국을 제치고 원유 최대 수입국이 된 것으로 인한 자신감 또한 작용하였다. 트럼프 정부의 중국을 향한 관세 부과 예고 등으로 상하이 종합지수가 급락하는 등 여러 가지 위험 요소들에 의해 상하이 원유 선물 개장이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중국은 예정대로 상하이 원유 선물 거래를 개시하였다.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국제적인 선물 시장의 활발한 거래가 실물시장의 변동성을 부추긴다는 견해와 축소시킨다는 견해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국은 원유 선물 시장의 개방을 통해 그 가능성을 직접 검증해볼 수 있으며, 향후 다른 상품선물들까지 개방하는 것에 대한 계획을 가늠해 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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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 울산과기원 경영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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